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1 15:16
자비에 돌란 영화는 <탐앳더팜>이랑 <마미> 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탐앳더팜>을 먼저 보았는데 솔직히 그냥 평범한 느낌이었어요. 돈이 아까울 정도는 아니지만 그냥 나쁘지 않다 정도. 하지만 이 사람이 왜 천재이지 싶은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래서 <팜앳더팜>은 이 감독의 평작인가 싶어 <마미>도 보기로 했어요.
돌란에게 항상 젊은 천재 감독이란 수식어가 늘상 따라다니고, <마미>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 상을 고다르랑 공동수상 했다길래 기대했는데
글쎄요. 영화가 취향에 안 맞거나 못 만들었다고 생각해도 '뭔가 있다', '대단하다' 이런 느낌이 드는 영화가 있는데
돌란 영화는 오히려 저는 평범하다는 느낌이었어요. 젊은 감독이 자신한테 취해서 좀 특이하다 싶은 소재를 골라 신나게 만들지만 그냥저냥 싱거운 결과물이 나온 느낌?
동성애나 모성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력도 없고 직설적인 감정선은 툭툭 끊어지고. 각본도 별로고. 영상이 헉소리 날만큼 근사한 것도 아니고.
ADHD 소년에 대한 묘사는 흥미롭지만 그렇게 신박한 설정이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뭔가 있어보이려고 하는 듯한 대사는 미숙하고 진부하게 들리구요.
화면비나 똘끼 어린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 같이 파격적으로 보이려고 하는 것 같은 설정들이 있지만, 그렇게 인상적이거나 와닿지 않아요.
오히려 뒤에 서 있는 감독의 자의식만 느껴져 좀 우스꽝스러웠습니다.
이 영화가 칸 영화제 심사위원 상까지 받은게 좀 어이가 없어요.
과거 수상작들과 비교해도 박찬욱 <박쥐>와 고레야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같은 작품이랑 비교하면 이게 뭔가 싶어요. 칸이 이상하게 밀어준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OST가 화려합니다. 라나델레이나 오아시스, 루퍼스 웨인라이트 노래들이 좋기는 한데. 음악에 조예가 없는 저도 들은 적 있는 원채 유명한 명곡들이고 영화가 노래빨을 받은 거지 노래가 영화빨을 받았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개인적으로 오만한 천재 캐릭터들 좋아하는데요. 재능보다 오만이 앞서면 허세가 되잖아요. 영화를 보고나니 돌란 천재설에 대해 저거 허세 아닌가 싶어졌습니다.
돌란팬들 불쾌하시면 죄송합니다. 평이 좀 과하게 악평인 것 같긴 한데 제가 예매를 잘못해서 이 영화를 메가박스 코엑스에 신설된 컴퍼트관에서 본 것도 이유일 수 있습니다.
일반 상영관에 비해 2000원 비싸 주말이면 12000원 입니다. 팔거리와 좌석간 거리가 넓고 의자가 가죽인 건 좋지만 이 영화에 12000원을...ㅠㅠㅠㅠㅠㅠㅠ
코엑스 너무 변하고 넓어져서 영화보러 들어가려면 좀 많이 걸어야 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영화 시작하고 계속 늦게 입장하는 사람들 때문에 생긴 피해도.
코엑스로 영화보러 가시는 분들 시간 넉넉히 잡고 가세요.
2014.12.21 15:27
2014.12.21 15:48
2014.12.21 16:20
정말 그렇네요. 쓰신 걸 읽고 생각해보니 그런 생각도 들어요. 영화라는 것에서 천재라는 게 과연 가능한가. 물론 천재라는 단어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천재를 '어떤 구체적인 교육이나 일정 정도의 경험치를 거치지않고도 타고난 특정 능력을 갖고 있는 자' 라고 한다면, 음악이나 그림, 언어, 수리 영역 같은 경우에 천재라는 걸 판단할 기준이 있고 시기가 있지만 영화에서 대체 천재라는 평가를 어떻게 내린다는 걸까요? 8살 때 갑자기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편집해서 (8살 수준의) 그럴 듯한 뭔가를 내놓지 않는 이상 스물 몇살의 감독들에게 천재니 하는 거 좀 이상한 말이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지금까지 천재감독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요?
2014.12.21 21:19
2014.12.21 15:49
전 자비에 돌란이 예술적으로 천재라기 보다는 예술영화와 대중영화의 경계선을 잘 취하고 있단 느낌을 받아요. 이거야 말로 어린 나이에 갖추기 힘든 재능이 아닌가도 싶고요. 데뷔작으로 알고 있는 아이 킬드 마이 마더를 봤는데, 딱 그나이 때 느낄 법한 감정들을 공감되게 그렇다고 시시하지도 않게 잘 만들었단 생각 들더군요. 로렌스 애니웨이도 재기발랄함과 참신함, 보편성과 전체 완성도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균형을 잘 잡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뭣보다도 재미있게 봤구요. 탐 앳더 팜과 마미는 좀 평범한 느낌이었네요. 근데 뭐랄까, 어린 나이에 자의식 충만한 예술가라면 아직은 뭔가 더 근사하고 형이상학적인 것에 관심을 가질 것 같은데 의외로 현실적인 감정, 먹고 살고 서로 지지고 볶는 그런 일들을 표현하는게 재미있어요. 그런 현실감을 적당한 영화적 환타지랑 잘 섞은 느낌이 들고 그 점이 좋더군요.
2014.12.21 15:55
연출 감각은 있는데 시나리오는 딴 사람에게 맡기는게 좋을것같습니다. 만든 작품이 몇개인데 중2병 돋는 자기도취는 여전하더군요. 아무리 아직도 20대라고는 하지만요. 탁월한 영상 감각만으로도 천재성은 느껴지긴 합니다.
2014.12.21 16:36
2014.12.21 16:50
(레오 까락스, 알모도바르, 프랑소와 오종 등등의 껍데기를 빌려온) 영화계의 지드래곤에 한표 던집니다.
개인적으로 지금보다 서른 이후가 기대되는 감독이에요. 철 좀 들면 좀 달라지겠죠.
2014.12.21 19:00
저도 마미를 보고 글쓴님과 딱 일치하는 감정들을 느꼈습니다.
심하게 얘기하면 짜증스럽기까지 하더라구요.
마케팅사에서 야기하던 마법의 장면;;이라던 씬이나 엔딩씬에선
그 허세에 손발이 오그라들던.. 차라리 ost의 그 기성곡들을
사는 덴 얼마가 들었을지가 내내 궁금하더라구요.
그리고 전 돌란이 이렇게 분에 넘치는 극찬을 받은데
과연 정상적으로? 철이 들수 있을지가 궁금하더라구요.;;
오히려 지금의 과찬들이 없다면 덜 냉혹하게 봤을거 같긴 합니다..
2014.12.21 19:16
'마미'는 못 봤고 '탐앳더팜' 보고 이 영화는 왜 극찬까지 받는 거지 싶었습니다. '로렌스 애니웨이'가 전 제일 좋았고 (이건 배우들의 아우라와 연기가 좋아서가 대부분) 하트비트 정도는 어린 사람이 잘 만든 로맨스 정도였는데... 자비에 돌란이 뜬 건 나이와 비영어권 영화의 분위기, 감독 본인의 외모-_-의 덕이 크지 않나 싶네요. 막 까일 만한 영화를 만드는 것도 아니지만, 나이가 어리니 젊은데도 '불구하고' 잘 만들었다는 거지 그 영화들이 3,40대가 만들어도 비슷하게 평가받을지는 모르겠네요. 샬롯 램플링 같은 대배우에 빚졌던 프랑수아 오종 영화는 요 몇 년은 계속 범작, 망작; 취급 받고 있는 거 봐선 커리어 초반에 영화를 잘 만든다고 해도 그게 얼마나 지속될 지는 모르는 것 같습니다. 오종 영화는 초기작들은 정말 괜찮았거든요. 자비에 돌란이 오종 짝 안 나고; 또 비슷한 테마를 반복하지 않고 발전하는 경향을 보였으면 좋겠다는 게, 팬도 까도 아니지만 바람입니다.
2014.12.21 19:47
영화계의 지드래곤, 하하..
저평가하기엔 가득 차 있고, 고평가하기엔 아직 여문 그런 새내기가 아닐까.
포스트모던 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하는 상징성을 부여받은, 우수에 찬 젊은 감독이라 봅니다.
(윗분 말씀마따나 까락스, 알모도바르, 오종 등등의 껍데기를 빌려온, 실은 한 사람만 갖다대도 됩니다, 트뤼포인 겁니다 트뤼포...)
저는 데뷔작이랑 그 뒤 세 편 영화를 봤는데, 가면 갈수록 욕심이 과해지는 부분에서 좀 보류중입니다.
사실 이런 감각과 재능이 있다면 광고나 뮤직비디오 감독부터 시작하다,
나이 먹고 장편영화 연출 들어가는 게 왕도기는 하나, 뭐 본인이 알아서 할 커리어이니....
2014.12.21 20:21
2014.12.21 21:56
저는 돌란 감독 영화를 <로렌스 애니웨이> 밖에 보지 않았는데, 큰 기대를 했다가 좀 실망했어요. 제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되서 그런지, 천재인지 어떤지, 정말 대단한지 아닌지 잘 모르겠고, 그 영화를 볼 당시 컨디션도 몹시 안좋아 제대로 집중을 못했다는 핑계를 대더라도, 제 취향은 아닌 거 같더라구요. <마미>는 그것보다는 좋다기에 보려하는데 이번에도 아니면....... 좀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