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트럼보' 봤어요.

2021.10.20 19:13

thoma 조회 수:662

Trumbo,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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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로치 감독의 이 영화도 오래 묵혔다가 이제 봤습니다. 관심은 갔지만 손이 잘 안 가서요. 전형적인 헐리웃 스타일의 인생드라마입니다. 

2차대전 후 헐리웃 포함해서 미국 문화계에 몰아닥친 공산주의자 때려잡기 광풍에 휘말렸던 달튼 트럼보라는 유명 시나리오 작가의 고전과 역전의 스토리예요. 

포스터에도 적혀 있듯이 '로마의 휴일'의 작가지만 사후에 알려져서 정정되었고, 그밖에 더 브레이브 원, 스파르타쿠스, 영광의 탈출 등의 작가로 아카데미 2회 수상을 한 작가였다고 합니다. 이 영화로 검색하면 줄거리와 배경이 되는 빨갱이색출위원회의 활동 등은 금방 나오고, 많이 아실 것 같습니다.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만 적어 보려고요. 일단 주인공 작가 역의 배우. '브레이킹 배드'의 교사이자 마약제조자 브라이언 크랜스톤이 너무나 그럴듯한 인물 연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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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물에 관해 책도 있고 유명한 사람이니 증언할 사람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크랜스톤이 자료나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는데 그 준비에 더해서 배우 자신의 개성이 어우러져 설득력 있는 연기가 나왔습니다. 실제로 트롬보란 사람과 닮았는가와는 아무 상관없이 인물 표현이 참으로 그럴듯하고 신뢰감 생기는 연기를 했습니다.(그해 아카데미에서 이분이 수상 못 한 것이 이상합니다. 찾아보니 디카프리오가 받았네요...) 50년대 전후의 작가라면 이랬지 않을까 싶은, 낭만성 제로의 작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쓰기, 타자치기, 오려 붙이기 같은 일을 하는 것을 보면 글쓰기가 머리 쓰는 일이면서 더불어 육체적인 노동임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후반 접어들어 자기 아내와 다투며 내 열 손가락으로 먹여살리는 집구석에서까지 내가 거부당해야 돼? 이런 비슷한 말을 하는데 이때도 열 손가락으로 일한다는 얘길 하지요. 시간 안에 마쳐야 할 끊임없는 노동과 써봐야 알지, 라는 표현으로 글쓰는 작업의 고단함과 성격을 잘 드러내요. 방해 받지 않고 집중하기 위해 목욕탕 욕조에서 자주 글을 썼던 모양입니다. 위 사진에서 오른쪽 실제 인물 다큐멘터리도 2007년에 나왔다고 합니다.  


트럼보는 말하자면 강남좌파인데 영화 앞 부분에서 주인공만큼 특급 시나리오 작가가 아닌, 뜻이 같은 동료와 다음처럼 대화합니다. 

'너는 말만 급진적이지 실질은 부자로 사니 신뢰가 안 가, 개인 호수까지 있는 인간이 이걸 잃을 수도 있는 싸움을 할 수 있겠냐' 그러자, '(호수 이런 거 없으면) 따분하잖아. 난 순교를 경멸하고 헛된 싸움도 안 해. 잃을 생각 없지. 하지만 잃을 각오는 돼 있다. 급진주의자와 부자는 궁합이 맞아. 예수의 순수함과 사탄의 교활함의 결합이지.' 합니다. 이런 장면 보면 크랜스톤이 연기하는 트럼보가 신뢰가 가요. 좌파란 경제적인 여유를 즐기는 것과 상관없이 여차하면 잃을 각오가 되어 있는, 상황에 따라 내놓는 것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들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세금의 형태로 법대로 순리대로라면 제일 좋을 것 같고요. 

영화의 중반 정도까지는 장면도 좋고 대사도 좋고 흥미로워요.(고난의 형태는 다양하고 재미있는데 성공의 여정은 비슷하고 지루하다,라고 톨스토이가.) 그런데 감옥에서 나온 이후엔 이야기가 늘 보던 식으로 전개되면서 지루해집니다. 특히 마지막에 연설 장면은 아무리 인물에 대한 대접이라 할지라도 좀 다르게 갔더라면 싶더군요.


1.  커크 더글라스는 '스파르타쿠스' 하면서 큐브릭 감독을 괴롭혔다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 대본을 들고 트럼보를 찾아옵니다. 트럼보가 더글라스 구미에 맞춰 수정해줘서 영화가 산으로 간 부분이 생겼나 의심이 들더군요. 

2.  존 웨인은 영화인들 구분, 색출에 앞장 섰던 모양인데 이 영화는 대략 호의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대체로 배우들에게는 호의적인 것 같아요.

3.  엘르 패닝이 후반부에 트럼보의 큰 딸로 나오는데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탁 돌릴 때면 오, 요정이잖아,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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