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M 11:14' 는 2003년에 나온 인디 코미디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85분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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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터 이미지만 보고선 무슨 진지한 스릴러 영화였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 온 제 18년...)



 - 미국의 어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온갖 평범하게 찌질한 인간들이 본인들 불찰로 사고를 치다가 11시 14분을 기점으로 (거의) 모두 다 사이 좋게 망하는 이야기입니다. 서로 관계 없어 보이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밤 열한시 즈음해서 십여분동안 겪는 일들을 차례대로 보여주고, 결국엔 그들이 모두 이런저런 운명의 장난으로 엮여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당연히 마무리는 반전 비슷한 게 튀어나오며 씁쓸한 맛을 줄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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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번 타자는 우리 이티 친구 엘리엇 청년님과 장래의 쉴드 직원 콜슨 요원님이 맡아주십니다.)



 - 타란티노가 발명한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펄프 픽션' 이후로 한동안 유행했던 형식이죠. 여러 집단 튀어나오고, 각자 뻘짓 하며 돌아다니다가 얽히고, 그 과정에서 시간대를 살짝 꼬아서 반전을 주거나 개그를 치거나... 뭐 그런 거요. 주인공들이 거의 죄다 찌질한 놈들이라는 거랑 (코믹한 방향이지만) 고어적인 장면을 과장되게 표현해서 개그로 활용하는 센스도 좀 타란티노쪽 특기를 따라한 느낌이었고. 표현 일말의 교훈이나 주제 의식 같은 것 없이 걍 유희 성격으로 질주한다는 것도 그 시절 영화들 생각이 나는 부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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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하다고 말하긴 뭔가 많이 애매하지만 그래도 튼튼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 그렇게 한 없이 가볍고 팔랑팔랑하게, 그러면서 좀 그 시절스럽게 위악적인 센스로 사람들 좀 웃겨보겠다! 이런 영화인 것인데요.

 괜찮았습니다. 각본이 좋아요. 어차피 퍼즐 게임 하는 것 같은 성격의 영화인데 그 퍼즐을 나름 깔끔하게 잘 쪼개놔서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결국 수많은 사람들 인생 망하는 이야기지만 애시당초 영화가 가벼운 데다가 그 수많은 인생들 대부분이 죄 많은 인간들이라 부담도 없구요.

 배우들이 무슨 연기력을 뽐낼만한 여지는 없는 영화지만 캐스팅도 은근 튼튼해서 이야기 잘 받쳐 주고요.

 그냥 가벼운 맘으로 '아주 오랜만에, 그 시절 유행했던 스타일 영화 한 편 보세' 라는 맘으로 보시면 85분 정도는 잘 죽여줍니다.



 + 그래서 그 캐스팅이 어떠냐면. 힐러리 스웽크, 패트릭 스웨이지, 헨리 토머스, 레이첼 리 쿡, 바바라 허시, 벤 포스터에 어벤져스 콜슨 요원과 톰 행크스 아들이 나옵니다. ㅋㅋ

 전 특히 헨리 토머스가 인상적이었어요. 제게 이 배우는 소년 아니면 아버지 역할만 기억에 박혀 있거든요. 이렇게 젊은 성인 시절 작품을 본 게 없었네요.




2. '어처구니 없는'은 2019년에 나온 푸에르토 리코산 코미디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9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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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창작 포스터와 제목인데 둘 다 썩 그럴싸하고 괜찮습니다?)



 - 어린 시절 정말 별 일도 아니었던 실수 하나가 골드버그 장치처럼 작동하여 살던 집을 날려 버리고 아버지를 저승으로 보내고 엄마에겐 중증 장애와 우울증을 안겨줘 버린, 그래서 본인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히키코모리 젊은이가 주인공입니다. 다행히 손재주는 좋고, 또 마음 착한 삼촌이 있어서 그 양반이 운영하는 의수 & 의족 제작 업체에 얹혀서 밥벌이는 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쩌다 그 고마우신 삼촌이 또 주인공 때문에(!) 요단강을 건너시고. 너무 당황하고 억울해서 일단 그 사실을 은폐해버리는 바람에 또 주인공에게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가 시리즈로 막 들이닥치게 되는... 식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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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우울한 주인공님... 이지만)



 - 이것 역시 좀 옛날 느낌 많이 나는 영화였네요. 뭐 'PM 11:14'는 실제로 옛날 (2003이라고 하면 벌써 18년 전!) 영화니 그렇다 쳐도 이건 2019년 영화인데도 뭔가 그 20세기말에 많이 나오던 코미디 영화들 느낌이 물씬 나요. 왜 그런 영화들 많았잖아요. 느긋하고 사람 좋은 분위기의 유럽 코미디 영화들? 구체적인 예는 잘 생각이 안 납니다만. 그냥 푸에르토 리코 분위기는 이런가...? 하면서 봤죠. ㅋㅋ



 - 그게 이 영화의 특징이자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아주 관대한 맘으로 힐링물로 생각하고 즐길 수 없는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너무 나이브해요. 설정을 위해 큰 비극을 두 건이나 안겨주긴 했지만 그래도 주인공 입장에서 너무너무 운이 좋구요. 뭐 애초에 보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든 영화인 것 같으니 이것 자체는 괜찮겠습니다만. 문제는 유머 감각입니다. 그 역시 넘나 나이브해서 시작부터 끝까지 시체와 놀아나야 한다는 영화의 기본 아이디어랑 잘 안 맞아요. 뭔가 센 개그가 팡팡 터져야할 것 같은 상황들이 계속 이어지는데 늘 순한 맛으로 슥. 지나쳐 버리는 식이라 김이 빠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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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쉽게 팔자가 피어 버려서 문제.)



 또한 이야기 속 세상과 사람들, 그리고 운명의 신까지 다들 주인공에게 너무 관대하다 보니 오히려 '위로와 희망' 같은 걸 찾기도 힘들구요. 걍 억세게 운 나쁜 상태로 20년간 살면서 우주의 기운을 모아낸 주인공이 그 운을 며칠 동안 다 몰아 써서 인생 역전하는 이야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영화에서 보여지는 건 그 운 나쁜 20년이 아니라 우주의 기운 몰빵한 며칠간이니까요. 가벼워 보일 수밖에 없겠죠.  =ㅅ=



 - 네. 그래서 이 영화는 추천은 못 하겠습니다. ㅋㅋ



 + 보면서 옛날 영화 하나가 떠올랐어요. 우연히도 제목이 '푸에르토' 에스콘디도... 네요. ㅋㅋ '씨네마 천국' '지중해'의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이 만들고 당시에 잠깐 잘 나갔던 발레리아 골리노도 나온 코미디 영화인데요. 사실 영화 자체는 별로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지배하는 낙천적 분위기가 되게 인상 깊었어요. 마지막에 주인공이 세운 계획이 다 폭망하고 병원에 누워 있는데... 동료들이 사이 좋게 수갑 차고 나타나선 싱글벙글 웃으며 이러거든요. "걱정마. 우리에겐 계획이 있어."

 그래서 그 영화를 함께 본 친구들 사이에서 한동안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뭔가 안 좋은 일 생길 때마다 "걱정마. 우리에겐 계획이 있으니까!"라며 킥킥거리고 넘겼던 그 시절... 그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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