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영화 딥하우스를 보고 좀 놀랐어요. 내가 생각해뒀던 이야기랑 많은 부분이 겹쳐서 말이죠. 하지만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워낙 비슷비슷한 소재가 넘치는 장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딥하우스의 스토리 초반은 그레이브 인카운터나 다른 파운드푸티지랑 비슷해요. 주인공들은 방송의 PD는 아니고 일개 유튜버라는 점이 색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영상 컨텐츠로 돈을 벌어보고 싶어하는 그들은 돈 될만한 촬영지를 찾아다니는 중이죠. 그리고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다 그렇듯이, 어느날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나 우연히 들어온 제보를 보고 고민하는 척 하다가 그곳으로 떠나요.



 2.여기까지는 이런 이야기의 규칙대로 흘러가는데 딥하우스의 경우는 장소가 물속이라는 점이 신선했어요. 홍수 때문에 호수에 가라앉은 어떤 집을 탐색하는 내용인데 약 한시간 남짓의 산소통을 달고 있으니 영화 내적으로 한시간이라는 타임 리미트가 존재하죠. 그리고 비주얼적으로도 다른 호러물과는 차별점이 있고요.


 그리고 당연히...그곳에 간 주인공들은 처음엔 대박을 잡은 것 같다고 기뻐하다가 점점 눈치채게 돼요. 이곳이 뭔가 심상치 않은 곳이라는 걸 말이죠. 그리고 그곳이 애초에 오지 말았어야 했던 곳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쯤엔? 이미 늦었다는 거죠. 주인공들은 도망치려고 하지만 출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어요.



 3.사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는' 만들기 참 쉬워요. 무언가 미스테리어스한 곳의 정보를 얻어서 찾아가고...무언가 싸한 징조들과 함께 살짝씩 떡밥이 풀리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고...결국 그곳이 엄청나게 위험한 곳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주인공들이 패닉에 빠져서 도망가려고 하는 부분까지는 말이죠. 이 지점까지는 작가가 직업이 아니어도 이런 장르를 많이 섭렵한 사람이라면 꽤 재미있게 꾸며낼 수 있을 거예요.


 한데 어려운 건 그 다음부터예요. 드러난 위협과 어떻게 마주할건지, 어떻게 대응할건지를 작가가 세심하게 다뤄야만 하죠. 그냥 롤러코스터에 탄 것처럼 일방적으로 위협만 주입받다가 이야기가 끝난다? 그야 마주한 악령의 수준이 아주 높다면 그래도 되겠죠. 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주인공들이 머리를 쓰고, 그동안 모아온 정보를 바탕으로 반격-또는 도주를 감행하는 전개는 있어야 해요.



 4.휴.



 5.한데 딥하우스는 그 점에서 아쉬워요. 악령의 위협이 드러나자마자 속수무책으로 패닉 상태에 빠져서 어버버하다가 그냥 끝나거든요. 애초에 들어간 사람이 두명뿐이라, 작가 입장에서 여러 바리에이션을 시도해보기엔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요. 게다가 초반엔 신선한 요소였던 '잠수'라는 소재가 후반부로 가면 주인공들에게 너무 일방적인 페널티가 되어버리고 말아요. 초중반까지 자아내는 분위기는 꽤 괜찮았는데 적이 등장한 후부터는 게으르고 맥빠지는 전개라 좀 아쉽더라고요. 


 

 6.솔직이 게으로고 맥빠졌다...라기보다는 그냥 '잠수'와 물속에 잠긴 집이라는 소재의 신선함만 믿고 후반은 아예 내다버린 수준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이런 종류의 영화는 화면 때깔이나 대사같은 게 볼품없게 나올 수도 있는데 딥하우스는 그 점에서는 꽤 신경을 썼는지 영상이나 주인공들의 연기, 대사가 괜찮아요. 중반까지는 재미가 보장되니 그걸 보려고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네요.


 

 7.내가 만들어 둔 이야기는 어떤 안알려진 곳에 주인공 팀이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가는 거예요. 거기서 주인공들은 봉인된 시체를 발견하는데 '이 시체들은 왜 썩지 않고 있지?'라고 주인공들이 의아해하는 부분까지도 비슷해서 이 이야기는 그냥 포기해야 할 것 같네요. 사실 내가 만든 건 거기까지는 평범한 장르 규칙대로 흘러가고 그 이후의 대결부터가 중요한 이야기인데...딥하우스와 초반 상황설정이 너무 비슷해서 안될 것 같네요. 아예 초반부를 바꾸던가 아니면 옴니버스 단편으로 내던가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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