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늘 아침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읽으면서 그랬습니다.
아~ 몇달전 DVD 에릭시갈의 7일간의 사랑에서 마틴쉰의 프랑스 아들과 공항 이별장면에서 펑펑울었고

영화는 아주오래전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에서 침몰하고 구명보트 타지못한 사람들이 물에 빠져 모두 얼어죽을때,

구조하러 왔지만 그 외침속에 얼어죽은 아이를 볼때 목이 매였습니다. 

 

그러나 책읽고 울기는 살면서 정말 없었는데 이나이에 디킨스 소설을 읽고 울다니 이것도 요즘 상막한 세태에 저에게는 복일까요?

위대한 유산이 워낙 탁월한 소설이다 보니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읽었습니다.

주인공 핍과 고택에 사는 미스 해비셤, 이쁘지만 도도한 에스텔로
주인공 핍의 누나와 매부 조, 그리고 이 소설의 첫 에피소드인 탈옥수

지금 20챕터를 읽고있지만 지금까지의 가장 저의 마음을 울리는 부분은 솔직하고 순수한 여린 주인공 핍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무명의 누가 그 막대한 유산을 줬겠지요.

괴팍한 누나의 학대, 누나의 기세에 눌려사는 대장장이 매부 조 그는 글도 모르고 덜떨어졌지만 그 마음만은 핍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조.

그마음을 헤아리는 핍 그리고 또래 영리한 처녀 디비...

이쁜 에스텔로에게 무시당하면서 뺨까지 맞지만 그녀를 솔직하게 대하는 그의 순수한 마음은 정말 이 소설의 힘입니다.

사실 관찰자 싯점의 위치에서 읽는 독자는 주인공의 개고생(?)을 즐기는지 모릅니다. 대신 조건이 있는거지요. 순수와 솔직함...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맑아지는것 같습니다. 왜냐면 더이상 잊을게 없기 때무입니다.

 

주인공 핍이 어떤 부자로부터 재산상속을 받고 누나와 살았던 마을을 떠나게 됩니다.

어느 부자가 상속을 시켜주면서 조건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시골 동네를 떠나 런던에서 새로운 공부와 신사의 교육을 받으라고 했기 때문이죠.

그는 그때까지 그 동네에서 대장장이 조와 도제계약을 맺고 대장장 일을 배우고 있다가 이 마을을 떠나게 됩니다.

유산상속을 받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마을사람과 가족과 이별을 할때 주인공 핍은 주마등같이 모든 추억들이 지나가게 됩니다.

 

이하는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구절입니다. 물론 이 문장만 읽어서 운건 아닐겁니다. 그만큼 이글까지 내러티브에 빠져 오다가 한번에 몰아치는 감동의 눈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을은 아주 평화롭고 고요했으며, 엷은 안개가 마치 나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 주기라도 하려는 듯 장엄하게  걷히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참으로 천진난만하고 작은 존재로 살아왔는데, 이제 저 너머 세상은 참으로 너무나 알지 못하는 드넓은 곳이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감정이 복받쳐 오르며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말았다.

 마을 끝에 있는 손가락 모양의 길 안내판옆에서 이 일이 일어났는데, 나는 표지판 위에다 손을 얹고는

" 오 사랑하는 사랑하는 내 친구야, 잘있거라!" 하고 말했다. 하늘에 대고 말하건대, 우리는 눈물을 흘리는 것에 대해 결코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눈물은, 우리눈을 멀게하고 우리의 가슴위에 단단히 쌓인 지상의 흙먼지 위에 내리는 단비와 같기 때문이다.(중략)

 

목이 메이면서 눈에는 그렁그렁 뭐가 맺히더군요. 참 묘했습니다. 책읽다가 그런적은 정말 없었는데...

너무나 몰입해서일까요? 그렇게 슬픈 이야기도 아닌데 말입니다. 운 이유를 생각해봤습니다.

주인공 핍의 마음을 헤아리고  몰입하다보니 그런게 아닐까?

여기까지(19챕터)가 핍의 유산 상속 과정의 첫 번째 단계라고 그 페이지에는 기술이 되었지만  어디 하나 버릴게 없는 훌륭한 소설임에 다시한번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소설의 재미는 이런 고즈넉한 분위기의 홀로 주인공들의 심리적 묘사가 일품임을 다시 느낍니다.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등 원초적 인간의 고독감이 어느 소설보다더 힘을 발휘하고 푹 빠지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이 나이에 책 읽으면서 잠시 눈물을 훔쳤다는것은 오늘 아침, 조용히 저에게 찾아온 작은 행복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353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278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3198
117526 James Michael Tyler 1962-2021 R.I.P. [3] 조성용 2021.10.25 257
117525 그리스 (1978) [7] catgotmy 2021.10.24 366
117524 간만에 꿈얘기 [3] 메피스토 2021.10.24 378
117523 요즘 싱숭생숭 하네요 [4] 예상수 2021.10.24 602
117522 [영화바낭] 스티븐 소더버그의 액션 포르노 '헤이 와이어'를 봤습니다 [6] 로이배티 2021.10.24 1009
117521 허공에 삿대질 [4] 사팍 2021.10.24 533
117520 한국영화 원라인 [2] 왜냐하면 2021.10.23 379
117519 결혼이 뭐길래 [4] 예상수 2021.10.23 934
117518 넷플릭스 '리지' 봤습니다. [4] thoma 2021.10.23 695
117517 이번 사고 때문에 공포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군요 [2] 부기우기 2021.10.23 614
117516 자막 싱크 조절 밀고 당기기가 자꾸 혼동이 되는데 [4] 가끔영화 2021.10.23 419
117515 우리동네 닭부부 [2] 가끔영화 2021.10.23 382
117514 나를 사랑한 스파이 (1977) [7] catgotmy 2021.10.23 456
117513 바낭 - 뭘 해야 할까 [2] 예상수 2021.10.23 282
117512 듄 후기 (노스포) [7] LadyBird 2021.10.23 1126
117511 [영화바낭] 본격 제목 붙인 사람이 궁금한 영화, '지옥행 특급택시'를 봤습니다 [7] 로이배티 2021.10.23 737
117510 요즘 그린 그림들... [7] 낭랑 2021.10.23 402
117509 [KBS1 독립영화관] 크리스티안 펫졸드 감독의 <운디네> [8] underground 2021.10.22 411
117508 유돈노미/베네데타/고티에 [4] daviddain 2021.10.22 458
117507 바낭 - 새 나라의 어른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 [3] 예상수 2021.10.22 32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