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4 20:30
All the Money in the World, 2017
리들리 스콧 감독작. 많이 보셨죠? 저는 넷플릭스에 최근 올라 와 봤습니다.
1973년, 당시 세계 최고 부자 게티 집안의 손자(16세)가 로마에서 납치된 사건이 영화화 되었어요.
영국에서 할아버지가 보낸 협상가와 엄마, 이 두 사람이 얘를 구하기 위해 돈줄인 할아버지 게티와 인질범들 사이에서 애를 써야 하는 녹록치 않은 상황을 보여 주는 내용으로 돼 있어요.
돈만 주면 애는 무사할 텐데 보통 사람과 사고방식이 다른 부자의 머리 굴리기 때문에 사건은 꼬이고 위기도 생기고 그럽니다. 처음에 범인들은 1700만 달러를 요구했는데 이 부자 할배의
(후려치기로) 협상력으로 300만에 딜을 합니다. 그 과정에 애가 다치기도 하고.
아무나 그 정도 부자가 되겠습니까? 우리 나라에도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이 있죠. 무지막지한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 훼손된 부자의 인간성을 이해해 보고자, 거기 빌붙어 어찌어찌
살아야 하는 일반 사람들이 머리를 수그리기 위해 만든 말이 아닐까 싶네요.
게티 가의 납치 사건은 이 영화로 처음 알았어요. 보고 나서 검색해 보니 영화는 실제 사건에 거의 충실한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의 흥미를 끌 요소가 충분하고, 영화화 되기에 딱 좋을 이
야기 아닌가요. 납치되었던 게티3세의 경우는 이후 삶까지 포함해서 소위 영화보다 더한 현실의 주인공이었어요.
배우들 연기가 모두 매끄럽고, 과잉없고 적절했습니다. 마크 월버그 배우의 협상가 캐릭터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상상의 드라마가 개입된 느낌이었는데 극적 재미를 위해 그러려니 하고
봤습니다. 당연히 누군가에 이입하거나 하는 영화일 수는 없고, 냉혹한 부자의 내부를 보여 주는데 전체적으로 거리를 두고 멀찍이서 보는 느낌이 들도록 그렸습니다.
라우더밀크
아마존 프라임에서 우연히 '라우더밀크'라는 드라마를 봤어요. 1시즌 4회차를 보고 있는데 꽤 재미있습니다.
라우더밀크라는 입빠르고 잔머리 잘 굴리는 전직 논픽션작가이며 현 중독 상담사가 주인공입니다. 대사빨이 좋아요. 주인공, 동거인 비롯 주변인, 중독자 모임 사람들 이야기로 전개되는
데 지금까진 내용 자연스럽고 재치와 유머가 저에겐 맞는 것 같습니다.
한 회 30분 안쪽으로 10회차 구성입니다. 근데 원래 있었던 것 같은데 2, 3 시즌은 어디가고 없어졌네요. 혹시 가입 중 볼거리를 찾으신다면 추천드립니다.
얼굴 없는 눈(Les Yeux sans visage, 1960)
언젠가 보려는 목록에 있던 것인데 얼마전 모 님의 리뷰를 본 이후에 시리즈온에서 쿠폰까지 사용하니 워낙 싸져서 선택했던 옛날 영화입니다.
중심 인물들이 다들 끔찍한 짓을 하고 있는데 왜 하나도 안 끔찍하게 보이고 심지어 고상하게 보이는 것인가요. 딸이 그중 최고 저세상 우아미를 지녔는데 아빠와 조수분도 다 젊잖으신
분들로 보입니다. 하고 있는 짓을 생각하면 어의없지만 그냥 그렇게 보입니다. 흑백이라 피 색이 표현 안 되어 그럴까요. 뭐가 문제인진 몰라도 고상함과 품위가 흉악한 범죄와 잔인함을
안중에도 없게 만드네요.
마지막 장면은 그런 분위기의 절정입니다. 얼굴 대신 우아미 혹은 숭고미 같은 걸 바꿔 갖기로 한 것인가요.
2021.11.04 20:46
2021.11.04 20:51
손자 배우는 '린 온 피트'에서 좋은 연기했어요. 싹수 있나 봐요.
마지막 환상적인 사진은 선명한 짤 구하기 힘들어서 로이배티님 리뷰에서 슬쩍했음을 실토합니다. 널리 양해를...
2021.11.04 21:59
어차피 저도 퍼온 짤인데 무슨 양해를 하겠습니까. ㅋㅋ
'린 온 피트'가 뭔가 찾아보니 제가 딱 기피하는 감동 스토리 같은데... 배우가 맘에 들어서 조금 고민되네요. 일단 '올 더 머니' 먼저 보고 고민해 보는 걸로.
2021.11.05 01:39
감동...도 있긴한데 기본적으로 무책임한 부모 손에서 자란 소년의 거친 현실 속 대수난극입니다. 엄청 보기 힘들어요. 참고하시길....
2021.11.04 21:33
2021.11.04 21:52
2021.11.04 22:24
로브 로, 칼리스타 플록하트와 꽤 여러 시즌 갔던 <Brothers and sisters>에도 나왔고 <센터 오브 더 월드>에서도 조연으로 등장하죠.
시에나 밀러가 난잡하단 이미지가 좀 있었어요.
2021.11.04 21:58
네, 읽었어요.
납치 시기에 손자가 14 명이었는데 걔 땜에 돈 지불하면 딴 애들도 납치해서 돈 내라고 하지 않겠냐 면서 지불을 거부했답니다.
2021.11.04 22:15
2021.11.04 22:44
마크월버그..그렇죠.
그 장면에서 아직 소년이라 할 수 있는 손자의 수난이 참담하게 다가온 것 같아요. 감독도 그걸 노렸을 것 같고요.
2021.11.05 10:43
라우더밀크 은근히 재미있지요. 패럴리들이 만든 코미디들은 막장인 것 같으면서도 따뜻한 시선이 느껴져서 좋아요. 캐릭터들도 마음에 들고 의외로 깊이 공감되는 부분도 꽤 있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2,3시즌은 국내배급문제로 아마존에서 스트리밍이 안되는것 같아요. KT가 서비스하는 시즌에서는 볼 수 있긴합니다만...앱에서만 되는 것 같고 가격정책도 뭔가 억울한 기분이들고 해서 선뜻 손이 안가더군요.
2021.11.05 14:04
네, 은근 소소하게 재밌네요. 건물 밖 장면을 보면 추워보이고 젖어 있고 그렇더니만 배경 도시가 비 많이 온다는 시애틀이네요.
2021.11.05 15:36
그린북의 피터 패럴리 감독이었군요. 이제 알았어요. 그린북은 좀 평작에 실망스런 면도 있었는데 이 드라마는 지금까진 재미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올 더 머니' 저 영화엔 플러머가 둘 나오는군요. 유명한 (크리스토퍼) 플러머, 안 유명한 (찰리) 플러머. 그것도 가족으로!
제가 최근에 찰리 플러머 나오는 영화를 봐서 둘이 분명 친척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하. 마크 월버그가 좀 걸리긴 하지만 전 리들리 스콧도 좋아하니 일단 그냥 보도록 하겠습니다.
'얼굴 없는 눈'은 좀 괴상한 재미가 있었죠. 말씀하신대로 넘나 우아하고 아름다운 영상미나 등장인물들이 끔찍한 사건을 묻어버리는 느낌이랄까. ㅋㅋ 듀나님 리뷰를 보니 이게 그 시절 기준 상당히 도덕적인 선을 넘는 이야기였다고 하더라구요. 아마 나쁜 짓 하는 놈들의 우아하고 상식적인 모습도 그런 '선 넘기'를 의도하고 설정된 게 아니었나 싶어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 정말 좋죠. 좀 짧긴 한데 그래도 흑백 영상의 톤과 조명에 주인공 차림새와 자태까지 더해져서 환상적인 느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