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작이고 런닝타임은 1시간 45분. 장르는 범죄 코미디.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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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주인공 맡으신 분 이래뵈도(?) 보다보면 토르 조금 닮으셨... 다고 또 다시 혼자 우겨봅니다. ㅋㅋㅋ)



 - '라파엘'이라는 남자가 하루 일상을 시작하는 장면으로 출발합니다. 모델처럼 예쁘고 섹시한 원나잇 상대와 함께한 침대에서 일어나 멋진 정장을 차려입고 활기차게 직장을 향해 걸어가며 관객들에게 들으라고 쉴 새 없이 자신의 인생 철학을 떠들어요. 그냥 뭐 간단히 말해서 자신감이 우주대폭발 수준인 잘 나가는 샐러리맨. 뭣보다 되게 마초적입니다. 백화점 여성복 코너 담당인데 거기 직원들을 싹 다 섹시 미녀로 뽑아 놓고 차례로 '간택'해가며 발랄한 섹스라이프를 즐기죠. 그런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자기 인생엔 단 한 점의 실패도, 어둠도, 추함도 없을 거라고 믿는 뭐 그런 남자에요.

 그런데 이 백화점의 '지배인'으로 등업을 하기 위한 경쟁에서 남성복 코너 담당자에게 밀려 낙방을 하고. 빡쳐서 몸싸움을 벌이다 사고에 가까운 실수로 상대방을 죽여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 남몰래 묻어 보겠답시고 용을 쓰다가... 그만 자기 담당 매장의 유일한 못생긴 여자(...)에게 약점을 잡혀 버렸고, 이 여자는 사실 남몰래 주인공을 짝사랑하고 있었네요. 그래서 일단은 '사실은 처음부터 너였어!!!'라는 드립으로 그 여자를 자기 편을 만들어 위기를 넘깁니다만. 이 여자와 비밀 연애를 하는 게 넘나 수치스럽기도 하거니와, 알고보니 이 여자는 전혀 만만한 녀석이 아니었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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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 최강 능력자 사원이자 우주 최강 멋쟁이 섹시남!!! 처럼 전혀 안 생겼지만 일단 그런 걸로 하고 넘어갑시다.)



 - 옛날 옛적에 내놓으셨던 '야수의 날'로 유명한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의 영화입니다. 전에 제가 '더 바'를 보고 글을 올렸다가 댓글로 추천(?)을 받아서 기억해두고 있었죠. 그러다 얼마 전에 올레티비 vod 목록을 훑으며 '앞으로 볼 영화 리스트'를 만드는데 제목이 눈에 띄길래 찜해뒀다가 엊그제 봤어요.


 되게 '악동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코미디 영화에요. 일단 현실성 같은 건 그냥 과감하게 무시하고 무조건 세게 갑니다. 관객들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직접 말을 걸며 시작하는 도입부만 봐도 그렇구요. 펼쳐지는 상황도, 캐릭터들의 성격도, 당연히 배우들의 연기도 모두 맥시멈으로 과장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환타지에 가까운 코미디 세상인 건데, 그 상황이 또 주인공 입장에선 넘나 절망적인 호러이니 보기와는 다르게 감독님 원래 좋아하던 걸 좀 변형해서 한 거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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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이 실제로 영화 내내 저런 표정, 저런 연기를 합니다. ㅋㅋ)



 - 그리고 이 영화의 개그는 풍자적 성격이 강합니다. 그 풍자의 방향은 철저하게 주인공으로 집중이 되구요. 앞서 말했던 그 의기양양한 자기 자랑 쇼를 십여분 동안 보여준 후 나머지 런닝타임 내내 갸가 자랑하고 사랑하는 것들 모두를 하나씩 하나씩 철저히 파괴하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는 식입니다. 그런데 이 주인공의 모자람의 절정이 바로 일단 멍청하기도 하지만 '마초'라는 것이니 결국 마초 남성들을 풍자하는 이야기가 되겠죠. 그러니 악동은 악동인데 굉장히 사상이 건전한 악동이신 것...


 하지만 이런 류의 영화가 너무 건전하기만 하면 또 재미가 없어요. 그런데 다행히도 이 영화는 그런 건전함을 또 살짝 비껴갑니다. 앞서 말한 그 '못생긴 여자'님의 캐릭터 덕분인데요. 처음엔 그저 외모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는 우울한 여성... 인 줄 알았던 이 분이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조금씩 드러내는 숨겨진 모습들이 또 걸작입니다. 심지어 나중엔 오히려 주인공이 단단히 잘못 걸렸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까지 가지만, 뭐 애초에 본인 잘못이고 주인공은 거의 끝까지 정신을 못 차리니까요. 주인공이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길 바라게 되는 상황까진 안 가더라구요. 다행이었죠.


 암튼 그 여주인공의 변신 덕에 끝까지 다 보고 나면 '이거 사실 여주인공의 성장 서사였나?'라는 생각도 살짝 들 지경인 것인데요. 뭐 영화가 워낙 가볍다 못해 경박할 정도의 톤으로 전개되는 비현실적 코미디이다 보니 특별히 페미니즘까지 출동시켜서 진지하게 따져 볼 정돈 아니었고. 그냥 그 역시 주인공에게 끝까지 한 방 더 먹이기 위한 전개가 아니었나. 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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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요런 표정을 짓는 사람들로 시작하지만)



 - 그러고보면 요즘 '제가 본' 코미디 영화들 중엔 이런 류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현실성 대충 뭉개가며 '웃기자!'는 식으로 만들어지는 코미디 영화요. 가장 비슷한 느낌이었던 게 '프리키 데스 데이' 정도? 10대~20대 시절엔 이런 류의 영화들이 꽤 많이 나왔고 저도 즐겼던 것 같은데. 요즘에 이런 영화들이 적어진 건지 아님 제가 취향이 바뀌어서 그런 영화를 무의식중에 거르고 사는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근데 사실 그런 막나가는 류의 옛날 코미디 영화들이라면 요즘 기준으로 볼 때 불편해지는 장면들이 많게 마련이잖아요. 이 영환 또 그런 게 없어서 좋았네요. 앞서 말했듯이 애초에 주제가 그렇다보니 뭐 애초에 그런 불편한 장면은 나올 일이 없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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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이렇게 되구요.)



 - 또 얘기할만한 게 뭐가 있으려나...

 계속 코미디다! 라고만 얘기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얼개는 범죄/추리물입니다. 그것도 고풍스런 퍼즐미스테리 느낌을 살짝 풍기는 올드한 추리물이요.

 특히 마지막에 주인공이 일발역전 필살기를 준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런 성격이 강해지는데요. 기본적으로 영화의 성격이 성격이다 보니 정교한 트릭... 같은 건 기대하지 마시구요. 그냥 그 필살기의 발상과 실행 조차도 개그로 승화가 됩니다. 그리고 그 계획이란 게 무엇인지 관객들에게도 숨기다가 실행 장면에 가서야 보여주기 때문에 나름 상상해보는 재미는 있구요. 그리고 그게 시전되는 광경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낄낄 웃어주면 돼요. 뭐 훌륭한 건 기대하지 마시라는 거. 하지만 그것도 웃긴다는 거. ㅋㅋ



 - 대충 결론을 내자면...

 옛날 코미디 영화들 느낌이 물씬 풍기면서 막 달리는 비현실 코미디 영화입니다.

 유머들이 대체로 살짝 독한 맛이면서 그게 또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영화에요. 

 주인공 정신 차리라고 굳이 시간 들여 진지 모드로 들어가고 그런 게 전혀 없기 때문에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뭐 대단히 기발한 게 막 나오는 것도 아니고 깊이 있는 사색 같은 걸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건전한 주제를 사악하게 다루면서 쉴 새 없이 '재밌게' 해줍니다.

 이런 스타일 영화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되게 맘에 드실 거에요. 개인적으론 17년 묵은 영화 치고는 2021년에 봐도 괜찮네... 라고 생각하면서 즐겁게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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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 보시죠!!!)




 + 영화를 보면서 '범상치 않게 못생겨서 배척당한다'는 캐릭터를 맡아 연기하는 배우들의 심정이 살짝 궁금해졌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말이죠.

 이 영화의 여자분은 후반에 자신감 있는 캐릭터로 탈바꿈되면서 스타일링이나 표정 같은 게 바뀌는데. 1) 역시 사람은 꾸미면 달라지는구나 2) 사람의 디폴트 표정이란 게 남들의 외모 평가(...)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치는구나. 뭐 이런 걸 느꼈네요. 당연히 외모는 그대로인데 느낌이 굉장히 달라져요.



 ++ 주인공이 곤경에 처하기 전, 카사노바 놀이 중인 다음 장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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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의 대사를 '오빠 달려!' 라고 번역을 해놨던데. 하도 오랜만에 들으니 그냥 웃기더군요. 오빠 달려!!! ㅋㅋㅋ 그렇죠. 그게 되게 인기 드립이었던 시절이 있었죠.



 +++ 보면서 계속 남자 주인공 배우가 토르랑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네. 전혀 안 닮은 거 아는데 제가 원래 이렇습니다(...)



 ++++ 저는 올레티비 vod로 봤는데 무료였구요. 네이버 시리즈 온에도 있고 왓챠에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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