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에 나온 1시간 58분짜리 액션 스릴러입니다. 스포일러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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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간 저를 괴롭히던 이 썸네일로부터 드디어 해방!!!)



 - 영화는 지풍화악단의 대표곡 '9월'로 흥겹게 문을 엽니다. 생각난 김에 여유 되시면 노래나 한 번 들으시죠.



 암튼... 좀 흉악한 인상의 아저씨가 '난 이제 은퇴야~ 퇴직금이나 팡팡 쓰며 신나게 살련다!!' 라면서 몸매 좋은 여자 하나랑 개인 풀장 딸린 별장에서 므흣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요. 잠시 후에 저 멀리 저격수 아저씨가 하나 보이고. 몸매 좋은 여자분도 한 패인 것 같고. 또 다른 사람 둘이 권총을 들고 다다다 달려가고 있어요. 결국 그 양반은 퇴직금이고 뭐고 총알에 벌집이 되어 사망. 그리고 그 분의 어떤 힘찬 신체 부위를 갖고 농담을 던지면서 장면 전환.


 이제야 매즈 미켈슨이 나옵니다. 근데 이 양반도 은퇴 얘길 하고 있네요. 병원도 가고, 본인 재무 담당자도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고요. 뭐... 그러니까 킬러인데 '블랙 카이저'라는 남부끄러운 별명이 달릴 정도로 잘 나가는 킬러이고, 어둠의 킬러 에이전시를 통해 일 하다가 이제 은퇴하면서 퇴직금 챙기려는 중이에요. 하지만 그 회사 사장님은 생각이 달라서, 어차피 주변에 막 굴러다니고 발에 차이는 게 킬러이고 하니 은퇴하는 애들은 그냥 다 죽여서 퇴직금을 세이브 해보겠다는 말이 되는 듯 안 되는 듯한 계획을 세워버렸네요. 방금 도입부에 나온 장면이 그런 의미였구요. 그러니 이제 당연히... 경력 내내 최고의 실적을 보이는 바람에 퇴직금도 가장 두둑한 매즈 미켈슨이 타겟이 되겠죠. 뭐 대략 이런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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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이 영화의 '거의 모든 것' 역할을 맡고 있는 매즈 미켈슨입니다.)



 - 그러니까 전형적인 '고독한 천하무적 살인 기계' 스토리입니다. 이것도 사실 이미 액션물의 하위 장르로 자리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저도 사실 이런 얘길 좋아하는지라 이 영화가 나오자마자 관심은 갖고 있었는데...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냥 안 보고 있었죠. 그러다 2년이 흘렀네요. 뭐 넷플릭스 유저들에겐 일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ㅋㅋ 

 근데 내일 모레면 제가 좋아하는 배우인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가 또 이런 '고독한 천하무적 살인기계'로 나오는 영화가 넷플릭스에 올라오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나오자마자 봐야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미뤄뒀던 이 영화가 생각나서 숙제 하나 해결했습니다. 시원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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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살인기계님들에게 필수템인 '지켜야할 존재'님)



 - 먼저 말 했듯이 '고독한 살인기계' 스토리입니다. 이 장르가 갖춰야할 미덕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해요. 첫째는 다른 유사 작품들과 차별화를 위한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 두번째는 신나고 폼나게 창의적으로 아주 많이 죽이기. 대략 이렇게 두 가지만 갖춰지면 그 외의 부분들은 신경 안 쓰고 신나게 즐길 수 있죠. 적어도 이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러합니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ㅋ


 일단 캐릭터 구축면에서는 뭐랄까. 그냥 좀 치트키를 쓴 느낌입니다. 주인공 캐릭터 말이죠. 되게 별 거 없거든요. 세상에 존재할 리 없는 '킬러 회사'를 다니다가 은퇴하는 우수 사원이라는 설정이 좀 튀긴 하지만 그게 캐릭터 성격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구요. 마음 속 아픈 구석 하나라든가, 반드시 지켜야만할 대상 하나라든가... 이런 건 그냥 너무 흔한 설정이고. 암튼 진짜 별다를 게 없는 캐릭터인데 그게 매즈 미켈슨이라는 게 치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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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이런 표정 한 번 지어주면 상황이 뭐가 됐든 다 납득이 가고 이해가 가고 뭔가 막 개성 넘치는 장면인 것 같고...)


 제가 이 배우를 막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닌데, 음. 그냥 그 비주얼이, 표정이, 목소리가 캐릭터를 완성하고 개연성을 프리패스 시켜주는 느낌. ㅋㅋㅋ 그냥 멋집니다. 그냥 그럴싸합니다. 그냥 폼이 납니다. 뭐 그렇구요.


 그 다음으로 신나게 폼나고 창의적으로 많이 죽이기 부분은요. 음. 나쁘진 않은데 좀 아쉽습니다. 정말 많이 죽이고 폼나게 죽이고 나름 창의적인 장면도 하나 있고 그러한데요. 액션 연출에서 개연성을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예를 들어 영화에서 가장 호평 받는 장면들 중 하나인 복도 총격전 장면이 그렇습니다. 아무리 매즈 미켈슨이 천하제일 킬러라고 해도 총격을 피할 길이 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데 그게 매번 별로 설득력 없는 이유로 통과되거든요. 장애물 하나 없는 복도에서 바로 2m 앞에 있는 사람을 등 뒤에서 먼저 사격하는데 그 총알이 빗나간다니... 게다가 명색이 킬러 회사 경비원들인데요. ㅠㅜ


 그나마 매즈 미켈슨의 '가오'가 그 민망함을 많이 상쇄해주긴 합니다만. 그래도 그런 부분은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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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보면 폼은 잘 잡는데 가만 보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장면의 연속)



 - 그 외의 다른 부분들을 말하자면... 뭐 대체로 별롭니다.


 그러니까 이걸 보면서 좀 당황했던 게, 전 그냥 포스터 이미지들만 수백번을 봐서 되게 건조하고 삭막한 영화일 줄 알았거든요. 근데 의외로 '킬빌 파트1' 비슷하게 만화적인 느낌으로 과장된 캐릭터들이 나와서 위악적인 개그들을 날리는 그런 영화였던 겁니다. 정확히는 악당들만 그래요. 근데 그 악당들이 별로 매력적이지가 않아요. 한 명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프로페셔널스런 느낌도 없는 양아치 무리들 느낌. 행색들만 요란하지 캐릭터로서의 개성도 잘 안 살아나고 포스도 없고... 뭐 그렇습니다. 게다가 퇴장도 그냥 한 방에 우루루루루라서 이럴 애들을 왜 도입부부터 그렇게 시간 들여 보여줬나... 싶어서 허망한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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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런들은 그냥 진짜로 딱 이 정도 느낌입니다. '병풍'. 근데 분량을 왜 그리 잡아 먹냐고.)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섹스씬들이 자꾸 나오는 것도 개인적으론 별로였습니다. 그게 드라마상 꼭 필요한 장면도 아니고 또 필요하다 쳐도 쓸 데 없이 길게 보여주기도 해서 마치 '니들 이런 거 좋아하지?'라는 제작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달까. 좀 티를 덜 내게 조절을 해줘야 보는 사람이 맘 편히 좋아합니다 제작자님. ㅠㅜ


 또 좀 시간낭비스런 부분들이 많아요. 그 개성넘치고 싶었던 악당들이 매즈 미켈슨의 집을 찾아다니는 장면들도 그렇고. 주인공이 정을 주는 모자 캐릭터들도 등장 의미를 잘 모르겠구요. 영화의 결말도 그렇습니다. 이야기가 다 끝났는데도 런닝타임이 18분이나 남아 있길래 뭐 반전이 있나? 했더니 후일담을 아주 느릿하고 길게 보여주며 2편의 여지를 남기고, 그 다음에 크레딧만 10분(...)이라서 당황했네요.


 아마도 원작이 있어서 그런 것이었겠지요. 보니깐 그래픽 노블 원작이 있던데 거기 나왔던 인기 캐릭터들 다 넣어주고 인기 에피소드들 살짝 살려주고 그러려다 이랬을 것 같긴 한데. 어쨌든 아쉬웠던 건 아쉬웠던 거니까요.



 - 결국 총평을 하자면 잘 만든 영화는 아닙니다. 스토리도 그저 그렇고 액션도 평타 정도 수준에 주인공 하나 빼면 딱히 기억에 남는 캐릭터도 없어요.

 게다가 그런게 있거든요. 튀고 싶고 독특하고 싶다가 망한 영화들은 보기가 참 민망합니다. 그래서 더 별로라는 느낌이 있었구요.

 근데 문제는 그 '주인공 하나'가 되게 기억에 남습니다. ㅋㅋㅋㅋㅋ 순전히 배우빨로 기억에 남는 거라 이걸 칭찬을 해줘야 하나 싶은 기분이지만, 어쨌거나 기억에 남습니다. 폼나요. 있어 보여요. 얄팍한 캐릭터를 캐스팅 하나로 덮어보세~ 라는 노림수가 빤히 보이는데도 성공적입니다. 정말 배우 혼자서 영화 퀄리티를 팍팍 올려주는 느낌.

 그래서 결론적으론 재밌게 봤어요. 아주 분한 기분이지만, 어쨌든 집중해서 봤고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ㅋㅋㅋ




 + 빌런들 중에 유일하게 존재감을 뽐내주시는 분이 계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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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예뻐서요. 네. 저 그런 놈입니다(...)

 알고 보니 유명한 분이더라구요. 캐서린 윈닉. 드라마 '바이킹스'로 유명하시고 태권도 고수에다가 액션 연기를 그렇게 잘 하신다고.



 ++ 영화가 끝나고 남는 가장 큰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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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 어디 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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