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 속의 미사' 잡담

2021.09.29 13:58

thoma 조회 수:670

몇 분의 글이 있어서 저는 그냥 의식의 흐름을 따라 아무 말이나 해보려고요.

머리 땋은 열혈 신자분은 제 경험상으론 보기 힘든 캐릭터더군요. 드라마나 영화엔 흔한데 성당 주변인들 중엔 미사나 공식 모임 이외의 시간에 성경 구절을 인용해서 말하는 사람을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많이 아는 분이 드문지, 한국 성당 사람들은 열의가 부족한지.. 실 생활에서 대면시 성경 구절을 인용하는 경우는 거의 부정적인 장면인 것 같아요. 그걸 입에 올리는 사람은 경고나 징벌적 목적에서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좋은 책인데 더 멀어지게 합니다. 그리고 그 여자분의 긴 복장은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입는지? 개신교의 장로, 집사같은 일반 신자에게 부여하는 직급이 천주교엔 없죠. 처음 본 역할입니다. 수녀님들이 그런 일을 하시긴 하죠. 저긴 외딴 섬이라 수녀들이 없어서 그이에게 역할을 맡기며 옷도 정해 주었을 수도? 댓글에서 이미 썼지만 미국은 신부님들이 같은 성당에서 수십 년 근무하는지. 우리나라는 5년인가 6년인가만에 인사이동하는데, 이게 적용된다면 이 드라마의 중요한 동기가 성립이 안 되었겠죠. 이 섬 위치가 어딘지도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개신교의 세가 월등한 미국에서 이 섬에 개신교회는 없고 천주교회만 있는데 구교가 센 지역이 동북부 어딘가 있나 싶기도 하고, 작가가 신교보다 구교가 고딕스러운 분위기에 어울린다 생각해서 신부나 성당을 설정한 것인가 싶기도 하네요. 

신부가 미사 때 과하게 열정적인 강연을 합니다. 이것도 저의 실제 경험과 다르던데(신부님들 강연은 잠이 오곤 했어요) 아마 성혈에 들어간 첨가물 때문인 듯. 섬의 의사가 친구와 잡담하며 '저 신부 왜 자꾸 나를 볼까? 저번 원래 있던 신부도 그랬거든. 내 정체를 알아채나봐'(성정체성을 말하나봐요) 다 보고 나서야 이 부분이 떠올랐어요. 세심한 힌트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제2의 인생계획을 밀고 나가다가 마지막 화 끝부분에서 밑도 끝도 없이 개심한다는 건 좀 어이없었어요.

저는 이 신부보다 아래 사진의 이분이 성직자스러웠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신부님 같은 성직자가 아니라 수도자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4년간 수도생활에 준하는 생활을 했으니 그런 분위기가 생겼을까. 원래 기질도 그런 경향이 있어보였습니다. 세상사에 밀착하지 못하는 느낌 말이죠. 외모도 복장만 갖추면 완전 수도사. 그런데 이왕 보트 위의 일을 작정했으면 많은 사람들을 모아서 설명하고 보여줬으면 일이 그렇게까지 되진 않았지 싶은데요. 여튼 등장 인물 중 유일한 희망이라고 여기고 있다가 깜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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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섬' 하면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때문에 생긴 검은 점이 이 드라마로 살짝 짙어졌습니다. 함부로 터를 잡고 살기 힘듦. 뭔 일 있으면 배 없으면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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