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ow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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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맥퀸 감독 영화예요. 왓챠에서 29일 이후엔 내린다고 해서 이용 중이시면 빨리 보셨으면 해서 보자마자 바로 씁니다. 시리즈온에도 있는데 비쌉니다.

개떡 같은 남편들의 죽음으로 궁지에 몰린 아내들이 권력과 돈이 결부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모처를 터는 것이 기둥 줄거리입니다. 오션스 시리즈 같은 화려함, 발랄함은 없고 어두운 톤이지만 저는 훨씬 재밌게 봤습니다. 얻어 맞고 살거나 뒷구멍으로 다 털려 빚더미에 앉았거나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기만당하고 있었던, 다양한 인종의 아내들이 주인공입니다. 극본이 매우 세밀하고 짜임새 있고 흥미진진하게 써져서 결말까지의 과정이 잘 구조된 건축물 같네요. 보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었고요, 죽어마땅한 놈은 죽고 망할 놈은 망하는 식으로 마무리지어져서 다 본 후에는 찜찜함이 남지 않았습니다. 세상 질서가 이 영화처럼 돌아가 주면 좋으련만. 아래는 영화에서 비올라 데이비스가 듣던 니나 시몬의 노래입니다. 노래 좋아서 가져와 봤어요. '셰임'에서도 음악이 좋았단 기억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음악감독은 한스 짐머입니다.



My Happy Famil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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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마나나의 가출'이라는 제목으로 올라 있습니다. 러시아 아래, 터키 위, 흑해 동쪽에 면한 나라 조지아 영화입니다.

요즘 각 방을 쓰거나 최소한 침대만이라도 따로 쓰는 부부가 늘어서 킹 사이즈보다 싱글 침대가 잘 나간다는 말이 있던데 이 영화는 '자기만의 방'으로는 해결 안 돼서 따로 아파트를 구해 나가 사는 '마나나'라는 중년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가출이라 하면 가정을 버린다는 의미가 있는데 나가 산다고 다 가정을 버리는 건 아니지 않아요? 마나나는 아래 사진에서 보는 식구들 사이에서 함께 살기 싫을 뿐, 이들에게 일이 생기면 가족에게 와서 함께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가족이면 반드시 같이 살아야 하나요. 혼자 살고 싶은 것이 독립할 나이가 된 자녀가 아니라 그들의 엄마이며 조부모에겐 딸인 마나나이면 안 되는가요? 

예상 되다시피 식구들이 '왜?' '뭐 땜에?' '남자 생겼나?' '우리 중에 누가 상처줬어?' 계속 묻고 또 묻고, 남편도 어리둥절하는 가운데 못 받아 들인다는 할머니(마나나 엄마)와는 싸우고 온 친인척이 다 모여서 추궁하는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마나나는 질문과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설명해 줄 의무 없어'라며 뚜렷한 이유를 말하지 않아요. 그냥 이 가족들 속에서 함께 살기 싫다, 이제는 혼자 살고 싶다는 걸 대놓고 말하긴 어려웠겠죠. 이런 긴 소동과 그 끝에 나가 사는 마나나의 생활을 보여 주는 영화입니다. 별다른 실시간 사건은 없어요. 그래서 뭐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네요. 조지아는 대식구가 자연스러운 나라인 것 같고 부부가 따로 산다는 건 이혼이 아니면 생각하기 어렵겠죠. 


먹이고 보호해야 할 자녀가 다 자라면 부부가 꼭 같이 살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십 년 같이 살아 봤는데 따로 살고 싶으면 따로 살 수도 있죠. 수렵, 농경 사회가 아니니 모여 살 필요도 없는데 원하는 방식으로 좀 더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봐야죠. 따로 사는 것이 마치 가정을 깨고 다른 식구를 욕먹이고 뭔가를 파탄내는 것처럼 여길 필요 있나요? 마나나는 허름한 아파트를 얻어 나가 살며 별다른 일을 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창가에 앉아서 나뭇잎 흔들리는 거 보며 차마시고 음악 듣고 책 보고 청소하고 멍하게 있기도 합니다. 아래 마지막 사진을 보세요. 마나나의 만족스런 얼굴을. 남편이든 아내든 누구라도 만족스러워 한다면 그렇게 살면 어떤가요. 매일 얼굴을 보는 것, 매일 사람과 사는 것이 싫은 사람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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