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일상 모음 the origin

2011.03.01 19:39

nyxity 조회 수:4643



2010년 11월 23일 화요일 : 집에 두고 싶은 것

동진님이 며칠 전에 전기를 쓰지 않는 친환경 가습기를 장만해서 침실 협탁에 놓았다. 참 예쁘다.
"역시 이런 쪽 감각은 동진님이 저보다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집에 두고 싶은 게 있으면 갖다 놓으세요."
"그래도 돼요?"
"그럼요."
"안 되는데, 제이님 학교 가야 하는데......"


2010년 11월 23일 화요일 : 경쟁자

동진님이 침대에 눕더니 하아아 하고 길게 숨을 내쉰다.
"몸에 힘이 쭉 빠져요?" 하고 물었더니, "침대가 저를 안고 있어요." 란다.
그래서 나는 콧김을 내뿜으며 외쳤다.

"크어어어어어어어어어 침대 이노오오오오옴!"


2010년 11월 24일 수요일 : 분노에 제물

법무부에 분노하다가 커피를 쏟았다. 내가 거실에 앉아 크릉! 크릉! 크릉! 하고 씩씩대자 남편이 내 다리를 베고 누워 두 손을 냥이포즈로 오무리고 "미남을 바치오니 분노를 푸옵소서."하며 나를 말똥말똥 올려다본다. 웃고 말았다.


2010년 12월 7일 화요일 : 맥도날드 질주

학교에서 아홉 시까지 수업을 듣고 총회에 참석했다가 열 시에 나왔다. 셔틀을 잘못 타서 산 속 기숙사로 들어갔으나 운 좋게 택시를 잡아 일단 집으로 출발하는데는 성공했다. 하필 오늘이 기말 발제 날이라 저녁도 못 먹은데다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동진님에게 배가 너무 고프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동진님이 나에게 (내가 며칠 전부터 먹고 싶어했던) 햄버거를 구해다 주겠다고, 그 늦은 밤에 걸어서 15분~20분 정도 걸리는 맥도널드까지 한달음에 달려나가 햄버거 세트를 포장해 나왔다. 전화를 했는데 맥도널드에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뛸 수 있는 데까지 뛰자는 마음으로 달렸더니 어느새 맥도널드가 눈 앞에 보였다고 한다. 감자 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 먹었다.


2010년 12월 8일 수요일 : 신곡 발표

왠지 일찍 깨서 오랜만에 동진님표 커피를 마시고 딸기와 도넛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고 출근하는 동진님에게 아침뽀뽀를 했더니 창의력이 폭발, 신곡이 절로 나왔다. 아침에도 멋있어요 쪽쪽쪽~남편이 출근할때 쪽쪽쪽~남편이 반갑다고 쪽쪽쪽~헤어질때 또만나요 쪽쪽쪽~우리는~러브러브~쬮쬮쬮 커어플~쪽쪽쪽~쪽쪽쪽~쪽쪽쪽~커!플!

아 훌륭한 개사다......


2010년 12월 17일 금요일 : 가치관이 다릅니다

동진님과 나란히 누워 아이패드로 지난 여행 사진을 보고 있었다. 음식 사진이 많다. 내가 말했다.
"역시 배가 부르니까 음식 사진을 봐도 마음이 여유로워요."
옆에 있던 동진님이 폭소한다.
"보통 그럴 땐 덜 먹고 싶다고 하는데 '마음이 여유롭다'니...(끅끅끅)......제이님은 역시 대단해요......으하하하하핳!"


2010년 12월 26일 일요일

명동 도향촌의 월병이 먹고 싶다고 계속 찡찡거렸다. 동진님이 교회에 간다고 나가더니, 올 시각이 되어도 안 온다. 내가 종일 누워 찡찡거려 가출하셨나 했는데 이 추운 날 월병을 갖고 돌아오셨다! 그래서 맛있게 월병을 먹었다.


2010년 12월 29일 수요일

동진님이 너무 좋다.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타인의 행복을 내가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영향력의 실존이 사랑이라고도 '느낀다.' 그래서 우선 내가 늘 행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2011년 1월 1일 토요일

시어머님께서 동진님을 보시더니 너무 멋있다며 총각 때 이러고 다녔으면 강남 아가씨들이 졸졸 따라 다녔겠다고, 아무나 골라 만날 수 있었을 거라고 하셨다. 동진님이 오늘 아침에도 너무 너무 멋진 것은 사실이므로 꺄르르 웃으며 "그렇죠! 미남!"이라고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2011년 1월 5일 수요일

자기 전, 누워 동진님을 꼭 끌어안고 "너무너무 고마운 동진님"이라고 하려고 했는데 "너무너무 고마운 제이"라고 해 버렸다. 자의식 돋는 제이.ㅋ


2011년 1월 6일 목요일

동진님 생일이 다가온다. 어떤 생일 선물이 갖고 싶은지 동진님 팔을 베고 누워 물었더니, 갖고 싶은 게 없단다. 그래도 생각해 보라고 했더니 갑자기 정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허공을 응시하며 행복하게 웃는다.

"제이님이 정말 좋아요. 제이가 한 명 더 생겨서 제이 둘이랑 같이 있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아~얼마나 좋을까~"

동진님, 절 좋아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제가 줄 수 있는 선물을 생각해 주세요.......


2011년 1월 7일 금요일

집들이에 온 동기들이 남편을 취조의자(?!)에 앉히고 언제 처음 만났는지, 결혼하려는 생각은 언제 했는지 등을 묻다가, 내가 하려는 일에 대해 어찌 생각하냐고 물었다. 동진님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기 때문에, 제가 옆에서 힘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새삼, 감동했다.


2011년 1월 8일 토요일

누운 채 꼼짝도 하지 않으려는 나의 활동의욕을 홍차와 체리와 초컬릿케익으로 조금 끌어낸 동진님이 부엌에 가서 물을 끓이다 갑자기 "아부라빠빠라 아부야샤빠룹!"이라고 외친다. 동진님이 주는 거 아무 거나 먹어도 정말 괜찮을까?


2011년 1월 11일 화요일

문 뒤에 가방을 걸며 "둥근 해가 떴습니~다" 노래를 하는데, 설거지를 마친 동진님이 들어왔다. "자리에서 일어나서~"하고 다음 가사가 생각이 안 나 동진님을 돌아보며 "일어나서 뭐해요?" 하고 물었더니 동진님이 말했다.

"제이랑 뽀뽀."


2011년 1월 21일 월요일



재균 씨와 저녁을 먹고 귀가하는 동진님에게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문자를 했더니, 구해 보겠다는 답장이 왔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돌아온 동진님이 아포가또를 만들어 주었다. 맛있었다!


남편 자랑 1: 제 행복이 남편의 행복이래요.
자랑 2: 커피스쿨 다녀서 핸드드립 커피를 아주 맛있게 내릴 줄 알아요. 해달라고 할 때마다 해줘요.
자랑 3: 아마복싱 대회에서 상도 탔어요. 챔피언!
자랑 4: 아침마다 뽀뽀해 줘요.
자랑 5: 쪼물쪼물 안마도 해 줘요.
자랑 6: 매일 공부,운동해요. 그제부터는 저랑 같이 그림도 그려요.
자랑 7: 책도 냈어요.[별의 계승자]
자랑 8: 날마다 제이가 천재고 훌륭하고 멋있고 좋다고 말해요.
자랑 9: 그런데 동진님이 더 멋짐!
자랑 10: 동진님은 아는 것도 엄청 많아요!
자랑 11: 제이가 심심해하면 어부바 해 줘요.
자랑 12: 제이가 배고파하면 밥 해 줘요.
자랑 13: 제이가 침대에서 못 일어나면 꼭 안아서 다리 들어 일으켜 줘요.
자랑 14: 뽀뽀 백번
자랑 15: 어린아이에게도 자연스럽게 높임말을 쓰는 사람이에요.
자랑 16: 안전운전해요.
자랑 17: 뭘 하고 있었든 제이가 히잉히잉하면 멈추고 제이랑 놀아줘요.
자랑 18: 날마다 자기 전에 팔베개 하고 꼬옥꼬옥 안고 쓰다듬쓰다듬 해줘요.
자랑 19: 십 년을 알고 지냈지만 한 번도 저를 가르치려 든 적 없어요. 주위에 꼰대질하는 것도 본 적 없어요.
자랑 20: 건프라맨이에요.
자랑 21: 제이 머리카락이 턱에 닿아 간지러울 때에도 제이를 밀어내지 않고 움찔움찔 하면서 참아요.

자랑 22: 팔베개 해 줘서 품에 폭 안겨 있으면 제 등에 손가락으로 "행복" 이나 "제이 만세" , "제이 좋아"라고 써 줘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52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85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304
118417 [아마존프라임바낭] 또 하나의 화나는 드라마, '아우터 레인지'를 봤습니다 [4] 로이배티 2022.05.22 4647
118416 박태환이 200m 은메달 땄네요. [12] 자본주의의돼지 2012.07.31 4647
118415 비정상회담 시청이후.(차별) [13] 커리맨 2014.12.02 4646
118414 너무 빈번해서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은 CF 표절... [14] polyester 2014.07.14 4646
118413 고종석이라는 사람 미쳤네요. [5] soboo 2014.05.19 4646
118412 으악... 윤여준이 문재인 후보 TV찬조연설한다네요 [15] amenic 2012.12.12 4646
118411 팬덤문화의 난감한 예, 재범의 경우 [12] 나와나타샤 2011.01.07 4646
118410 인셉션 영화가 개봉하기 훨씬 전에도 독창적인 꿈을 깨는 킥이 한국의 모 웹툰에 나온 적 있습니다. [5] nishi 2010.08.20 4646
118409 그동안 그린 것들 [19] liece 2012.11.07 4645
118408 내가 부부싸움에 필패하는 이유 [18] 구름진 하늘 2013.01.05 4645
118407 정신적으로는 여자가 남자보다 강한 것 같아요 [9] steves 2012.06.28 4645
118406 이래도 갤럭시2 를 사야하나요? [73] 늦달 2011.05.03 4645
118405 은퇴자금 10억 [14] amenic 2011.04.25 4645
118404 바낭) 세상에 무적자.. 정말 심합니다.. (스포) [9] 이미존재하는익명 2010.09.24 4645
118403 한겨레의 타이틀과 유시민의 절독선언 [9] 베네피트 2010.06.14 4645
118402 인간관계에서 취향의 일치가 중요할까요? [23] meimei 2013.11.06 4644
118401 강추 카메라 어플 소개 [15] 푸른새벽 2012.08.04 4644
118400 신기한 야구장. 폴로 그라운즈 [6] 쵱휴여 2012.05.31 4644
118399 신도림역에서 낯선 여자와 [17] hybris 2012.04.16 4644
118398 [긴급속보] 박원순 후보측의 새로운 의혹이 제기 되었습니다. [14] beer inside 2011.10.17 464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