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8 22:46
- 2010년작이고 영국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2시간 9분. 장르는 드라마구요.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보통 제가 즐겨보는 영화라면 저 불길하게 생긴(?) 나무 아래에 저 삽으로 사람을 묻어야 하지만 그런 거 안 나오구요.)
- 배경은 영국, 런던입니다. 톰과 제리(의도적인 작명이겠죠. 극중 본인들도 이걸 의식하고 있거든요 ㅋㅋ)라는 초로의 부부가 주인공이고 이들이 사는 집이 주요 배경이에요. 이 둘은 정말 인위적이다 싶을 정도로 완벽한 삶을 살고 있죠. 둘 다 환갑이 넘은 나이까지 전문직 현역으로서 능력 발휘하며 잘 살고 있구요. 아들 하나 낳아서 바르고 쾌활한 녀석으로 잘 키웠구요. 셋이 모두 다 함께 투게더로 관계도 넘나 좋아요. 다들 사상도 정치적으로 올바르면서 교양 넘치고 언변들도 좋고 주변 사람들 잘 챙기구요. 도대체 저 인간들 삶에 그림자라는 게 존재는 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셋입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이 셋으론 얘기가 안 되겠죠.
그래서 제리의 직장 동료 메리라는 여성이 등장합니다. 이 분은 그야말로 톰과 제리에게 결핍(?)된 모자람들을 다 집약시켜 놓은 듯한 양반이에요. 나이는 이 둘보다 살짝 차이가 나게, 상대적으로 젊습니다만 그래도 일반적인 의미로 '젊은' 나이는 전혀 아니구요. 늘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매우 비자발적인 싱글로 살면서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인생이 쭉 우울하긴 했지만 본인의 하소연을 잘 들어보면 결국 다 본인의 잘못된 선택들이 거듭된 결과이구요. 경제적 상황도 안 좋고. 상황 판단력이 심히 떨어지는 와중에 눈치도 없고 결정적으로... 아닌 척하지만 결국 자기 밖에 모릅니다. 어찌보면 지금 그 모양 그 꼴로라도 살아서 사회생활하며 버티고 있는게 용타 싶을 정도로 멘탈도 다 망가져 있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바로 이 '메리'가 도덕책 속 삽화 가정의 실사 버전 같은 톰과 제리가 살고 있는 인생의 일부분이 되길 간절히 원하며, 자꾸만 출몰해서 좌충우돌하다가 스스로의 목을 조여가는 과정을 참으로 차분 무심 시크하게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그냥 재밌어서 올려 보는 다른 나라 버전 포스터. 다 좋은데 레슬리 맨빌은 별로 안 닮았...)
- 원제는 'Another Year' 더군요. 그대로 번역하자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또 한 해' 정도 되려나요. 근데 뭐 지금 제목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세기말 유행이었던 '세상의 모든 ~~' 시리즈 생각도 나고 좋더군요. ㅋㅋ 다만 그렇게 영화 내용과 잘 맞는 것 같지는 않구요. 영화 구성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되어 있거든요. 그렇게 일년 동안 계절별로 톰과 제리가 보내는 하루(혹은 이틀)를 보여주는데 거기에 매번 메리가 튀어나와서 친한 척하다가 결국 사고를 친다... 는 식이에요.
- 영화의 만듦새에 대해 뭐라뭐라 떠드는 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또 제가 뭐라 할 말이 없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워낙 제가 즐기는 장르가 아니기도 하구요. 그래서 다짜고짜 결론부터 내고 아무 소리나 떠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냥 뭐랄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하지만 별 특별한 건 없는 듯이 유유히 흘러가다가 순간순간 헉! 하는 순간들을 안겨주는 그런 이야기이고 그걸 정말 자연스럽게, 완벽하게 만들어 놨어요. 식상한 표현이지만 '대가의 솜씨' 같은 식의 미사여구로 대충 때우고 넘어가고 싶어지는. 뭐 그런 영화였구요.
배우들의 연기 또한 당연히 좋았고 그냥 좋은 게 아니라 되게 좋습니다. 주인공 3인방의 연기 구경만 해도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을 다 보상 받고도 좀 더 얹어서 돌려받는 느낌. '이런 게 진짜 잘 하는 연기구나'라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 계속 감탄하면서 봤네요.
그리고 그게 또 영화의 톤과 완벽하게 녹아들어서 더 좋았습니다. 따지고보면 혼자서 막 튀는 캐릭터인 메리를 연기한 레슬리 맨빌의 연기조차 딱히 '화려하다'는 느낌이 없어요. 그냥 모두가 다 자연스럽고, 모두가 다 현실의 사람들 같습니다. 앞서서 톰과 제리가 참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이라고 얘기했는데, 그것도 상황만 따지자면 그렇단 얘기고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런 느낌도 전혀 없어요.
그 외에도 촬영 같은 것도 그렇고 각본도 그렇고 다 '별 거 없는 것 같으면서 그냥 자연스럽고 진짜 같은' 느낌을 계속 주고요. 음... 이런 얘긴 그만하구요.
암튼 평소의 저와 참 안 어울리고, 또 감당도 안 되는 영화였지만 그냥 좋았습니다. 이게 제 감상이구요. 이제부터 아래에 적을 얘긴 다 그냥 뻘소리.
(안녕하세요 완벽한 부부 톰과 제리, 앉은 순서대로 제리와 톰입니다.)
- 처음엔 좀 당황스럽습니다. 제가 워낙 장르물만 보며 살다 보니 이렇게 느긋하게 스타트 끊는 영화를 볼 때마다 당황하곤 하죠. ㅋㅋ 저엉~말 느긋하게, 별다른 설명 없이 걍 제리를 보여주다가, 톰을 보여주다가, 둘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특별한 맥락 없이 흘러가는 장면들을 보면서 충분히 시간을 들이고 나면 대충 '아 이런 사람들이구나'라고 감이 잡히고. 그 때쯤에야 이제 메리가 출동을 해요. 그러고 갑자기 이야기에 긴장감이랄까 자극이랄까... 그런 게 생기는 것인데요.
그 긴장과 자극은 당연히 스릴러나 호러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뭐랄까... 그러니까 이런 거죠. 나랑 친하거나 내가 딱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알긴 어느 정도 잘 아는 사람이 아무리 봐도 톡톡히 개망신 당할 것 같은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가며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이랄까요. 어떤 측면에선 어지간한 스릴러나 호러보다 더 긴장감이 쩐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표면적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지만요.
(그리고 그들의 행복에 홀려 침입을 시도하는 메리! 라고 하면 꽤 스릴러 같은데 말이죠.)
- 사계절을 거치고 런닝타임을 흘러 보내는 가운데 관객은 당연히 메리와 톰 & 제리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메리는 그냥 멘탈이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여러모로 이미 글러 먹었다(...)는 거라든가. 처음엔 톰이 메리에게 무심해 보이고 제리는 잘 챙겨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톰보다도 메리에게 더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판단하며 대하는 게 제리였다는 거라든가... 그래서 보면서 계속 생각을 하게 돼요. 메리가 힘들고 외로운 사람인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해서 저런 행동이 정당화 될 수가 있나. 톰과 제리는 메리에게 참 잘 해주는 것 같긴 한데 과연 저게 최선일까. 최선이 아니라면 당최 어떡해야 본인들 생활도 지키면서 메리를 도울 수 있나 등등. 물론 당연히 답은 쉽게 안 나오구요.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메리는 점점 선을 넘게 되죠. 그 절정은 정말로 바라보기 민망하고 낯뜨겁습니다. 응? 지금 설마 저 양반이... 아악 진짜네. 이 인간아 지금 뭐하는 거야 하지마! 하지 말라고!!! 이런 기분이. ㅋㅋㅋㅋ 그 이후의 일들은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을 테니 언급 안 하겠지만요. 여기서 제가 좀 재밌다고 느꼈던 건 이겁니다. 누가 봐도 메리는 확실하게 선을 넘었거든요. 거기에 대한 톰과 제리의 조치는 매정하긴 커녕 정말 최대한 사정을 봐줬다 싶을 정도구요. 하지만 지금껏 봐온 것들 때문에 이걸 좀 더 깊이 생각해보게 돼요. 저게 참 상식선에서 절대 비난받을 일이 아닌, 거의 부처님급 반응인 건 맞는데, 근데 저게 올바른 반응인 게 맞나. 혹은 '인간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나. 이런 생각들이 끊임 없이 솟아서 절 귀찮게 하더군요.
그러다 마지막엔 참 뭐랄까. 그나마 해피엔딩인 듯 완전한 새드엔딩인 듯. 냉정하고 시크한 듯 그냥 자연스러운 귀결인 듯. 뭐라 콕 찝어서 말하기 힘들지만 어쨌거나 엄청 자연스럽고 튀지 않게 완벽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 좋은데 지금 여기 자네만 없다면 완벽할 것 같은데말야?)
- 소올직히 말해서 전 '메리'에게 전혀 감정 이입을 하거나 공감하지 못했어요. 제 탁월한 근자감이 그러지 못하게 막더군요. ㅋㅋㅋ 아니 뭐 영화 속 인물들이 톰&제리 vs 메리로 이분화 되어 있고 그 와중에 톰&제리의 비현실적인 완벽함에 비한다면 현실의 우리들은 조금이라도 메리 쪽에 더 가까울 수밖에 없다... 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요. 하지만 애초에 톰&제리와 메리의 사이가 거의 동해 바다 이상으로 멀기 때문에 그 중 한 쪽에 그나마 조금 더 가깝다는 건 별로 의미가 없죠.
그런 맥락에서 전 톰&제리가 사실은 위선적인 사람들이라든가, 챙겨주는 척 하지만 사실 벽을 치고 접근을 차단하고 있었다든가... 그런 식으로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뭐 겉으로 말하고 대하는 것에 비해 늘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도 맞고 메리가 선을 넘을 때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해버린 것도 맞아요. 근데, 도대체 어떻게 그 이상을 해줄 수가 있나요. 메리가 톰&제리에게 바라는 건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환상이었잖아요. 메리의 삶은 비극이죠. 그걸 다 자기가 불러왔다고 해도 그걸 메리의 '잘못'으로 비난할 수 없는 것도 맞아요. 하지만 톰&제리는 그런 메리의 비극을 수습해줘야할 사람들도 아닐 뿐더러 그걸 수습할 수 있는 사람들도 아닙니다. 그들이 극중에서 메리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면 과연 메리는 행복해질까요. 흠. 전 아닐 거라고 봅니다.
그냥 톰과 제리는 선량하고 현명하면서 인생에 운도 많이 따라준 보통 사람들이고. 메리는 자신의 불행을 스스로 수습할 수 없는 보통 사람이고. 영화는 어쩌다 그들이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고. 그게 다라고 생각해요. 감독이 특별히 어느 한 쪽을 편들거나 폭로하려고 만든 이야기, 캐릭터는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그렇게 무심 시크하게 '보여주기'만 하고 빠지는 영화이니만큼 해석은 각자의 몫이겠지만요.
- 제가 전에 '렛 힘 고'를 보고 레슬리 맨빌 연기를 칭찬하니 여러 유저님들께서 언급하고 추천하셨던 영화였는데요. 덕택에 존재도 몰랐던 영화 아주 잘 봤습니다.
그리고 검색을 해 보니 개봉 당시에 듀게분들이 보고 와서 올린 글들이랑 댓글들이 보이더라구요. 10년 전이니 아마 제가 듀게 글들을 거의 다 읽고 살던 시절이라 당시에도 읽긴 했을 텐데. 그게 이렇게 10년만에 제게 와닿는 의미들로 되살아나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대략 10년 뒤에도 듀게가 존재해서 그때 유저들이 요즘 회원분들 올리시는 글들을 찾아 읽게 된다면 참 좋을텐데요. 음...;
+ 올레티비 vod의 화질은 참으로 구립니다. 20세기에 비디오로 출시된 영화급이었어요. 다행히도 번역은 그냥저냥이었구요.
전 무료로 봤지만 시리즈 온, 웨이브, 티빙에 있고 모두 천원입니다. 화질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웨이브는 애초에 iptv 컨텐츠를 중복으로 써먹는 것 같으니 좀 의심이 가네요.
++ 문득 '메리' 역의 레슬리 맨빌을 제가 처음 접했던 '리버' 생각이 났는데. 그 드라마 속 모습을 짧게 다시 보고 싶지만 이제 넷플릭스에서 내려갔죠. 아쉽네요.
+++ 인터넷으로 짤을 검색하다가 이걸 보고 웃었습니다.
영화 속 명대사 짤이라고 돌아다니던데. 여기에 바로 이어지는 대답이... ㅋㅋㅋㅋ 사기잖아요 이건.
++++ 요즘 듀게가 또 글 가뭄이네요. 게시판에 도배하는 것 같아 전에 적어놓았던 걸 묵혀두다가 그냥 올립니다. 이러다 듀게가 제 일기장이 되어도 제 책임은 아닙...
2021.10.28 23:59
2021.10.29 09:39
듀나님이 영국 영화들 리뷰하실 때 '영국의 쩌는 배우풀'에 대해서 자주 언급하시죠. ㅋㅋ 헐리웃 영화나 대작급 영화에는 늘 비슷비슷한 분들이 중복으로 출동하시긴 하지만 확실히 좀 덜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들을 보면 배우들이 참 구석구석 골고루 쩌는 느낌.
팬텀스레드도 제 방대한 '언젠간 볼 영화' 목록에 있긴 합니다. ㅋㅋ 언젠간 볼 거에요. 언젠간.... ㅠㅜ
2021.10.29 00:28
제가 접한 마이크 리 감독의 첫 작품이었네요. 국내 포스터도 그렇고 처음엔 상당히 평화롭고 훈훈하게 시작해서 무방비 상태로 보다가 마지막에 거의 멘붕상태까지 갔던 기억이... 하여간 이 작품 이후로 전작들도 다 챙겨보고 신작이 항상 기다려지는 감독님이 됐죠.
메리 캐릭터 정말 여러가지로 예술이죠. 본문에 쓰신 감상도 대부분 동의하고 특히 중간에 주인공 가족에게 너무 심하게 선을 넘어서 들러붙으려는 시도 이후로는 도저히 답이 없다 싶으면서도 그래도 끝까지 안쓰러운 마음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더군요. 최소한 첫 관계에서 아주 조금만 운이 따라줬어도 저렇게까지 점점 나락으로 내려가지는 않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엔딩에서 그 표정은 참... 이 영화는 생각해보면 독거노인들에게는 최악의 호러물이 아닐까
레슬리 맨빌이라는 배우 자체도 이 영화로 처음 봤는데 이후 다른 출연작에서 연기하는 모습이나 목소리 톤을 보고 놀랐습니다. 원래 저렇게 차분하고 우아하신 분이 이런 연기를 했던 거였다니! 마이크 리 감독님의 다른 작품들 중에서 여기서 메리랑 맞먹을만한 주인공이 나오는 <비밀과 거짓말>이라는 영화도 있는데 살짝 추천드립니다. 사실 히스테리컬한 말투나 안습한 처지는 비슷한데 저렇게 자기파멸적이거나 병크의 연속은 아니에요. 그리고 작품 자체도 이거랑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훈훈한 편이라 더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다시 찾아보니까 웨이브에 올라와있고 네이버 시리즈온에서는 1000원이네요 ㅋ
2021.10.29 09:45
보면 메리의 과거지사에 대해서 아주 짧게, 대충만 훑고 넘어가는데 그것도 의도한 게 아니었을까 싶구요.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사실상 이야기의 주인공은 메리임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톰&제리네의 관점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거였어요. 톰과 제리네 가족이 없는 상황에서의 메리 모습은 정말 한 번도 안 나오죠. 그래서 계속 메리가 불청객, 침입자, 번거로운 존재 같은 느낌을 주고 감정 이입도 제한이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대로 안쓰럽다는 맘은 계속 드는 게 이게 배우 파워인지 뭔지. ㅋㅋㅋ
'비밀과 거짓말'은 그 당시에도 명작 소리 들으면서 씨네필들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 대우였던 작품이죠. 봤습니다만. 봤다는 거 빼면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납니다. ㅋㅋㅋ 25년전이니 기억 안 나도 괜찮은 걸로... ㅠㅜ
2021.10.29 07:21
보셨군요. 이게 좋으셨다면 이제 다음 마이크 리 영화로 샐리 호킨스 주연의 "해피 고 럭키" 추천드립니다. 이 영화의 메리 캐릭터에 맞먹는 운전 강사 캐릭터가 나옵니다. 그 역 맡은 배우분은 '리버'에도 유령으로 출연하셨어요.
레슬리 맨빌 연기 특징은 목소리와 톤이 배역에따라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갈라드리엘'이든 '캐롤'이든 케이트 블란쳇은 항상 가식떠는 공중에 붕뜬 발상이고, 다른대부분의 배우들도 본인 고유의 발성밖에 없는데, 맨발은 역에 따라 발성의 특징을 다르게 잡아요. 캐릭터 연구하랬더니 외모만 바꾸고 분장만 다르게 하는 배우분들 보고 있나요? 여기 메리라는 캐릭터에서 불평불만을 징징거리는 목소리에 담아내는데 이러는 분들 특징이 목소리 톤은 높은데 성량은 그리 크지 않은 쪽이라 대화의 말미에 말끝을 질질 끌며 나좀 보아줘 하는 표정들을 시전하시는데 ... 제가 일하는 곳에서 이런 분들이 한 두 분계시는데 이 영화 보면서 바로 그분들이 떠올라 섬찟했어요.
2021.10.29 10:14
에디 마산 말씀하시는 걸까요. 뭔가 살짝 호러/스릴러 버전 로빈 윌리엄스처럼 생기신 인상이 워낙 강렬해서 잘 모르는데도 이름을 기억하네요.
전 그렇게 디테일하게 따져볼 능력이 안 돼서 그냥 '우왕 렛 힘 고에서 나왔던 그 분이랑 아예 그냥 다른 사람이네. 근데 그것도 이것도 진짜 같네' 이러면서 봤어요. ㅋㅋ 저도 살면서 약간 메리 비슷한 느낌의 사람들을 만나봤는데. 영화를 보면서 말씀대로 메리랑 살짝 비슷한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되게 연구 열심히 하는 배우구나... 싶었어요.
2021.10.29 10:36
2021.10.29 10:50
포인트 킹께서 허락하신다면! ㅋㅋㅋ 번역 제목이 좀 흔하죠. '세상의 모든~' 시리즈 옛날에 많았잖아요.
2021.10.29 11:25
아들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이 힘없는 머리카락과 나잇살을 장착하고 있어서 영화가 더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아들도 왕자님은 아니지만요.
가까운 데 살고 있을 것 같고, 저 양반들도 만족스러운 생활을 거저 얻은 건 아닌 것 같고 말이죠.
메리의 불행도 굉장히 일상적이고요.
메리는 한국의 저녁 막드 월드에 꽂아주면 비슷한 푼수 중년 만나서 결혼을 획득! 하며 해피 엔딩을 맞을 텐데요.
2021.10.29 12:42
물론 거저 얻은 건 아니겠지만 일단 보기에 너무 완벽한 데다가 심지어 나중에 아들이 데려오는 장래 며느리감까지도 퍼펙트하니 현실적인 듯 비현실적인 듯 참... 뭐 그랬어요. ㅋㅋㅋ 반면에 메리의 불행은 정말 주변에서 어렵잖게 볼 수 있는 모습인지라 거의 다큐멘터리 보는 기분이었구요.
그렇죠. ㅋㅋ 결국 출연 장르가 문제였던 거군요. K-드라마의 세계로!!
2021.10.29 23:34
2021.10.30 00:32
맞아요. 그 잠깐 나오는데 대사를 참 맛깔나게 잘 치셔서 기억에 남아요.
2021.10.30 08:43
사실 전 비밀과 거짓말을 아직 못 봤지만 다른 분이라도 답을 해주셔서 다행입니다. ㅋㅋ
제가 본 이 분 출연작은 드라마 '리버'랑 영화 '렛 힘 고'랑 이 영화인데요. 일단 대단한 배우님이신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렛 힘 고'에서도 정말 쩔거든요. 이 영화를 보시고 '렛 힘 고'를 보면 맡은 역할의 격차 때문에 감탄 3배.
제가 본 마이크 리 영화들은 보고나면 주위가 스산해지고 맥이 풀리는 기분이죠 그렇게 매가리 없이 이 생각 저 생각 하게 되는 영화들이 대부분 이었고 이 영화가 그런기분들게하는데 갑이었던 ㅎㅎㅎ 나름 좋아하는 감독이라 베라 드레이크라는 영화도 볼려고 토렌트로 수년째 다운중이죠 ㅎㅎ(영화 가지고있음 컴을켜라 이놈들이 머 나도 잘 안켜지만)
영국 참 좋은 배우들이 많은거 같아요. 레슬리 멜빌 연기 넘 좋죠 이분 또 반하게 한것이 팬텀스레드 PTA변태력도 당연 좋았지만 레슬리 연기도 쉽사리 잊을수는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