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자면 마블식 가족 막장극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등장 인물들이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져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네요. 막장극 답게 인물들의 정서나 관계 역동이 굉장히 설득력있고 섬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많은 인물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한명한명 소홀하지 않구요. 블랙위도우가 비슷한 시도를 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민망한 수준으로 기억합니다.


정서적인 면 때문에 그간의 마블 영화와는 좀 이질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리즈의 다른 등장인물이 아예 나오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마블 영화는 워낙 뇌를 비우고 보게 되는 맛이었잖아요. 이터널스는 관계와 그 정서에 집중하다보니 아무래도 좀 촉촉해 질 수 밖에 없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마블식 썰렁개그는 곳곳에 심어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윈터솔저 이후로 가장 인상적인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샹치는 정말 별로였는데 마블이 이렇게 또 살아나는군요. 워낙 다양한 시리즈가 나오는 만큼 이런 분위기를 가진 작품이 하나 나와도 좋은 거 같네요. 원래도 각기 다른 시리즈마다 각각의 분위기와 장르적인 성격이 있기도 했으니까요. 


역시 마블리가 등장할 땐 ‘마블 히어로가 된 마동석 영화’가 되어 버립니다. 검색을 좀 해보니 이건 감독이 어느 정도 의도한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을 보는 게 꽤 즐거워서 분량이 아쉬웠습니다. 비중은 꽤 있는 편이었지만요. 전개상 닥터스트레인지의 웡과 한 화면에 잡히는 저의 염원은 요원한 것 같네요. 마동석과 의외의 케미를 보여주는 안젤리나 졸리님은 전성기가 무색한 자태를 뽐냈어요. 극의 무게를 부여하는 건 주연들 보다도 이 둘의 관계와 비주얼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히어로들 덕에 마블의 인류는 몇 번씩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되네요. 히어로는 악당을 막는 존재인가 끌어들이는 존재인가…


쿠키는 두 개 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70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64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936
117677 디즈니 매니아인데 디플을 망설이는 한 가지 이유 [2] 적당히살자 2021.11.12 479
117676 엠마뉘엘 카레르의 '왕국'같은 소설 추천 부탁합니다. [5] 애니하우 2021.11.12 292
117675 어제가 엔니오 모리꼬네 생일/축구 잡담 [3] daviddain 2021.11.11 221
117674 영화 이야기(시민케인 블루레이, 킹메이커) [4] 예상수 2021.11.11 296
117673 요즘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에 생긴 변화 [2] theforce 2021.11.11 644
117672 “반드시가 아니라 ‘똑바로’의 의미”라며 “과거 같이 근무했던 호남 출신 동료들이 ‘반듯이 하라’ 같은 말을 잘 썼다 [4] 왜냐하면 2021.11.11 555
117671 디즈니 플러스 상륙 1일 전입니다. [22] Lunagazer 2021.11.11 627
117670 DC 코리아 공식영상(지금까지 모음) [4] 예상수 2021.11.11 296
117669 완전 뒤늦게 "사마에게" 강추!!!! [8] 산호초2010 2021.11.11 532
117668 [영화바낭] 분노 조절 포기 코미디, '와일드 테일즈: 참을 수 없는 순간'을 봤습니다 [14] 로이배티 2021.11.11 441
117667 윤석열 광주 사과문 [7] 왜냐하면 2021.11.11 738
117666 발톱, 손톱 감염 주의하시기를 [10] 산호초2010 2021.11.11 877
117665 첫눈이 사라졌다 를 보고 왔습니다 (스포) [1] Sonny 2021.11.10 328
117664 왓챠 - 브라질/그린 나이트 [6] daviddain 2021.11.10 451
117663 넷플 오늘 공개, 그리고 기대되는 오리지널 신작 영화들 [14] LadyBird 2021.11.10 859
117662 [드라마바낭] 일본 드라마&영화, '라이어 게임'을 다 봤어요 [12] 로이배티 2021.11.10 686
117661 층간 소음은 그렇다치고 냄새는 어디까지 양해가 될까요? [23] woxn3 2021.11.10 1016
117660 웨스 앤더슨의 신작, "프렌치 디스패치" 트레일러 공개 [4] Lunagazer 2021.11.10 426
117659 [회사바낭] 혈압이... [5] 가라 2021.11.10 510
117658 제주에서 서울로 오면서 [4] 예상수 2021.11.10 45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