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10 10:46
저는 가난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특히나 자신의 가난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요.
서울 변두리 지역 연탄 떼는 아파트에서 이혼하고 생활비없이 아이 하나 데리고 산 상황의 절박함을 말했지요.
원하면 영어강사를 할 수 있고 출판사에서 선금으로 150을 주며 글을 써달라고 하고 무엇보다도 부모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의무가 당연히 없으며 오히려 부모가 부유한 사람은 그 당시 자신의 가난한 상황이 주관적으로는 힘들지만 객관적으로는 아니라는 걸 안다는 제스츄어를 취해야 한다는 거지요.(그게 예의라는 거지, 그렇게 안하면 법에 걸린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적어도 굶어죽거나 아이가 아픈데 병원에 갈 돈이 없어 간단한 병으로도 아이를 잃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아요.
공지영씨는 내가 부자로 태어나서 자랐지만 부조리와 가난을 목도하고 바뀌었다고, 그리고 자신도 가난해서 생계를 위해 글을 썼다고 하는데 이걸 거칠게 말하면
'나도 가난해봐서 아는데...'로 들려요.
정신적으로 힘들고 육체적으로 고되고 세상이 무섭고 막막하고.
이런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면 수긍하겠는데 어제 무릎팍에서는 가난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어요.
나이가 50이라면, 작가라면, 80년대 첫세대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절대빈곤이 뭔지 아는 사람이라면, 본인의 경우를 그렇게 자기연민에 차서 말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어려움과 곤란했던 상황을 이야기하지 말라는게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법에서 이제 그만 자기연민과 나르시시즘을 놓아주어도 된다는 거지요. (사생활 부분을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저는 반복된 이혼 등 개인사로 사람이 피폐해지는 걸 엄살이라고 말하는게 아니구요.
이런 점에서 벙찌고 기가 질렸어요. 예전부터.
근데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최규석 만화에 나오는 가난배틀 등장인물이 된거 같아서 자괴감이 들어요.
부유한 사람을 증오하는게 아니에요.
다만, 가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거죠.
그건 내가 이쪽 눈높이에서 보면 가난한 사람이고, 저쪽 눈높이에서 보면 충분히 부유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2011.02.10 10:53
2011.02.10 10:58
2011.02.10 11:09
2011.02.10 11:14
2011.02.10 11:16
2011.02.10 11:21
2011.02.10 11:21
2011.02.10 11:23
2011.02.10 11:24
2011.02.10 11:25
2011.02.10 11:28
2011.02.10 11:31
2011.02.10 11:35
2011.02.10 11:44
2011.02.10 11:46
2011.02.10 11:50
2011.02.10 12:32
2011.02.10 12:32
2011.02.10 12:48
2011.02.10 13:56
2011.02.10 1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