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 전부터 나타나고 있어요.

 

자정이 넘은 한 밤중에 오붓하게 방바닥에 배깔고 엎드려서 노트북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었어요.

아마 영드 비잉 휴먼이었던것 같아요. 아니면 닥터 후였을 거에요.

모니터에서 나오는 은은한 빛이 제 달덩이 같은 넓은 얼굴에서 반사되어 벽을 비추고 있었는데 (나름 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지요ㅎㅎ)

모니터 프레임의 바깥에 뭔가 기묘한 움직임이 느껴지더라구요.

너무 모니터에 가까이에서 봐서 눈이 나빠진건가 하고 손으로 눈비비고 보니

노트북 쿨러에서 나오는 따뜻한 바람을 느끼고 있는 더듬이 한쌍이 흔들리고 있었어요-_-...아...

 

말 그대로 벌떡일어나서 팔짝뛰었습니다. 머리칼이 쭈뼛 서고 등줄기에선 땀이 흐르고 악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ㅁ;

노트북문 쳐닫고 뭐 대단한 해결책이라도 되는 것처럼 의자에 올라가서 쪼그리고 앉았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벽도 타는 벌렌데 그게 무슨 소용이라고...ㅋ

 

아마 손톱만한 정도만 되었어도 이렇게 깜짝 놀라지도 않았을 거에요.

너비는 오백원짜리 동전만하고 길이는 손가락 두마디정도 되었던것 같아요.

 

팔짝뛰고 난리떠는 사이에 벌레는 어딘가 사라지고 없었지만

잡지 않고 이대로 잠들면 얼굴에 기어오를지도 모르고,  깨어있어도 계속 이런 서프라이즈 파티^^... 를 당할 것 같다는 생각 에 마음잡고

책상 밑이고 서랍장밑이고 바닥에 얼굴붙이고 살펴봤습니다. 장농밑 책장밑 어떤 바닥에도 없어서 어떡해하고 질질짜기 시작했습니다;;

못잡으면 쭈삣쭈삣선 머리털때문에 강제 뿌리볼륨퍼머라도 한 것같은 기분을 불시에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자다가 얼굴을 긁었는데 뭔가 집힌다거나 ㅠㅠㅠ 이런 상황만 자꾸 상상되고..

 

결국 벽과 가구뒤쪽사이에 숨어 있는 벌레를 발견했어요. 근데 뭘로잡지?

징징대면서 엄마를 깨웠습니다. 무서워 어떡해 뭘로잡지? 다큰게 모지라게 벌레하나도 못잡고 자는 사람깨워서 징징대냐, 그럼 지금 내가 잡으리? 자는데 SHHHHHEEEE끄럽게!!

등등을 듣고, 스프레이를 뿌리면 질식해서 기어나올테니 그때 모기채로 전기충격을 줘서 잡으라는 지령을 듣고 실행에 옮겼어요.

짜증나게 분해되어서 줍기 괴로웠지만 변기에 물로 내려서버리고... 그리고 그 날은 드라마고 뭐고 노트북 시원한 베란다에 치워놓고

아짜증나 질질질 훌쩍 훌쩍하면서 잠들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바닥에서 노트북을 하는 위험한 짓은 절대 안하고, 책상앞에 앉아  밤늦게 과제를 하고 있는데,

종이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벽에 붙여놓은 종이쪼가리가 몇개 있어서 바람에 흔들리나 보다 했는데,

아직 선풍기도 안내놨고 창문도 안연 방에 바람이 불리가 없지. 나도 참^^

하고 보니 벽에 붙은 종이가 또 기묘하게 한 귀퉁이만 들썩이고 있어서 급 패닉...ㅠㅠㅠㅠ

분명 전에 죽인 것과 같은 크기인데다, 또 같은 곳으로 숨었어요.

결국 앞과 똑같이 처리는 했지만 식은땀은 여전히 흐르고...  그래도 이젠 어떻게 할 줄 아니까 징징대지 않은 것만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방금,

이전에 본것 보다 더 큰 녀석이 거실 천장에 붙어있는 걸 봤습니다.

잔에 물을 따라서 시원하게 벌컥벌컥 고개를 뒤로 젖히고 마시는 순간 발견했어요.

왜그렇게 징그럽게 큰거죠? 왜 그렇게 위협적인 거죠? 하...ㅠㅠ

그래도 최근에 몇번 경험치좀 쌓았으니 예전에 하던대로 하면 된다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스프레이를 들고 나왔습니다.

스프레이도 위험하고 그 위에 떨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개밥그릇과 개물그릇은 안전하게 방안에 놓고 문을 닫았습니다.

모기용 스프레이지만 뿌리면 저건 당황에서 바닥에 똑떨어질것이고

오른손에 든 모기채로 기절시킨다음에 변기에 수장시키면 되겠지!

 

착각이었어요.

 

진짜로 날더군요.

그냥 닭이 횟대에서 땅으로 내려올때 착지를 돕기위해서 푸드덕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로 참새나 비둘기나...나방처럼 날았어요.

날갯짓하면서 사선으로 똑 바닥을 향했다면 비웃어줄 수 있었겠지만, 마치 지속적인 만남을 암시하기라도 하는것처럼 무한대 표시로 ∞ 날았...다고 느낀거면 좀 피해망상인 거겠죠?....하하;;

여튼 아래뿐 아니라 위로도 날았어요..... 전 고작 모기퇴치용으로 오렌지향이나 날뿐인 스프레이를 패닉상태에서 사방에 뿌려댔는데 또 사라졌어요.

대체 왜 소리까지 나는거에요? 진짜....

 

정신줄 잡고 보니.. 테이블 위에 배낭이 열린채로 놓여있고 제발 거긴 안돼 아니어야해..하고 뒤집어서 털어보니 없었어요. 아이 다행...ㅠㅠ

전처럼 바닥에 얼굴을 붙이고 근처의 가구밑에 있나 확인할 용기가 안나서 겁나 무거운 TV장을 끌어내서 바닥을 확인해보니 있어요...

누워서 미친듯이 발버둥치는 까맣고 큰 벌레가 요기잉네...으웍

전처럼 모기채로 지진후 또다시 수장시켰어요.

오밤중에 무지하게 땀 뺐네요

 

공교롭게도 벌레를 맞닥뜨리기 전에 육류를 대신하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생산효율이 훨씬 높은 곤충을 먹는 것을 제안하는 영상을 봤어요.

그걸 보면서 메뚜기는 새우와 비슷하다니 맛있을게 분명하고, 어쩌면 애벌레도 먹을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래도 오늘 본 것 같은 바퀴벌레는 절대 안돼요. -_-

제가 완전 터프해져서 너따위 내가 아그작아그작 씹어서 황천길로 보내주마 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몰라도....

 

바퀴벌레를 맨손이나 맨발로 사냥하고 무심하게 물로 씻던 시절이 있었어요. 조의 아파트도 아무렇지 않게 보고.

이 글을 이렇게 쓰고 나면 더 이상 신경쓰이지 않을까 싶어서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정도 효과가 있는것 같네요.

여전히 비슷한 거 보면 소름은 돋겠지만... 일단 오늘만큼은 덜 신경쓰면서 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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