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8 01:44
- 에피소드 여섯개에 각각 대략 40~50분 정도네요. 완결... 은 아니지만 완결이나 다름 없구요. 스포일러 없게 쓰겠습니다.
(주요 등장인물 다 때려 박은 포스터네요. 그거랑 별개로 멋지진 않은 듯.)
- 요즘 워낙 대세라 스토리 소개가 필요는 없겠지만 그냥 간략하게.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일이 생기면서 인간 사회가 특이점을 맞아 버리는 이야기죠. 기준과 영문을 알 수 없게 어느 날 어느 순간 허공에 둥둥 뜬 이상한 머리통이 나타나 누군가에게 '넌 며칠 후 몇 시 몇 분에 죽어서 지옥에 간다' 라고 예고를 하고 사라집니다. 이걸 '고지'라고 하구요. 약속된 시간이 되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근육 연기남 3인조가 달려와 으쌰으쌰하고 고지 받은 사람을 쥐어 패다가 불로 태워 죽여버리고 으쌰으쌰하며 사라져요. 이걸 '시연'이라고 부릅니다.
일단은 세 사람을 중심으로 시작됩니다. 이런 일을 진작부터 눈치 채고는 종교 단체 비스무리한 걸 만들어 계몽 활동을 하던 수상쩍은 남자 유아인씨. 그리고 이 '고지' 사건을 수사하다 어쩌다 딸래미와 함께 험한 일에 엮여 버리는 형사님. 마지막으로 '고지'를 받은 사람에게서 도움을 요청 받아 이 사건에 엮이게 되는 김현주씨... 이렇게 셋인데요. 사실 이 시리즈는 피카레스크 형식으로 에피소드 셋씩 묶어서 두 가지 이야기가 전개되는 관계로 4화부터는 또 다른 사람들이 나와요. 세계관은 같고 겹치는 출연자도 조금 있구요.
(이것이 '고지'를 담당하신 상상력 부족 둥둥 머리통님.)
- 괜찮았다, 완전 쉣이었다. 이렇게 뜨겁게 반응이 갈리는 중이죠. 얼마 전 '오징어 게임' 갖고도 논쟁이 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사실 '오징어 게임'은 작품 자체가 되게 재미가 없다든가 완성도가 쓰레기라든가 하는 정도로 비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잖아요. 그래서 더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이건 어떻게 만들어놨길래 저렇게 평이 갈리지? 근데 또 해외 사람들은 왜 저리들 좋아하고 평가가 좋지? 그래서 그 호기심 때문에 봤네요. ㅋㅋ 오늘 보기 시작해서 방금 다 봤어요. 그래서 제 결론은...
재밌는데요? ㅋㅋㅋㅋ 저랑 취향이 비슷하신 분들이 대체로 혹평을 하시길래 마음의 각오를 하고 봤는데. 의외로 재밌게 잘 봐서 좀 당황스럽네요.
그런데 이 시점에서 제가 괜히 밝히고 싶은 것 한 가지는, 제가 무려 '염력'을 재밌게 본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음핫하. '반도'는 별로였는데 '염력'은 재밌게 봤어요. 이 점 감안(?)해주시고.
아, 그리고 전 원작 웹툰도 안 봤어요. 이 점도 감안을 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 분들이 '시연'을 담당하신 3인조 으쌰으쌰 쿵쿵쿵님들이십니다.)
- 기본 설정만 봐도 아시겠지만 아주 강력한 미끼를 화려하게 전시하며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보다가 재미를 느끼고 못 느끼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떡밥만 떼어 놓고 볼 때 정말 매력적이잖아요. 문제는 이 떡밥이 절대로 해명이 불가능한 떡밥이라는 건데...
이런 소재를 쓰는 이야기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보통 두 가지가 있죠. 하나는 어떻게든 앞뒤를 짜맞추고 추가 설명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최종적으로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 또 하나는 그냥 시원하게 설명을 포기해버리고 대신의 그 떡밥을 갖고 상상의 나래나 실컷 펼치는 것. 그 중에서 이 '지옥'이 선택한 길은 후자입니다. 뭐 그렇죠. 애초에 그냥 감독 겸 작가인 연상호가 보여주고 싶은 지옥도를 맘껏 보여주기 위해 고안된 떡밥일 뿐, 별로 이걸 해명할 생각 같은 건 애초에 안 했으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선택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원래 브레이크 없이 막 달리는 이야기들을 좋아해서요.
(연기를 못 한단 생각은 안 드는데 잘 한다는 생각도 안 들기로 제게 꾸준한 배우님 유아인씨.)
- 물론 이런저런 설정과 떡밥을 던지면서 인간들의 추레한 본성을 과장해서 보여주고 그걸 놀려대며 비웃는... 이런 이야기가 딱히 참신한 건 아니죠. 이미 선례들이 무수히 존재하고 이 드라마가 그런 측면에서 특별히 더 강렬하거나 신선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또 이런 류의 이야기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중간중간 슬쩍 개연성을 무시해버리는 부분들도 많아요. 예를 들어 '공중파 3사 합동 중계' 장면 같은 게 그렇죠. 법치가 제대로 돌아가고 사람 인권이라는 걸 챙기는 척이라도 하는 사회에서 그런 이벤트 성사가 가능할 리가 있습니까. ㅋㅋ 또 cg 사용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들도 많구요. 그 예언 머리통 생김새나 목소리 같은 것도 참 구리고... 시연 멤버 3인조는 볼 때마다 웃었습니다. 얘들은 그래픽 자체가 구린 건 아닌데 그냥 그 '으쌰으쌰!'하는 입장과 퇴장이 꼭 옛날 예능프로의 벌칙 부여 스탭들 같아서요. 왜 있잖아요. 연예인들 게임하다 벌칙 받을 일 생기면 무대 뒷편에서 말 없이 달려나와 벌칙 수행시킨 후 말 없이 사라져버리는 분들. 그리고 실제로 그 '시연'이란 게 벌어졌을 때 사람들이 그렇게 순진하게 다 '오오오 하늘의 벌이다!!!' 이러고 넘어갈 리가 없잖아요? 정말 큰 죄를 저지르고도 멀쩡히 살아가고 멀쩡히 늙어서 죽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저런 뭔 죄가 있는지 없는지도 긴가민가한 사람들만 죽나... 라는 의문을 왜 아무도 안 품는 거죠.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참 구멍 많고 허술하며 신선할 것도 없는 이야기 맞아요. 그렇긴 한데...
(실질적인 주인공 김현주씨. 정말 오랜만에 이 분 연기를 본 건데, 음. 연기도 괜찮고 여전히 매력적이시란 생각을 했습니다.)
- 사실 전 이 시리즈를 '염력'과 비슷한 물건이라고 생각하면서 봤습니다. 뭐 이건 코미디도 아니고 초능력자도 안 나오긴 해요. 하지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예상치 못한 비극을 당하며 살아가는 힘 없는 사람들 이야기이고. 그걸 어떻게든 극복해보려는 노력이 결국 다 나가리가 나고 그 과정에서 염세 파워가 뿜뿜! 해지는 와중에 마지막엔 좀 오골오골한 기적 같은 걸 보여주며 완전 염세는 살짝 피해가는 이야기이구요. 또 그런 이야기의 중심에 참으로 꾸준하고 집요하게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세워 놓고 그걸 중심으로 드라마를 끌어가는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이렇게 적고 보니 꼭 '염력' 뿐만 아니라 걍 연상호의 영화 작품들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ㅋㅋ 그래도 전 '염력'과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유는 스포일러가 될 테니 못 적지만 이 얘긴 할 수 있겠네요. '염력'과 되게 비슷한 전개나 장면들을 여기저기 중요한 부분들마나 써먹지만 '염력'보다 훨씬 잘 다듬어서 써먹는 이야기였어요. 그 당시에 과하다, 유치하다, 촌스럽다는 소릴 많이 들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옥'에선 비슷한 일들을 반복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은 없더라구요. 연상호 감독이 '염력'과 '반도'를 말아 먹으면서 그래도 확실히 배운 부분이 있는갑다... 싶었네요.
(약간 오버액팅 아닌가 싶으면서도 어쨌든 강력한 존재감으로 1부의 드라마 축을 잘 잡아주신 박정자... 아니 김신록씨.)
- 앞서서 '어차피 해명 불가능한 떡밥'을 다루는 이야기라고 했는데. 그런 측면에서도 머리를 잘 쓴 것이, 1부격에 해당하는 이야기와 2부격에 해당하는 이야기 양쪽 모두에 메인 떡밥과는 별개의 미스테리를 심어 놓고 마지막에 반전 비슷한 걸 던지는 식으로 이야기를 짰다는 겁니다. 보통 이런 식의 이야기 중 다수가 그냥 그 '해명 불가능 떡밥'에 매달리다 이야기를 망쳐 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처음부터 그럴 위험을 피해가면서 (그 떡밥 해명 안 할 거라고!!!) 대신 관객들이 흥미를 둘만한 다른 떡밥을 던지며 유인하는 거죠. 그리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은근히 그 떡밥들이 꽤 공들여 만들어져 있어요. 특히 2부의 그 고지와 그에 따른 결과는 꽤 영리했죠. 1부에 나온 고지와 2부에 나온 고지를 비교하며 연달아서 들어보시면 셀프 스포일러 가능하십니다. 전 당연히 다 본 후에야 깨달았구요. ㅋㅋㅋ
(그리고 사실은 1부의 주인공 역할이신 양익준씨. 뒤로 미뤄서 죄송합니다. ㅠㅜ)
- 어쨌든 1부와 2부가 '다른 이야기'이니만큼 따로따로 짧게 얘길 하자면.
1부는 사실 주인공의 존재감이 별로 없는 이야기였어요.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유아인의 교주님 캐릭터와 박정자씨가 주인공이었고 형사님네는 이야기 전개를 위한 훼이크 주인공 아니었나 싶을 정도죠. 사실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유아인, 박정자씨, 그리고 김현주의 캐릭터들은 이 시리즈의 세계관 형성에 큰 역할을 담당하는 분들이었고 결국 1부는 관객들에게 세계관을 소개하는 역할이었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야기가 좀 산만하고 중심이 없어 보이는 느낌이 분명히 있습니다만. 애초에 세계관을 이루는 떡밥 자체가 매력적이고, 또 박정자씨네 가족을 통한 신파가 적절한 톤으로 분위기를 잘 잡아줘서 그냥 잘 봤어요. 막판 유아인에게서 밝혀지는 비밀도 놀라울 건 없지만 적절했구요.
2부는... 이미 세계관 세팅이 끝난 후의 그 망할 세상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음. 솔직히 좀 별로였습니다. 일단 그 '화살촉'들이 설치고 다니는 장면들이 기본적으로 제가 싫어하는 류의 불쾌함 가득이라서 그랬던 것도 있구요. 이미 1부에서 강렬한 건 다 써먹었다 보니 신선한 느낌도 없고. 결정적으로 사건이 에피소드 3개를 채울만한 사건이 아니었어요. 자꾸시간 채우느라 힘겨워하는 느낌이 종종 들었고 그래서 늘어지는 느낌이.
대신 이 이야기는 오직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 '시연' 장면 하나를 위해 존재하는 이야기였고 그래서 그 장면이 중요한데... 전 맘에 들었습니다. 아마 싫어한 분들이 꽤 많으실 것 같은데. 전 에피소드 4, 5를 내내 지루하게 보다가 클라이맥스 장면 하나 때문에 용서했어요. ㅋㅋ 그냥 제 취향이기도 했고. 또 이걸로 완결이라 쳐도 괜찮을 방향의 엔딩이라 더 좋았구요.
(사이비 종교가 큰 역할로 등장하지만 사이비 종교 이야기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냥 말종스런 인간성의 다양한 사례들 중 하나 정도?)
- 무시할 수 없는 단점들이 꽤 있긴 합니다.
개연성 문제나 특수 효과가 디자인 면에서 별로인 점, 메시지가 특별히 신선하거나 깊이 있거나 하지 않다는 문제나... 등등 많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가장 강하게 느꼈던 건 대사였네요. 설명조의 대사들이 은근 자주 튀어나오구요. 그게 또 무슨 설정 설명 같은 게 아니라 주제, 메시지 같은 것들을 등장 인물들의 입을 통해 부자연스럽도록 길고 친절하게 읊어대는 류라서 살짝 고통스러웠어요. 특히 최악은 2부의 그 대학 교수님! 이 분은 연기 자체가 어색한데 또 그런 류의 대사들을 거의 몰빵으로 맡아 버리셔서... ㅠㅜ 뭐 한국어 모르는 외국인들은 그 어색함을 몰라서 괜찮을 것 같았지만, 전 한국인이니까요. ㅋㅋ
- 암튼 뭐 대충 정리하겠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들과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사정들로 인해 재밌게 봐 버리고 말았습니다. 부디 용서를!(??)
다만 다음 시즌을 기다릴만한 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하면 별로 그런 생각은 안 듭니다만. 다 합해서 다섯 시간 남짓되는 관람 시간 동안 그럭저럭 흥미롭게, 재밌게 잘 봤네요.
솔직히 이 정도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들, 특히 그 중에서 이런 류의 다크 환타지 장르물들 중 상위권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아시잖아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의 평균 퀄리티가 어떠한지... 이 정도면 상위권 맞다고 봤어요. ㅋㅋ
뭣보다도 전 이런 류의 이야기를 보면 애초에 주제 의식 같은 건 집어 치우고 (어차피 다들 대략 뻔하잖습니까) 그냥 분위기만 즐기는 편인데, 이 정도면 썩 불쾌하게 재밌는 분위기는 보여줬다고 생각하구요. 그 와중에 너무 끈적거리거나 유치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족 신파'도 적절하게 잘 활용한 것 같구요. 결말도 제 취향으로 상큼(?)하고 괜찮았네요.
대략 그러합니다.
+ 김현주의 액션 연기라니! 나이 40대 중반에 본격 액션이라니!! 그 자체가 막 훌륭한 건 아니었지만 그냥 와~ 하고 신기해하면서 재밌게 봤네요. ㅋㅋ 지난 필모 다 뒤져보면 비슷한 역할이 없진 않았겠지만, 어쨌든 제겐 신선했어요.
++ 1부 초반에 '넘버3'의 유명한 대사랑 같은 맥락의 대사가 나와서 피식 웃었네요. '죄가 무슨 죄야 죄 지은 xx가 나쁜 xx지!!!' 라는 대사가 유명했잖아요. 그거랑 같은 이야기가 다른 표현으로 나오더라구요. 맞죠. 죄가 무슨 죕니까 죄 지은 놈이...
+++ 이게 1, 2부로 나누어지는 이야긴 줄 모르고 봤거든요. 3부를 중간쯤까지 보면서 '아니 이거 여기서 딱 끝나야 할 이야긴데 에피소드가 셋이나 더 남았어?' 하다가 에피소드 4로 넘어가는 순간 바로 납득을. 사실 이게 제겐 제일 큰 반전이었네요. 앞뒤가 다른 이야기였다니!!! ㅋㅋ
++++ 시즌 2를 만들 생각이더라구요. 먼저 웹툰 시즌2를 낸 후에 만들 거라던데. 넷플릭스에서의 대박 덕분에 웹툰이 이미 전세계 사방팔방과 출판 계약을 맺었죠. 연상호 아저씨 갑부 되시겠어요. '염력'과 '반도' 연타로 미래가 깜깜해보이던 분이 이렇게 화끈하게 역전 홈런이라니. 역시 사람 인생 몰라요... 하하.
웹툰 얘길 꺼냈으니 말인데, 원작 웹툰과 연출이나 표현이 다른 부분들 때문에 원작보다 별로라는 분들이 많죠. 대충 찾아서 읽어보니 그 실망 자체는 납득이 갑니다만. 애초에 원작자가 직접 각색하고 직접 연출한 것이니 그런 변경점은 다 연상호의 의도로 봐야겠죠. 이게 인간의 음모냐 진짜 초자연 현상이냐... 라는 떡밥은 걷어내고 처음부터 '초자연 현상 맞음!' 하고 못박아둔 채 달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에피소드 수가 많지도 않으니 나름 현명한 판단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 원작을 아직 안 읽어서 사실 뭐라 말은 못하겠구요.
+++++ 오징어 게임에 이어 이 드라마를 본 외국 시청자들은 한국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을 할 것 같아요. 1. 의외로(?) 영상물 참 잘 만드는 나라였구나. 2. 그 동네 사람들은 정말 세상에 불만이 많고 염세적이구나... 하하하.
2021.11.28 02:08
2021.11.28 10:09
3인조는 좀 더 불쾌하고 사악해 보이는 인상으로 바꾸었음 좋았을 것 같은데. 어찌보면 연상호 입장에서 그 '시연'이란 것 자체가 깡패들이 만만한 시민들한테 진상 부리는 거랑 별 차이 없다... 는 생각이었을 수도 있겠죠. 그게 실은 전혀 신성하지도 신비롭지도 않은 그냥 재난, 사고라는 게 핵심이니까요.
오히려 '염력'이나 '반도'에선 그렇게까지 설명충(...)스런 모습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 작이 유난히 설명이 많아서 좀 당황했네요. ㅋㅋ 그래도 외국인들 입장에선 그냥 괜찮았을 것 같기도 해요. 가만 생각해보면 헐리웃 영화들에도 그런 설명 장면들 꽤 많은 것 같기도 하구요.
2021.11.28 23:20
2021.11.28 23:23
전 그 으쌰으쌰 3인방이 벌(?) 줄 대상 말고 그걸 방해하는 사람들까지 다 두들겨 패버리는 걸 보면서 '아. 감독이 걍 쟈들을 건달 깡패처럼 묘사하고 싶었구나' 라고 생각하고 그냥 대충 납득했습니다. ㅋㅋ
2021.11.28 07:27
다른 장치는 그런가보다 할 수 있는데 무섭게 하는 것 같지만 굳이 친절하게 몇날몇시몇분몇초를 알려주는 머리나 꿍쌰꿍쌰 등장했다 사라지는 벌칙맨들이나, 드문드문 나타나는 그 현상 때문에 세계가 한 종교로 통합되거나 하는 부분들이 영 몰입이 안됐어요. 똑같은 설정이라도 좀 더 근사하게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은 닥터브레인을 보고 있는데 OTT 드라마도 특이한 소재나 많은 제작비나 거물급 캐스팅과 감독 같은 요소만 가지고 관심을 끄는 시대는 빠르게 지나가겠다 싶더리구요. 요즈음 해외에서의 호평에는 개인적으로 어리둥절. 한국 드라마 인기야 세계급이 된 건 최근이 아니긴 한데 그래도 메이저 리그인 서구권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그 동네 투자를 많이 받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드라마의 진정한 전성기가 온 것 같기는 해요. 어떤 부분이 한국발 컨텐츠에 관심이 가게하는지 궁금합니다. 언급하신 것과 비슷하게 계급차에서 오는 부조리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면이 특징이라는 평을 어디서 봤는데 그점은 말이 된다 싶긴 하구요. 그게 다는 아닐 것 같기는 한데. 그러고 보면 봉준호 감독이 참 균형감이 있었네요.
2021.11.28 10:19
세계관 설정을 본인 입맛에 딱 맞추느라 대충대충 한 느낌이 있죠. 디테일하게 짜고 들어갈 능력이 없는 사람은 아닐 거라 생각하는데 그냥 '런닝타임 아깝게 뭐 그걸 다 설명해' 이런 식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ㅋㅋ
오징어 게임에 이은 이 드라마의 연속 흥행에 대해선 전 대충 이런 생각이 듭니다. '기생충'의 극찬과 '조커'의 기대 이상 대박을 보면 지금 전세계적으로 '본격 사회 분노 장르물'에 대한 수요가 꽤 큰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장르물의 주 생산지인 헐리웃의 경우엔, 의외로 장르물에서 이런 주제를 직접적으로 들이 파는 경우가 거의 드뭅니다. 특히 빈부 격차라든가, 공정하지 않은데도 지들끼리만 잘 굴러가는 사회에 대한 분노 같은 걸 진지하게 다루는 장르물이 별로 없죠. 그나마 흑인, 여성 관련 작품들은 또 되게 많긴 한데 '빈부 격차 & 불공정 사회'만큼 보편적인 주제는 아니구요. 그런 측면에서 대충 즐겁자고 보는 오락물, 장르물에도 이렇게 각잡고 세상 욕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산 컨텐츠들이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게 아닌가... 하구요.
덧붙여서 한국식 가족주의도 꽤 호응을 얻는 것 같아요. '가족'은 원래 헐리웃 전공이었긴 한데, 요즘 헐리웃 컨텐츠들이 가족을 다루는 태도를 보면 대체로 '혈통 그 까이 거 안 중요함. 가족 같은 관계를 맺으면 가족인 거지' 라는 식으로 대안 가족이랄까, 뭐 이런 걸 더 부각시키는 쪽인데요. 한국 컨텐츠들의 가족은 문자 그대로 핏줄로 이어진 가족이고. 작품들이 다 그 전통적인 가족 개념을 떠받들며 부각시키는 쪽이다 보니 (이게 나쁘단 얘기 아닙니다? ㅋㅋ) 역시 헐리웃식 가족 이야기들 대비 신선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라고 망상을 해봅니다. 이 '지옥'만 봐도 그렇잖아요. 착한 쪽 주인공들은 무조건 다 부모 자식 관계가 극중에서 중요한 동기로 설정이 되어 있고 그 부모 자식 관계를 핵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죠. 너무 '모두 다'라서 연상호 감독의 부모 자식 집착에 대해 심리 분석을 해봐야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ㅋㅋ
2021.11.28 13:03
대체로는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평가인 것 같긴 합니다. 스크린쿼터제에서부터 뿌리깊은 한국 영화의 반골 기질이 이렇게 빛을 보네요.대통령을 끌어 내릴 정도로 한국 문화가 반항에는 일가견이 있으면서도 어처구니 없게 순응적이기도 하죠. 순응적인만큼 아니다 싶을 때의 반항이 강력한 건가 싶네요. 덧붙여서 한국식 로맨스에 대한 수요자들은 만나자마자 후루룩 촵촵 하는 서양식 멜로에 지쳐서 몇 화 지나서 손 한 번 잡을 때의 짜릿함을 즐긴다고 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했다치고 넘어가기에는 제겐 전반적인 장치들이 너무 나이브했어요. 염력은 저도 꽤나 재미있게 보긴했었는데 아쉽네요. 차라리 카우보이 비밥 쪽이 저는 그렇게 넘어가지던걸요. ㅋ
2021.11.28 23:24
아 저는 비밥도 그러려니... 하면서 보긴 했어요. 비밥에 대한 실망은 그냥 때깔이 격하게 맘에 안 들었던 게 컸죠. ㅋㅋㅋ 비셔스는 처음 볼 때도 멋지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 캐릭터라 걍 웃음벨이라고 생각하고 넘기면 되는데 소드 피쉬 연출이 그모양이니 볼 의욕이 샤라락 사라지더라구요.
2021.11.28 08:52
지옥이 뭐 별거겠어요? 응급실에서 환자가 죽어 방치되고 폭력사건에도 경찰출동 안하는 곳이 바로 지옥이죠. 이 작품이 잘 안 와닿는 큰 이유는 가장 중요한 세계관 세팅이 그냥 "했다 치고!"식이어서인거 같아요.
2021.11.28 10:21
맞아요. 그 '했다 치고!'가 관대하게 넘겨지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소감이 확 갈리는 듯 하구요. 본문에도 적었듯이 전 이런 류의 작품들을 그리 진지하지 않게 보는 경향이 있어서 '응. 그렇다 치고 뭐 재밌는 얘기 좀 해봐.' 라는 식으로 봤기 때문에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ㅋㅋ
2021.11.28 10:37
2021.11.28 23:27
교단도, 화살촉도, 정체불명의 얼굴과 3인조도, 후반부에서 활약(?)하는 그 빌런 양반도. 모두 다 연상호에겐 조롱의 대상이라는 걸 생각하면 교단이 자꾸만 예능 코미디를 하는 것도 이해는 해줄 수 있는데, 그게 이야기 톤과 잘 안 맞는다는 느낌은 저도 받았습니다. 아예 코미디로 가는 작품도 아니고 하니 유머는 좀 은밀하게(?) 넣어두는 게 나았을 것 같아요.
유아인 연기는 솔직히 1, 2화에선 정말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3화에서 괜찮았어요. 제가 그냥 개인적으로 유아인 스타일의 연기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구요. ㅋㅋ
2021.11.28 19:22
연상호 차기작이 넷플릭스 영화로 아포칼립스 미래를 배경으로 전투로봇이 나오는 SF라는데, 김현주가 여기 주연이라네요. 인간(용병)과 전투로봇 1인2역을 맡는 듯.
<지옥>의 레퍼런스로 볼만한 작품들이 <눈 먼 자들의 도시>, <레프트 오버> 이런 류일텐데, <지옥>에선 초자연 현상이 너무 구체적이죠.
한국어로 따박따박 설명해주고 지옥에 간다고 언급까지 하는데, 칼 세이건이라도 눈 앞에서 이런 거 목격하면 회의주의에 심한 회의감이 들 것 같은..
사람들이 광신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런 초자연 현상을 던져주고, '자, 봐라, 인간들이 이렇게 나약하고 발광하기 쉬운 존재야 엣헴' 이런 교조적 태도가 좀 별로였습니다.
저도 재밌게 봤고 6부작이 후딱 가게 만들긴 했고요.
2021.11.28 23:30
'한국어로 따박따박'이랑 칼 세이건 말씀에 순간 소리내서 웃었습니다. ㅋㅋㅋ 그렇네요. 도무지 믿지 않을 수 없는 떡밥을 던져주고 조롱은 좀 비겁하군요.
아포칼립스의 전투로봇이라... 이건 뭔가 느낌이 좀 쎄-합니다만. 그래도 한국산 장르물은 그냥 무조건 많이 나와줬음 좋겠단 입장이라 일단 기다려봐야겠네요. 하하.
2021.11.28 23:26
2021.11.28 23:34
아시다시피 원작도 이것도 다 연상호가 쓴 이야기니까 당연히 본인의 의도대로 바꾼 걸 텐데요.
그걸 바탕에 깔고 생각해보면 그냥 천사든 3인조 처벌조(...)든 간에 처음부터 정직하게 '얘들도 결국 양아치임'이라는 느낌으로 밀고 나가려고 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걸 미스테리로 밀다가 나중에 반전을 때리는 원작의 구조를 일부러 버리고 대신 풍자(?)를 강화한 거겠죠. 그게 맘에 들고 안 들고는 사람들 나름이겠습니다만. 의도는 그런 게 아닐까... 라고 혼자 짐작해 봅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