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에 대한 다른 다큐들과 달리 특별하게 이 영화가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1인칭 시점으로 이 상황을 만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딸인 사마에게 보여주는 홈비디오 형식으로 촬영되어 다큐 안의 가족과 이웃들이 아주 가깝고 친밀하게 느껴져요.

 

감독이자 사마의 엄마는 아랍의 봄 당시에 대학생이었고 의사인 남편과 결혼하고 아이를 출산하는 일상과 시위, 알레포의 잔혹한 폭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걸 보여줘요. 남편과 친구들은 폭격으로 다친 시민들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을 세우지만 나중에 이 병원도 폭격을 맞게 되죠.


세상 누구나 보면 무장해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아기인 사마(우리나라 말로는 하늘이정도 되겠네요. 알레포의 폭격없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하늘을 기리며 지은 이름이에요.)

 

너무나 서로 사랑하는 다정한 젊은 부부와 이웃들의 일상, 특히 아이들을 많이 촬영했는데 보면서 이 사람들이 우리랑 다를 바 없는 감정과 생각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라는걸 느낀 것이 가장 큰 감동이었어요. 평화로운 일상을 그리워하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서로 도우면서 참담한 상황에서도 밝은 태도로 희망을 놓지 않으려던 사람들이 끝내 피난을 가는 모습은 가슴 아프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되더군요.

 

폭격이 계속 쏟아지는 중에도 정든 고향인 알레포를 떠나지 않겠다는 소년이 눈물짓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무너져 내리더군요.

 

영화에는 아이들의 죽음이 정말 많이 등장하고 보면서도 믿기 힘들었어요.

 

처음에 아랍의 봄이 시작되었을 때 시리아 시민들은 우리나라의 4.19876월 항쟁때의 시민과 같은 입장이었다는 것, 이 사람들이 종교적인 이유도 아니고 독재정권에 항거해서 시작된 시위가 내전급으로 정부에 진압이 되면서, 알레포같은 도시가 폭격으로 폐허가 되고, 폭격으로 언제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끝까지 떠나지 않으려했던 모든 사람들이 떠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은.... 할 말을 잃게 되는군요.

 

극단적인 무슬림의 여러 세력, 심지어 러시아까지 개입되어 미국도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이 부부가 예쁘게 자란 사마와 함께 안전하게 영국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은 가슴 아파요.

 

근래에 들어서 이슬람 국가에 대한 각종 유투브, 팟캐스트, 책등을 정말 많이 봤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을 객체화하고 있기 때문에 놓치는게 정말 많았구나 싶어요.

늘 미국에서 만든 테러물에서 보는게 이슬람 사람들이니까, 이 사람들은 엄청 낯선 문화와 너무나 무자비한 극단적인 종교적 신념을 가진 낯설고 낯선 존재였죠.

 

종교분쟁은 우리나라 역사에 없는 일이라서,-종교의 부정부패 및 범죄로 인한 사회문제는 많이 있었지만 종교간 분쟁이나 종파간 분쟁이 폭력 사태로 번진 경우는 기억이 안나네요. 더구나 이게 전쟁으로 확대가 되는 상황은 머리로는 알아도 도저히 이해는 안되더라구요.-

 

아마도 방구석 1열에서라도 보고 이 다큐를 보신 분들이 많을텐데 뒤늦게 보고 충격과 여러 가지 감정을 느껴봅니다. 넷플릭스에는 불행히도 화이트 헬멧은 있어도 이 영화는 없어서 어리둥절합니다. 검색해서 없는 영화가 더 많은 넷플릭스;;;

 

암울한 이슬람 상황은 보기에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흔치 않은 소중한 기록이라서 추천해 봐요.

 

 

---말로 다할 수 없이 잔인하고 참혹한 전쟁범죄가 저질러진 발칸 반도의 유고내전도 너무나 너무나 늦게 알고 충격과 공포에 빠졌는데 관련 기록을 요약한 자료만 접해도 트라우마가 생길거 같더군요. 그리스 정교회, 가톨릭, 이슬람이 얽혀있는 종교내전이 이토록 극악한 형태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초토화시켰더군요. 내가 모르는 세계사나 전쟁이 최근에도 너무나 많아서 어떻게 미국을 제외하면(미국도 제대로 알 리가 없겠지만요.) 아는게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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