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봤어요.

2021.10.26 18:23

woxn3 조회 수:1078

감상보다는 체험 영역에 해당되는 영화였습니다. 서사라고 할만한 건 후반부에 몰려 있는데 이 부분도 체험으로서의 영화관람을 꽤나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 같아요. 광활한 사막과 웅장한 건축물, 그리고 모래 벌레 같은 것들을 음악과 함께 피부에 와닿게 제시합니다. 그래서 아이맥스가 아니면 감상이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겠다 싶네요. 


특히 전반부가 그렇습니다. 고대 유적을 구경시켜주는 다큐멘터리 느낌으로 엄숙하고 장엄하게 구성되어 있거든요. 피부에 와닿는 생생함이 아니면 좀 지루한 면도 있어요. 전반부에 이 방식으로 설득되지 않으면 후반부는 사실 고만고만한 영웅담이라 더 심드렁해질 수 있고요. 특수효과 역시 기기묘묘하고 현란한 화면 보다는 웅장함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었어요. 


제국주의와 식민지배, 오리엔탈리즘 같이 소설이 처음 나왔을 당시의 정서와 취향이 잔뜩 베어 있는 것이 지루함 반 익숙함 반 그랬네요. 고전적인 영웅서사를 즐길 마음이 처음부터 없으면 그다지 노잼이 아닐까 생각해 봤어요. 하지만 이런 강렬한 체험이 와닿는다면 다회 관람도 가능하겠죠. 글로 쓰인 원작부터 이런 장르는 VR마냥 세계관 자체에 대한 대리 체험 기능이 서사보다 우선하는 면이 있으니까요. 이야기와는 별개로 잘 짜여진 세계관만이 머금을 수 있는 감상이 있구요. 


그런면에서 아이맥스고 뭐고 영화에서 현실을 보고 싶거나 현실적 판타지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당최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허무맹랑 공상이 되겠죠. 그런 관객에게 이런 게 먹히려면 적어도 이런 걸 소화하는 게 세련된 문화적 취향의 소유를 나타낼 수 있음을 암시하는 마케팅 정도는 빡씨게 들어가 줘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못지 않게 지루한 반지의 제왕은 특수효과가 워낙 혁신적이고 압도적이었죠. 


영화랑은 관계 없는 이야기지만 매트릭스-반지의 제왕-아바타는 특수효과가 계단식 점프를 하는 시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요즘은 제작비 절감 쪽으로 혁신이 쓰이는 것 같아요. 언젠가 CG 배우가 아무런 이질감 없이 실사에 등장한다면 다음 혁신이 될 수 있겠죠. 딥러닝 기술로 만들어진 광고모델을 보면 머지 않은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1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1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975
117579 [넷플릭스바낭] 갑자기 아놀드로 달리고 있습니다. 이번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18] 로이배티 2021.10.31 549
117578 듄 봤습니다 [3] 메피스토 2021.10.31 646
117577 직장에서 백신 2가지 맞을 예정인데 [4] 채찬 2021.10.31 449
117576 [네이버 영화] 세인트 모드, 카조니어, 페인티드 버드 등 [15] underground 2021.10.31 23279
117575 듄 원작 소설은 어떤가요 [8] 쟈키쟈키 2021.10.31 1003
117574 요즘 다시 듣는 노래들 [2] 예상수 2021.10.31 205
117573 자주 보던 사람이 오래 안보이면 [2] 가끔영화 2021.10.31 348
117572 로봇학대 [2] 사팍 2021.10.31 369
117571 뽀빠이 (1980), 끝없는 사랑 (1981), 리치먼드 연애소동 (1982), 플래시댄스 (1983), woman in red (1984) [9] catgotmy 2021.10.31 290
117570 고양이를 부탁해 보고 왔습니다 (스포) [3] Sonny 2021.10.31 621
117569 연어야 연어야 [10] 어디로갈까 2021.10.31 486
117568 [영화바낭] 두 편 패키지 잡담입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6번째 날' [14] 로이배티 2021.10.31 372
117567 우먼 파워를 느낄 수 있는 뮤비 [1] 사팍 2021.10.31 273
117566 (영화바낭)한국영화 퍼펙트맨을 보았습니다. [7] 왜냐하면 2021.10.31 341
117565 드라마 원더우먼이 원더우먼이 아니고 그여자네요 [4] 가끔영화 2021.10.30 505
117564 십개월의 미래를 보고 [4] 예상수 2021.10.30 455
117563 구분짓기에 대한 생각들 [6] thoma 2021.10.30 461
117562 독감예방주사 메피스토 2021.10.30 423
117561 진짜위선 [2] 사팍 2021.10.30 429
117560 [영화바낭] 의외로 진심이었던 메타 개그 영화, '라스트 액션 히어로'를 봤습니다 [8] 로이배티 2021.10.30 66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