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0 22:15
저는 영화가 취미였던 적도 없고 많이 보는 편도 결코 아닙니다. <브라질>만 해도 왓챠가 아니고서는 볼 생각도 안 했죠. 한 시간 쯤 봤는데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너무 비슷한 겁니다. 초반에 정부 기관에서 서류가 나오고 민간인 집에 쳐들어가는 것 부터가 비슷해요. 게다가 시스템의 오류에 관련된 영화기도 하고 주인공 어머니 얼굴 주름 편 것같은 유머는 톰 크루즈가 쫓기다 떨어진 요가 강습소 장면처럼 예기치 않은 웃음을 내게 만들었어요. 비슷하게 디스토피아 sf 류에 들어가는 거니까 스필버그가 참고했을까요?
주름 펴는 장면. 정말 말 그대로 쫙 폅니다 ㅋㅋㅋ
<여인의 음모>가 아니라 <브라질>로 왓챠에 올라 온 것은 다행입니다.
극중에 "a ghost in the machine"이란 대사가 나오는데 설마 <공각기동대> 영어 제목이 여기서? 라고 썼는데 더 유래가 깊군요. https://en.wikipedia.org/wiki/Ghost_in_the_machine
벤덤의 원형감옥도 생각납니다.
<시간 도둑들time bandits>은 애플tv에서 리메이크할 모양이라고 하는데 국내에서 vod로는 못 구하는 듯.
로버트 드 니로가 나오는데, 드 니로 양친이 예술가였고 페기 구겐하임의 뉴욕 미술관에서 각각 단독 전시회를 열었답니다. 18세 때 유럽 배낭 여행하던 중 드 니로가 베니스 구겐하임 미술관 들어가서 어머니의 그림을 보고 구겐하임과 대화를 나눴다고 해요. 예술적인 분위기에서 크고 그런 열망을 주입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큰 사람이 아니었나 싶네요.
<브라질>에 나오는 킴 크라이스트는 마이클 만의 <맨헌터>에서 몰리 그레이엄으로 나옵니다. 연기는 아주 오래 전에 그만둔 것 같더군요.
이거 다 보면 비슷한 류의 <1984>도 봐야겠군요, 역시 왓챠에 있어요.
이미 글을 두 번이나 올린 <그린 나이트> 생각이 며칠 계속 났어요. 오랜만에 엘리아데의 <성과 속>을 검색해 보니 이런 블로그가 뜨네요.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1019milk&logNo=80193306406
엘리아데는 루마니아의 민속학자인 콘스탄틴 브라일로이우가 마라무레쉬 마을에서 채집한 민요를 예로 들어 이를 설명한다. 이 사례는 역사적 사건이 신화화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라무레쉬 마을의 민요에 따르면 한 남자가 결혼하기 며칠 전에 산의 요정에게 홀려 바위 꼭대기에서 떨어지고 만다. 숨이 끊어진 남자의 시신을 바라보며 그의 약혼녀는 신화적인 암시들로 가득한 아름다운 장송곡을 부르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이 사건이 아주 오래 전에 일어난 옛날의 이야기라고 믿었다. 그러나 브라일로이우의 조사 결과 이 일은 겨우 그때로부터 40년 전에 일어난 일이며, 노래를 부른 여주인공까지도 아직 살아있었다. 실제 사건은 아주 평범한 비극이었고 그 약혼녀가 부른 노래도 평범한 장송곡이었지만, 곧 이 사건은 위와 같이 변형되었다.
핵심 증인이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진실성을 완전히 박탈해버리고 사건을 전설적인 이야기로 변형시키는 데에는 불과 몇 년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요정의 질투, 약혼자 살해, 시신의 발견, 신화적인 주제들로 가득한 약혼녀의 탄식……. 마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역사적인 실제 사건의 증인이었다. 그렇지만 사실 그 자체는 그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결혼 전날에 죽은 한 남자의 비극적인 죽음은 단순한 사고사 이상의 어떤 것이었다. 그 죽음에는, 신화적인 범주 안으로 통합되었을 때에만 드러나는 어떤 비의가 담겨 있었다. 사고의 신화화는 민요시를 만들어내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남자의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산문적으로” 말할 때조차도 사람들은 질투에 빠진 요정의 이야기를 하였다.5
엘리아데는 역사가 사실적인 이야기라 해서 반드시 진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록 실제 역사가 변형되어 이러한 신화가 이루어졌지만, 오히려 신화야말로 사람들에게 원형과 의미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참되고 진실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브라일로이우가 마을 사람들에게 사건의 진상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자 사람들은 노파(실제 여주인공)가 잊어버린 것이라고, 그녀가 심한 고통 때문에 거의 실성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대꾸하였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신화였고, 실제 역사는 이미 거짓에 불과한 것이었다. 하기야 역사로 하여금 좀 더 깊고 풍요로운 소리를 내게 해준다는 점에서, 요컨대 하나의 비극적인 운명을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신화가 더 진실하지 않았을까.6
2021.11.11 00:23
2021.11.11 08:38
2021.11.11 08:43
저는 토요명화였나? 로 중학생 때쯤 본 것 같은데, 무슨 SF 액션처럼 소개가 적혀 있어서 보다가 기괴한 분위기에 홀리고, 충격과 공포의 엔딩에 한동안 정신을 못차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은 걍 오리지널 엔딩이었거든요. 제 중2병 발현에 아주 큰 영향을 준. ㅋㅋㅋㅋ
2021.11.11 09:24
그린나이트는 김혜리 기자의 필름클럽에서 테마로 다루고 조용한 생활이라는 오디오 매거진에서도 송경원기자와 함께 다루어서 꼭 극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가능하지 않았어요.
2021.11.11 18:39
김혜리 기자 팟캐는 저도 들었는데 같이 하는 여자분 목소리가 너무 듣기 싫고 스트레스받게 하더군요. 같은 이유로 제가 이동진을 싫어해 안 봅니다,이동진은 얼굴 표정도 너무.정성일도 지면으로만 접하는 게 낫고요.
저는 <라스트 제다이>가 하려던 거 <그린 나이트>가 훨씬 잘 해냈다고 봅니다
2021.11.11 10:52
억 저도 어릴때 명화극장인가 주말의 극장에서 브라질보고 넘 충격이었는데 주름편거는 기억안나요 흑.
여인의 음모가 영 구리긴 해도 원래 영화사에서 후보로 제시했던 제목들을 보면 여인의 음모가 차라리 낫다 싶은 것 투성이였어요. ㅋㅋ 결국 어쩌다 알게 된 노래 제목을 따온 게 지금 제목이라는데 곡도 좋고 영화랑 잘 어울려서 잘 됐죠. 그 시절의 테리 길리엄이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