예전에 올렸던 글입니다. 날짜를 보니 10월 초네요.
이때 그분이 그 달 안으로 일 그만두시면서, 마지막으로 정말로 둘이 밥 한번 같이 먹기로 했었는데, 계속 미루어졌어요.
약속 하루 전날에 피치못할 사정으로 취소되거나 했었거든요. 그 과정에서 제 마음도 많이 다쳤고요.
사실, 제가 혼자 좋아하던 그 분과 같이 먹는 "밥"은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짝사랑 초창기인 올 봄에, 제가 처음으로 큰 용기를 내서, 밥 한끼 사겠다고 먼저 이야기를 꺼냈었거든요.
그것도 "듀게 분들의 조언"에 힘입어서요. 제 쪽에서 먼저 식사 제안을 해 보라고 하셨거든요.
정말이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어요.
그런데 잘 안되었지요.
결국 그분이 저와의 식사 약속을 계속 미루는 것으로, 모든 것을 깨닫고,
짝사랑을 그만 두어야겠다고 결정한 거나 마찬가지이니까요.
한마디로, 밥으로 시작해서 밥으로 끝난거나 마찬가지였던 짝사랑 이었습니다^^;;
맨 처음 같이 식사 한번 하자는 돌직구 던졌던 늦봄-초여름 이후, 계절은 무려 3번이 바뀌었고요.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 말처럼 쉽게 정리가 되나요.
지금까지도... 사실 좋아하는 마음, 완전히 못 버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오늘,
서울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12월 어느 날,
드디어, 그 분과 밥을 같이 먹었습니다.
메뉴는, 맨 처음에 제가 그분에게 한번 식사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던, 부대찌개. ^^;;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그 분과 같이 했던 모든 것들이, 모든 대화들이, 그분의 표정까지도,
처음부터 끝까지 생생하게 다 기억납니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마지막, 식당 나와서...
횡단보도에서 헤어질 때.
저는 일부러 뒤 돌아보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역시 미련이 남아서...
꼭 보고 싶어서...
돌아봤어요.
그 순간,
그 분 역시,
뒤돌아서 저를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저는 우산을 쓰고 있었고,
제가 짝사랑하는 그 분은 후드집업의 모자를 뒤집어 쓰고 그 함박눈을 다 맞고 있었고요.
그 분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저는 활짝 웃으면서,
그 분에게 손 크게 흔들어주고,
다시 뒤돌아섰습니다.
마치, 앞으로도 사진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 마법같던 순간을요.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어요.
올 한해 멋진 추억을, 그리고 오늘 마법같이 기억될 순간을 만들어주신, 제 짝사랑하는 님에게요.
그리고 게시판에서 많이 응원해 주셨던, 듀게 님들에게도요.
p.s.
이것이 짝사랑의 closure가 아닌 또다른 beginning 이었으면 좋겠지만...^^;;
네, 제 욕심으로는, 인연이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큰 기대도, 큰 실망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늘의 저런 추억만으로도, 저에겐 정말로 귀중한 보석이니까요.
앞으로 힘들 때마다 꺼내보며 행복해 할 수 있는
소중한 기억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