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영화이니 16년만에 본 셈이네요. 암튼 장르는 호러, 스포일러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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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그럴싸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촬영 현장 상황을 상상하게 돼서 웃음도 나오는 포스터입니다.)



 - 급류에서 래프팅을 즐기는 튼튼 건강한 여성 셋이 보입니다. 그 중 한 명은 결혼해서 남편과 어린 딸도 있고 이 분이 주인공이에요. 래프팅을 마치고 가족끼리 차를 타고 귀가하던 중에 남편이 딴 데 정신을 팔아서 앞차와 추돌. 그리고 남편과 딸이 죽습니다. 홀로 남아 병원에서 절규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다 1년 후로 점프.

 조금 전의 그 일로 주인공은 멘탈이 나가 폐인처럼 살았던 모양이고. 이 녀석 기운 북돋아준다고 친구들이 여행을 계획했어요. 근데 이 분들은 하나 같이 다 건강 튼튼한 하드코어 스포츠 매니아님들이셔서 '힐링 여행'을 한답시고 잡아 놓은 계획이 동굴 탐사네요. ㅋㅋㅋ 암튼 그래서 친구 여섯,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우리의 주인공들은 그 중 리더격인 '주노'라는 친구의 인솔을 따라 깊은 산속 동굴 속으로 점프 인! 합니다만. 뭐... 장르의 순리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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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하 그 동굴에 들어가지 마오...)



 - 비평가들 평가도 되게 높았고 관객들의 평가도 아주 좋았죠. 여러모로 훌륭한 호러 영화였던 것인데요. 이걸 제가 안 보고 16년을 버티게 된 이유는... 소재 때문입니다. 예고편만 봐도 나오는 것이니 맘 편히 얘기하자면, 제가 원래 어두컴컴한 곳에서 못생긴 괴물들이 뛰쳐나와서 사람 뜯어 먹는 구경을 안 좋아합니다. =ㅅ= 에일리언은 흉악하지만 간지나게 흉악하잖아요. 제가 크리쳐물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불쾌감만 느껴지는 식으로 못생긴 크리쳐들은 싫어요... 특히나 그게 사람들 '뜯어 먹으면' 더더욱 싫구요.


 덧붙여서 사실 대자연에서 개고생하는 사람들 이야기도 별로 안 좋아합니다. 보고 있으면 넘나 피곤하고 지쳐요. 제가 그래서 '레버넌트'도 아직 안 본 사람인데, 이렇게 대자연 개고생 영화에 사람 뜯어 먹는 못생긴 크리쳐까지 나온다니 도저히 볼 엄두가 안 났어요. 뭐 이런 바보 같은 이유였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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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거요! 이런 거 싫어한다구요!!! 대자연 극혐!!!)



 - 막상 보기 시작한 후로... 일단 두 가지 정도가 좀 당황스러웠어요.


 일단 그렇게 호평받은 영화 치고는 캐릭터 묘사가 많이 약하더라구요. 여자만 여섯명 나오는데 그 중 주인공과 무리의 리더격 친구, 그리고 기운이 뻗쳐 마구 날뛰는 뉴비(?) 멤버 하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셋은 그냥 잘 구분이 안 돼서 대략 20분 정도는 구분을 포기하고 봤습니다. 그나마 구분이 되는 사람들도 뭔가 다 스테레오 타잎 느낌이었구요.


 그리고 당연히 나와야할 그 괴물님이 안 나오십니다? ㅋㅋ 거의 한 시간이 지나갈 때까지도 그냥 계속 줄기차게 동굴 탐험만 하더라구요. 중간에 슬쩍슬쩍 떡밥을 날려주긴 하지만 결국 런닝타임의 절반이 Women vs Cave 였어요. 이런 영화일 줄은 몰랐던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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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지금도 역할 말고 얼굴로 기억하는 건 셋 뿐입니다. ㅋㅋ)



 - 근데 결국 그게 다 괜찮더라구요.


 일단 인물들은 뭐, 사람이 많다 보니 여섯명을 다 배경 넣고 디테일 넣고 해가며 런닝타임 소진하느니 다짜고짜 사건에 던져 넣고 이후에 벌어지는 사건들로 표현하자. 라는 전략으로 간 것 같은데 그게 적절하게 잘 먹혔습니다. 최초의 희생자가 나오기까지 시간도 꽤 소요되는 편이라 그 전에 대략 파악 다 되더라구요. 뭐 그렇게 확 정 들진 않았지만 최소한 단순하게 시체 숫자 늘리기용 캐릭터로 사람 숫자를 정했다는 느낌은 안 들 정도.


 그리고 굳이 괴물이 나오지 않아도 이들의 동굴 속 개고생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 같은 부분들만으로도 한 시간의 런닝타임은 충분하고도 남을만큼 재밌고 긴장되게 잘 꾸렸습니다. 제작비도 많이 못 썼을 텐데 동굴 속 어둠고 캄캄하게 꿈도 희망도 없는 분위기를 되게 잘 살렸더라구요.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차근차근 지옥을 향해 전진하는 느낌이랄까요.

 덧붙여서 주인공 여섯이 모두 동굴 탐험에 있어 상당한 실력자라는 설정도 괜찮았습니다. 전 뭐 그냥 한 두 명만 실력자고 나머지는 묻어가는 애들이라는 설정일 줄 알았는데. 여섯이 모두 도구도 잘 다루고 위기 대처 능력도 좋아서 그냥 이 양반들이 동굴 헤매는 모습들만 봐도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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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히려 괴물 상대 장면들보다도 긴장감이 더 높았습니다.)



 - 괴물이 등장한 후도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습니다. 

 일단 괴물의 능력치가 잘 조정되어 있더라구요. 관객들 겁 좀 주겠다고 쓸 데 없이 강력하게 보여주는 우를 범하지 않았습니다. 불쾌하고 강력하지만 동시에 '우와아앙아 저리가!!!' 하고 등산 장비 휘두르는 일반인 여성들에게 맞아 죽어도 그렇게 이상하진 않을 정도랄까... ㅋㅋ 특별한 괴물이라기보단 그저 동굴 생활에 최적화된 원시인류 같은 느낌이었는데요. 간단하게나마 나름 생태 묘사 살짝씩 해주는 것도 괜찮았고. 딱 아주 적당한 괴물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람 뜯어 먹는 건 보기 싫었


 하지만 동시에... 이 놈들 자체는 그리 임팩트가 강하지 않아서 굳이 속편을 만든 이유를 모르겠더라구요. 뭐 흥행한 영화는 무조건 속편으로 우려 먹는 게 호러판 상식이긴 하지만요. 전혀 매력적인 괴물은 아닌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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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들보다 이런 좁고 어두운 곳을 기어다니는 모습이 더 무서웠습니다.)



 - 단점이라기보단 좀 아쉬운 부분들이 있긴 합니다.

 지옥 같은 분위기 묘사도 좋고 동굴 탐험, 괴물과의 액션도 좋고 다 좋은데,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는 살짝 얕은 느낌이었어요. 주인공들의 내적 갈등과 고통을 조금만 더 진짜처럼 와닿게 표현해 줬다면 문자 그대로 '지옥을 향해 끝없이 하강하는' 느낌의 시각적인 묘사와 어우러져서 마지막에 정말 강력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제겐 거기까지 도달하진 못한 걸로 느껴졌구요.


 막판에 주인공이 각성(?)해서 여전사 모드로 활약하는 것도 아주 살짝 그때까지 끌어 온 이야기 톤과 안 맞는 듯한 느낌이 있었어요. 톤도 그렇고 캐릭터의 변화도 많이 급격해서. 심지어 각성 후로는 비주얼도 달라 보이더라니까요. 갑자기 체격도 위풍당당해 보이고 표정도 액션 스타 같은 게 진짜 '전사'로 보였음. ㅋㅋㅋㅋ


 그리고 위의 두 가지가 합쳐져서 뭔가 영화가 재밌게 잘 만들었지만 이야기나 캐릭터들이 묘하게 가볍다... 이런 느낌이 좀 들긴 했어요.

 비주얼은 장중한데 벌어지는 이야기가 그거랑 약간 언밸런스였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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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찮은 미물놈들을 간단히 무찌르고 Battle Cry를 발사 중인 여전사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제가 안 좋아하는 종류의 이야기임에도 완전 집중하고 긴장해가며 끝까지 달렸네요.

 영화를 너무 좋게 봐서 바로 감독을 검색해 봤는데... 이렇게 끝내주는 알찬 호러를 만든 양반이 이후 커리어가 영 별로인 건 아쉽지만 뭐, 이런 작품 하나 남긴 게 어딥니까.

 암튼 워낙 오래 묵고 또 유명한 영화라 어지간하면 다들 보셨을 테니 제가 길게 뭐라 떠들기도 뭐하네요.

 전 아주 재밌게 봤구요. 아직 안 보신 호러 팬이 계시다면 얼른 보시길. 근데 그런 분이 얼마나 있으실까요. ㅋㅋ




 + 사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도입부였습니다. 숙소에서 일찌감치 일어나서 동굴로 향하는 부분이었는데... 아. 쉰다고 여행 가서는 저런 불편한 숙소에서 자고. 그것도 새벽까지 술 퍼먹어 놓고선 7시도 전에 일어나고. 그 상태로 또 험한 산길을 하아아안참 걸어가고. 그러고나서 들어가는 곳은 불 꺼지면 아무 것도 안 보이는 동굴에다가 계속해서 점점 더 좁은 구멍으로 스스로 기어들어가다니... 보기만 해도 너무 피곤해서 고통스럽더라구요. 제가 또 약간 등산 혐오자라 더더욱. ㅋㅋㅋㅋ 친구들끼리 오랜만에 만났으면 걍 집에 모여 맛있는 거 먹으면서 넷플릭스나 보라고!! 왜 그렇게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개고생하고 죽으러들 가니... ㅠㅜ



 ++ 이 영화를 보던 제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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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로 적힌 짤을 못 구해서 말이죠. ㅋㅋ 이것도 이제 넘나 고전이 되어버린 것이라 요즘 젊은이들(?)은 존재 자체를 모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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