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영화네요. 런닝타임은 1시간 49분이고 장르는 그냥 드라마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치명적 스포일러는 안 적겠지만 대략 중반까지의 전개는 언급을 피하기가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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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또 주인공 이름이 '최선'일 줄 알았죠.)



 - 때는 대략 세기말, 세기초 쯤 되는 과거입니다. 정확히는 안 나오지만 애들 핸드폰 들고 다니는 걸 보면 그래 보여요.

 암튼 주인공은 여고생 3인방입니다. 집안도 멀쩡하고 공부도 상위권에 키 크고 늘씬하고 예뻐서 연예인이 되겠다는 소영, 반대로 폭력 가정에서 맨날 쥐어 터진 상태로 학교에 오고 집에서 벗어나는 것 외엔 꿈도 희망도 없는 아람, 그리고 가난한 집 외동딸이지만 가정 내 큰 문제는 없고, 그 외에도 별다른 문제는 없으나 그냥 사는 데 별 의욕 없이 친구 관계에만 집착하는 강이. 이렇게 셋이에요. 이 중 진짜 주인공은 방민아씨가 연기한 강이. 이 캐릭터가 원톱 주인공입니다.


 스토리는 뭐... 사실 결말을 제외하곤 클리셰라고 해도 좋을만큼 특별한 사건 같은 게 없어요. 걍 셋이 잘 지내다가 어느 날 가출을 감행하고. 가서 개고생만 하고 돌아온 후 셋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게 되고, 그게 특별한 일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점점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는 거. 그냥 이런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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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한 연도는 안 나와도 이 정도면 대략 20년전이라고 봐야겠죠. 시대 설정에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아마 작가님 개인 사정일 듯.)



 - 영화를 보면서 대략 30분 정도는 좀 애매~ 했어요. 제가 '꿈의 제인'이나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 같은 영화들을 생각하며 봐서 그랬는지 뭔 얘길 하겠다는 영화인지 바로 와닿지가 않더라구요. 결국 한참 지나서야 깨달았죠. 아, 이거 그냥 10대 여자애들 친구 관계에 대한 이야기구나. 부모보다 가족보다 우선시하는 그 소중하기 짝이 없는 친구 관계. 그런데 그 안에 권력 관계도 있고 주도권 싸움, 알력 다툼도 있고 그러다 서로한테 치명적인 상처도 입히고... 뭐 이런 이야기구나. 라고 느꼈고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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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캐 - 호구 - 은근 삐딱선. 사진 한 장으로 관계 정리!)



 - 그런데... 참으로 평도 좋은 이 영화에 대해 이런 얘길 하는 게 참 외람됩니다만. 보면서 계속 '음... 이건 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략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관계와 있을 법한 양상으로 리얼하게 잘 전개되긴 합니다만. 나이가 안 맞아요. 뭐 이런 건 사람마다 다 차이가 있는 것이고 또 제가 여고생들의 인생에 대해 뭐라 단언할 수 있는 입장은 전혀 아니지만요. 40대 아저씨 주제에 건방지게! 그래도 나름 10대 학생들을 많이 지켜보고 대화도 하고 그러고 사는 사람 입장에서 이건 좀 그렇네... 싶었거든요.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이 하는 고민이라든가 저지르는 행동들이라든가 얻게 되는 깨달음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대부분 대략 중학생 때쯤 빡세게 겪고 이미 득도를 한 상태로 고등학생이 되거든요. 콕 찝어서 말하자면 소영 캐릭터가 특히 그렇습니다. 공부 잘 하고 예쁘고 집도 잘 살고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선 핵인싸에 선생들에게 예쁨도 받고 사는 고등학생... 은 저렇게(?) 안 삽니다. 이렇게 단언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건 압니다만. 뭐 그래요. 중학생 땐 저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생은 아니에요. 게다가 고3이라니 더더욱 불가능.


 별 의미 없는 생트집 같지만, 이 영화가 워낙 리얼리즘 분위기를 깔고 가다 보니 그렇습니다. 게다가 주인공 강이와 인생 우울한 친구 아람은 진짜로 상당히 그럴 듯하게 묘사가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 유독 이 소영이란 캐릭터가 튀면서 어색한 느낌을 주는데... 다 보고 나서 검색을 해 보니 음.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였고 원작에선 주인공들이 중학생이었더군요. 바로 납득했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생트집은 일단 여기까지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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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리셰와 현실적 느낌이 적당히 섞인 교실 풍경)



 - 그래서 얘들을 중학생이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기억을 돌이켜보면 꽤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는 평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아끼고 챙기는 좋은 친구들! 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던 세 아이가 동시에 그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뭐 그렇죠. 셋 이상이 모여서 친구가 되면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권력'을 휘두르는 위치의 캐릭터가 하나 생기고. 그걸 그냥 딱 받들어 모시면서도 그게 그냥 '우정'이라고 착각하며 사는 셔틀 캐릭터가 하나 생기구요. 종종 그 친구들 중엔 이런 안 평등한 관계를 몸으로 느끼고 삐딱선을 타는 캐릭터가 또 생기구요. 높은 확률로 그 그룹은 조만간 종말을 맞고 각자 살 길을 찾아 흩어지게 되는데, 그때 가장 먼저 새 팀을 맞나 순조로운 새 인생을 맞게 되는 건 원래부터 '권력' 씩이나 누릴만큼 잘 나갔던 그 분이시고. 또 이런 분들은 새로 맞이한 친구들에게 자기 예전 멤버들 뒷얘길 하며 나쁜 놈들, 이상하고 더러운 애들 만들어 놓고 그러죠. 그 와중에 원래부터 호구 역할이었던 녀석들은 새로운 그룹도 찾지 못하고, 그냥 이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서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되구요. 


 결국 제가 직접 겪어보진 못했지만 수없이 간접적으로 체험한 그 전형적인 스토리를 상당히 잘 재현해 놓은 이야기였어요. 그런 측면에서 괜찮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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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같이 사이 좋을 때도 은근슬쩍 권력자님은 겉도는 모습을 흘려 놓는 것 같은 부분은 꽤 세심하다고 느꼈습니다.)



 - 근데 에... 역시 참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이렇게 세 명의 캐릭터가 너무 딱딱 맞아떨어지니 좀 기성품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보면 감독님께서 이 캐릭터들의 디테일이나 관계 같은 걸 일부러 많이 비워 놓거든요. 어떻게 친해진 사이인지, 각각 집안 사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얘들이 어떤 배경 심리로 이런 일들을 벌이는지... 이런 걸 자세히 보여주는 걸 피해요. 뭐 요즘 나오는 '세련된' 영화들이 흔히 택하는 전략이기도 하고. 또 이럼으로써 오히려 리얼한 느낌도 살리면서 어떤 보편성까지 획득할 수 있고. 뭐 그런 건 알겠습니다만. 그게 좀 티가 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것보다는 조금은 더 캐릭터들을 구체적으로 드러냈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요. 오히려 몰입이 좀 덜 되더군요. 특히 소영이 후반에 저지르는 짓들이 상당히 극악한데 관객 입장에서 캐릭터를 이해할 힌트 같은 게 전혀 주어지지 않구요. 그러면 좀 뭔가 애매한 지점을 남겨놔서 '쟈도 뭔가 사연이 있겠지'라는 생각이라도 하게 해줘야 하는데 유독 이 캐릭터만 그런 여백이 부족해요. 그래서 그냥 단순하게 매우 나쁜 x라는 생각만 들고 막...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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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나. 적당히 거리를 두는 걸로 보여지는 소영 캐릭터.)



 - 그 와중에 [[[제 입장에선]]] 이 영화를 살려준 게 참 의외로 방민아씨였습니다. 이 분 연기를 제대로 본 게 이번이 처음인데 예상보다 훨씬 잘 하더라구요.

 일단 캐스팅 자체가 잘 된 것도 있습니다. 원래 이 분이 아이돌 시절부터 메이크업을 덜 하면 되게 그냥 말갛고 동글동글한 인상이었던 걸로 유명했는데, 영화 내내 그런 상태로 나오고요. 그게 주인공의 '별 의욕도 생각도 없이 인생 대충 사는' 캐릭터랑 너무 딱 맞더라구요. 보면 뭔 일 있을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별로 안 예민해 보이는 멍... 한 표정을 짓는 게 자주 나오는데 그 표정에 너무나 딱인 것이구요.


 또 이렇게 캐스팅이 다 했구나! 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마지막 부분에 가면 격한 감정을 뱉어내는 장면들까지 되게 자연스럽게 잘 해냅니다. 좀 놀랐어요. 대략 1년간 전직 아이돌이 출연한 인디 영화를 네 편 정도 봤는데요. 정수정, 하니, 한승연, 소진, 방민아... 요렇게 놓고 봤을 때 군계일학급일 뿐더러 그냥 전문 배우라고 쳐도 상당히 좋다 싶을 정도. 아니 뭐 아이돌 데뷔한 이래로 이런저런 작품들에 종종 얼굴 비춘 게 있어서 경력으로 따지면 거의 10년 되는 연기자이겠습니다만. 그래도 어쨌든... 잘 하더라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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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당시 28세. 고딩 역할에 어색하단 느낌은 별로 안 들었던 방민아씨의 마스크가 인상적입니다.)



 - 그래서 대략 정리를 하자면...

 인디 영화들을 보다보면 이 쪽에도 마치 헐리웃 장르물들 보듯이 뭔가 좀 비슷해 보이는 특징 같은 게 있어요. '인디 기성품'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뭐 암튼.

 역시 그런 느낌이 꽤 강한 영화라 개인적으로 그렇게 큰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만. 단순히 제 감수성 부족 탓일 수도 있겠구요. ㅋㅋ

 그래도 어쨌거나 완성도는 준수했구요. 제가 거의 클리셰스럽다고 투덜거린 셋의 관계 이야기도 직접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에겐 정말 절실하게 와닿는 부분일 수 있겠죠.

 하지만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우리 방민아씨의 연기는 참 좋았습니다. 이렇게 영화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든든하게 끌고 갈 레벨이라니. 앞날이 밝아요. 앞으로 더 많은 작품 자주 하는 모습 보게 됐을 좋겠네요. 하하.

 ...라고 대략 마무리합니다.




 + 원작과 결말의 디테일이 좀 다르더군요. 뭐 그것 말고도 차이점이 꽤 있던데 암튼 결말도 많이 달라요. 근데 그 결말이 결코 영화판보다 희망적이지 않은데 작가님은 인터뷰에서 '그거 해피엔딩인데?'라는 드립을... ㅋㅋㅋㅋ 뭐 10년간 꿨던 '악몽'들을 모으고 이어 붙여서 만든 이야기라니 그럴 수도 있긴 하겠습니다만.



 ++ 전부터 아이돌 하다 배우로 전업하시는 분들이 맨날 흔한 K-연속극에서 그냥 그런 빈칸 메꾸기용 캐릭터 같은 거나 맡으면서 소진되는 게 좀 아깝다고 생각했거든요. 정말로 진지하게 연기를 하고 싶으면 차라리 독립 영화 쪽으로 가서 연기할만한 캐릭터를 맡아서 경력을 쌓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요즘 그런 경우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 반갑습니다. 위에서 매우 심플하게 다 '방민아 미만 잡'처럼 취급해버린 정수정, 한승연, 하니, 소진씨 죄송합니다. ㅋㅋㅋ 화이팅이에요.



 +++ 네이버로 검색하면 출연진에 주인공 3인방 딱 나오고 끝이구요. 구글로 검색해봐도 거기에다가 김민재씨 정도만 추가되고 끝이구요. imdb까지 들어가봐도 역시 주인공 3인방만 나오고 끝이더군요. 분명 중간에 살짝 '액션히어로'의 이석형 배우가 카메오 출연한 게 보였다고 생각해서 찾아본 건데, 뭐 특별 출연이야 안 적어줄 수도 있지만 주인공 엄마 아빠까지 투명인간 되어 버린 건 좀. 네이버가 안 해주면 영화 만든 분들께서라도 정보 업뎃 좀 해주세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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