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이고 런닝타임은 87분이에요. 장르는 스릴러도 공포도 아닌 그냥 드라마. 스포일러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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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가지로 깔끔하고 의미심장한 포스터인 가운데 줄리아 가너 옆태가 예쁩니다.)



 - 도입부 소개 같은 게 별로 의미가 없네요. 사람들 다 잠든 꼭두새벽에 일어나 출근하는 젊은 여성 '제인'의 모습으로 시작해서 그 분이 퇴근하는 늦은 밤까지 단 하룻 동안의 직장 생활을 그리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이 분의 직책은 제목 그대로 어시스턴트. 직장에서 하는 일은 간단히 말하자면 '시다바리'에요. 비서 겸 경리 겸 청소 겸 사무실 기물 기자재 관리 등등... 한국에 이에 딱 대응하는 직책이 뭐가 있을까 싶네요. 암튼... 일단 그런 얘기라는 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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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를 받는 줄리아 가너!!!)

 


 - 내용으로 말하자면 '82년생 김지영'의 직장 생활 cut 버전 같은 느낌입니다만. 나라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환경이 다른... 가운데 결정적으로 톤이 다릅니다. 이 '어시스턴트'는 시종일관 그저 삭막하고 차갑게 가라앉은 톤을 유지해요. 그러니까... 이런 식입니다. 


 소리 측면에선 시작부터 끝까지 음악 하나 삽입 안 되는 가운데 사무실의 생활 소음만 들려오구요. 색감은 늘 어둡고 좀 차가운 톤. 그리고 카메라가 거의 모든 장면에서 고정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이동해야 하는 장면 몇 군데를 제외하곤 계속 그래요. 그리고 클로즈업이 자주 나오죠. 특히 줄리아 가너의 표정을 크게 잡아줄 때가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야기도 비슷합니다. 일단 특별히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내용이 별로 없습니다. 사실 이 회사엔 아주 큰 문제가 하나 있거든요. 그런데 그것도 그 실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아요. 주인공도 알고 주인공 대화 상대도 알고 관객들도 알고 모두모두 아는데 모두가 삥삥 말을 돌려서 하고 또 그 본체(그러니까 회사 사장이 문제입니다만)는 아예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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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반성문을 작성 중인 줄리아 가너!!!!!)



 - 이렇게 설명하면 영 지루할 것 같은 느낌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이 회사엔 아주 큰 문제가 하나 있고, 그게 또 매우 시사적인 모 사건에서 따 온 소재에요. 그리고 영화 초반부는 단조롭고 삭막한 일상 업무 진행의 와중에 그 소재 관련 떡밥들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 놓으며 (사전 정보 없는 관객들에게는) 살짝 추리물 비슷한 재미를 주거든요. 그래서 그게 뭘까 생각하며 한 20여분 보내고. 그게 뭔지 확실해지고 나선 주인공이 잠깐 파르르 불타오르며 위기감을 조성하는 전개가 있구요. 그 대목을 넘기고 나면 이후에 주인공이 어떻게 행동할까, 선을 넘어 일을 저지를까 말까... 이런 걸 생각하며 주인공의 사소한 행동들을 통해 그의 내면을 상상해보는 재미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87분은 금방 넘어가고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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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뇌에 빠진 줄리아 가너!!!!!!!)



 - 그래서 영화가 이렇게 차갑고 정적인 톤을 밀고 나가는 가운데 홀로 불타오르는 것이 줄리아 가너의 표정과 목소리들입니다. 감독이 이전 출연작을 보고 콕 찝어서 캐스팅했다는데, 정말 아주 적절한 캐스팅이에요. 이 분 특유의 강해 보임과 동시에 여리고 섬세해 보이는 인상. 그리고 젊다 못해 어려 보이는 인상과 목소리, 체구 등등이 적절한 연기와 어우러져 굉장히 적절한 효과를 냅니다. 일단 주인공의 감정과 심정이 정말 잘 전달이 되구요. 그러다 보니 주인공에게 이입도 되고. 부당함에 맞서 일어나든 달콤한 당근에 낚여 시스템에 굴복해버리든 뭘 선택하든 쯧쯧 안타까워하며 편을 들어주고픈 기분이 들게 되더라구요. '오자크'에서의 캐릭터가 훨씬 강렬하고 매력적이긴 하지만, 배우로서 훨씬 훌륭해 보이는 건 이 영화의 역할이었네요.


 또 주인공 이름부터가 넘나 노골적이지 않습니까. '제인'이라니. ㅋㅋ 감정 이입에 실패하면 안 될 것 같은 부담이 막 밀려오는 작명이었네요. 제목의 드립처럼 '김지영'이랑도 통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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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줄리아 가너!!!!!!!!!!)



 - 그러니까 결국 미국의 젊은 여성들이 권위적이고 독성 가득한 직장 생활 속에서 고통 받고 방황하는 모습들을 보편적 캐릭터와 배경 하나를 내세워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당연히 많이 갑갑하고 어두운 이야기구요. '드라마틱'이란 게 거의 제거된 채로 건조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선 좀 지루할 수도 있겠습니다.

 마지막에 가도 무슨 뜨거운 감동이나 아니면 '가즈아!!!!' 하는 선동 같은 것도 없어요. 담고 있는 메시지가 그리 도발적인 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확실한 컨셉과 주제를 잡고 거기에 맞는 톤과 스토리, 배우와 같은 재료들을 잘 골라내서 아주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여성 관련 이슈에 관심 많으신 분들, 줄리아 가너에게 호감 있으신 분들은 한 번씩 보시길.




 + 카메오가 있습니다. 패트릭 윌슨이 패트릭 윌슨 역으로 짧게 나와요. 크레딧엔 걍 '유명한 배우'라고 적혀 있었던 듯.



 ++ 여기서 회사 사장님이 어리고 예쁜 여자 밝히는 놈으로 나오거든요. 근데 줄리아 가너에겐 거의 매정하다시피 해서 농담으로 혼자 '이게 말이 되냐 ㅋㅋ' 그러고 있었는데 중간에 어떤 인물의 대사로 '넌 사장님 취향이 분명히 아니니까 안심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음. 감독님도 영화 만드는 중에 문득 저랑 같은 생각을 하셨던 게 아닌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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