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코로나와 학교 근황

2021.12.05 23:33

로이배티 조회 수:748

1.

아시다시피 청소년 백신 접종 중이죠.

접종을 희망하는 - 그리고 맞고 있는 학생들 숫자는 아주 살짝 과반 정도 됩니다. 전체 통계 말고 제가 일하는 학교 분위기는 그래요.

어차피 학교는 걍 안내 셔틀일 뿐 백신 접종을 홍보하지도, 권장하지도 않는지라 가정통신문 좀 보낸 후론 애들이랑 백신 얘긴 안 합니다만.

그 와중에 아주 열렬히 백신을 맞고 있는 집단이 있는데... 3학년 학생들입니다.


이 녀석들 재밌는 게, 다들 그렇게 수요일에 맞으려고 합니다.

왜냐면 수요일에 맞으면 그 날과 그 다음 날까지는 출석인정 결석, 그리고 세 번째 날은 백신접종 확인서로 질병 결석 처리가 가능하거든요. 

고로 수-목-금-토-일 5일 연휴 완성!!! 자체 단기 방학!!! 이렇게 되는 거죠. 나도 하고 싶다

저학년들도 이걸 모를 건 아닌데, 아무래도 졸업 코앞인 학생들의 사고 방식이 좀 다른 거겠죠.

물론 이걸 막을 이유도 없고 잔소리할 이유도 없으니 그냥 둡니다만. 그래서 수목금만 되면 3학년은 한 반에 1/3에서 절반 가까운 학생들이 없어요. 

우리 전원 등교 왜 하고 있니? 라는 생각이 절로...


그리고 물론 다른 학년도 이렇게 특정 요일에 몰리지만 않을 뿐 절반 정도 학생들이 백신을 맞고 2차도 맞고 있으니 결석은 꾸준히 나옵니다. 한 반에 대략 30명 중 3~4명씩이 계속 결석을 하고. 그 와중에 평소대로 그냥 체험학습, 그냥 감기, 그냥 기타등등의 사유로 빠지는 애들이 생기니 교실에 빈자리가 많지요. 수업을 해도 교실 분위기가 늘 좀 거시기하네요. 


...대신 출석한 학생들은 급식 먹을 때 반찬을 좀 더 풍성하게 받을 수 있다는 미묘한 장점이 있기도. ㅋㅋㅋㅋㅋ



2.

학생 중 확진자 및 밀접접촉자 발생이 확연히 늘었습니다.

매일매일 가족 확진 내지는 밀접접촉으로 인해서 등교 중지 중인 애들이 거의 반마다 한 명씩 있어요.


역시 통계 같은 건 없지만 역시 제 경험과 체감상 위드 코로나 이전 대비 화아아아아아악실하게 쑥 늘었네요.

올해 상반기에만 해도 직장 동료들끼리 '도대체 어디에 사는 어떤 사람들이 그렇게 열심히 코로나에 걸리는 거야? 여긴 이렇게 조용한데' 같은 소릴 종종 하고 그랬는데. 이젠 그런 말은 아무도 안 합니다. 그 '어디에 사는 어떤 사람들'이 이제 우리 주변에 늘상 보이니까요. 네, 이것이 '위드' 코로나니까.


img.gif


뭐 주변을 보면 어떤 분들은 '요즘 같으면 코로나 핑계로 학교 가기 싫은 애는 걍 마구 빠져도 되는 거 아냐?' 같은 걱정을 하시던데.

네. 그래도 됩니다. 시국이 이런 시국이니 학교 못 가겠다는 애가 아무리 의심스러운 애(이전부터도 갖은 핑계로 학교 빠지던)라고 해도 '그래도 그냥 나와야지?'라고 권유나 설득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불러냈다가 확진되면 대멸망이니까요. '오늘 제가 좀...' 하면 그냥 프리패스죠. 하지만 그럴 경우 보건소 가서 검사를 받아와야 하므로 학생들이 그렇게 남용하진 못합니다. ㅋㅋ

 

한 학생 녀석이 컨디션 안 좋은 걸 말 없이 등교 후 검사 받았다가 확진 나오니까 본인이 욕 먹기 싫었는지 담임 교사가 나오라고 그랬다고 역학조사관에게 뻥을 쳐서 일을 키운 적도 있었어요. 다행히 담임이 학생과 주고 받은 카톡 내용도 있고 해서 모함 오해는 금방 풀렸습니다만. 처음부터 교사들은 다 학생 뻥이겠네... 라고 생각했어요. 애초에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안 오겠다는 학생을 불러낼 이유가 전혀 없으니까요.



3.

전원 등교 덕에 학교 자체 방역에 교사 갈아 넣을 구석이 더 많아져서 교사 일과 자체는 엄청 빡세졌지만,

사실 또 수업만 생각하면 전원 등교가 훨씬 나아요. 줌 수업 정말 별로거든요. ㅋㅋ 게다가 지금처럼 온갖 시험이 다 끝나버린 시점에서 줌 수업은 난이도와 피로도, 허망도(...)가 3배 파워업할 거라 더더욱 하기 싫구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시국에 전원 등교를 무조건적인 가치로 여기는 교육부의 입장은 뭐랄까...


아주 순하게 표현해서,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거죠.

지금 교육부 장관님은 아마 건국 이래 최고로 운 좋은 장관일 겁니다.

그간 쭉 지켜봤는데, 이분은 그냥 학부모들 여론따라 움직이는 거 말곤 아무 생각이 없어요. 취임 때부터 논란이었던 '전문성'은 둘째치고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무색 무취 무존재감.


근데 웃기는 건, 보통 교육부 장관은 이런저런 정책 만들고 강행하다가 욕 먹는 게 누적돼서 중간에 교체되고 그랬는데. 이 분은 코로나 시국 덕에 하는 일이 등교 일정 발표 밖에 없어지니 오히려 교체될 일이 없어져 버린 것 같더라구요. 이제 네 달만 더 버티면 건국 이래 최장수 장관 기록을 세우게 된다는데요. 음... 역시 인생은 운빨이 최고구나.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4.

암튼 시국이 되게 그래요.

어차피 하는 전원 등교이고, 또 지금 학생들 코로나 땜에 학교 생활 하면서 뭐 기억에 남을만한 활동 같은 것도 해 본 게 없어서 시험 끝난 후에 애들이랑 다 같이 뭐라도 좀 해보려고 이것저것 계획을 해놨는데. 확진자 최고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는 시국 덕에 뭘 할 수가 없네요. 게다가 지금 상태가 이러니 내년이라고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아서 더더욱 난감... 곧 내년 1년 계획 세워야할 시즌인데 뭘 어떻게 계획을 해야할지 감도 안 오구요.


어쨌든 뭐. 일단 눈 앞에 있는 일들이나 해결하면서 버티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죠.

아니어도 현장 말단인 제가 뭘 어쩌겠습니까. ㅋㅋㅋ



 그저 이런 마인드로! 그냥 막!!!! 어떻게든!!!!!




덤: 근데 학생 방역에 그렇게 목숨 거는 학교 관리자님들이나 교육부, 교육청 관계자님들이 교사들은 너무 신경을 안 쓰세요.

 어린 자식이 밀접접촉으로 자가격리 된 분들이 종종 생기는데, 학교에 민폐 끼치지 말고 그냥 출근하라는 경우가 다반사라. ㅋㅋ 당연히 보호자도 자가격리 아닌가? 싶었는데 그건 권고 사항이고 의무가 아니니까 그냥 나와도 됨. 나와. 이런 식이더라구요. 


 원래 교사라는 집단이 대체로 말 잘 듣고 민폐 두려워하는 편이라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제 직장에서 교사가 어디서 확진되어 와서 옮기는 경우는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종종 너무한단 생각이 들어서 '교사는 코로나도 피해가는 거니? 그런 거니?' 같은 농담 주고 받고 그래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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