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최근 본 것.

2021.10.03 15:09

thoma 조회 수:578

화이트 타이거 (The White Tige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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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하층민이 도시에 사는 지주집 둘째 아들의 운전기사가 되어 겪는 일들을 통해 개안하고 현실타파하는 이야기, 라고 짧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내용은 아주 무겁고 암담한데 영화는 대체로 경쾌하고 발랄한 분위기로 전개됩니다. 주인공이 바닥 중의 바닥 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처지를 가볍게 받아들이고 낙관적으로 생각합니다. 태어나 지금까지 늘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그리고 자기는 머리가 좋고 눈치가 빠르다는 믿음이 있어서 주인의 신뢰를 얻으며 잘 풀릴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돌연변이 흰 호랑이처럼 말입니다. 고향에서라면 어떤 불합리든 그냥 그러려니 했을 것 같은데 모시는 둘째 아드님이 미국유학파예요. 존중이니 평등이니 말 하면서 바람을 잔뜩 넣어 놓고는.....

이 영화를 보면서 '기생충'이 떠올랐습니다. 기생충만큼 도식적, 시각적인 것은 아닌데 주인공의 직업도 같지만 기만과 모욕감이 누적되다 폭발에 이른다는 점이 유사합니다. 기생충보다 좀더 복잡한 면은 혈족과 지역의 고리로 묶인 인도의 계층 사회 특수성입니다. 그래서 인도 사회의 문제는, 비교하자면 우리보다 많이 복잡하고 치루어야 할 대가도 큰 것 같습니다. 

악순환의 서클에서 나가는 방법은 죽음 이외에는 없는 것인가. 내가 죽든, 니가 죽든, 판돈이 커지면 오징어 게임처럼 대량으로 죽든. 

영화는 도열한 기사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경고하듯 끝납니다. 

지루하지 않고 빠른 스텝으로 전개되어 두 시간여의 상영시간이 후딱 지나갔습니다. 기생충 못잖은 영화예요.   



아무도 살아서 나갈 수 없다. (No One Get Out Aliv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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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한 리뷰가 이미 있어 내용보다는 자주 그러듯 그냥 개인적인 얘기나 합니다. 호러 영화 잘 모르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세인트 모드' 얘기에서 적었었습니다. 그럼에도 세인트 모드는 좋았고 보는 동안 호러물의 불편함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에는 그런 불편함이 있습니다. 문 뒤에서 누가 저벅저벅 걸어, 여성 인물이 샤워하는데 카메라가 뒤통수 찍은 장면이 꼭 나와, 하수구나 환기구 같은 방의 구멍에서 이상한 소리 들려, 전등이 꺼져, 갑자기 센 음악 사용...이러면서 분위기 잡으면 누가 안 무섭나요. 당연히 무서워해야 하는 이런 수순이 항상 부담이었습니다. 이런 걸 즐길 수 있었던 건 아주 어릴 때 tv에서 전설의 고향을 이불 뒤집어 쓰고 볼 때 뿐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일 겪고 크고 나서 혼자 방 얻어 생활하는 경험도 한 이후로는 이런 종류의 영화는 기피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위에 열거한 '무섭게 하기'가 고루 들어간 영화를 세인트 모드에 힘입어 봤습니다. 생각보다는 힘든 정도는 아니었고 딴데 보거나 음낮추기로 보다가 다시 돌려 보기 되풀이하며, 볼만 했어요. 그 괴물이 예쁘다고들 하셔서 봤는데 그이의 모습은 오히려 안 무서웠고요. 스포일러같아 흰글자 처리합니다. → 이 영화는 집밖 현실이 훨씬 무서우니 집을 차지하여 다행이다 싶었네요.

호러물에서 젊은 여성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은데 비주얼의 필요도 물론 있겠지만 성별, 연령별로 봤을 때 그만큼 취약해서일까요.(장르물 모르는 게 많음) 


'오징어 게임'은 줄다리기 장면 나오는 회차가 제일 재밌었습니다. 말씀들 많이 하셨듯 앞 부분 끝 부분 지루했고요. 미녀 캐릭터가 불필요하게 함부로 쓰여서 거슬렸고 엄마와 아들 간의 신파성 관계 보여 주기는 최고 유해했습니다. 죽으며 '엄마' 소리 좀 그만 하지? 자기 식구 집착해서 남들 455명 죽이는 걸 합리화하다니. 위에 '아무도 살아서 나갈 수 없다' 와 이어서 보니 비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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