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했던 얘기지만 전 무슨 게임을 하든 엔딩 한 번 보면 일단 지우거든요.

오픈월드 게임 같은 경우엔 엔딩 본 후에도 할 거리들을 주는 편이니 조금 더 플레이해보지만 길어야 10~20분 정도 더 하다가 지웁니다.

세상은 넓고 인생은 유한한데 할 게임은 많거든요. 얼른 새 것 시작해야지... 라는 맘으로 끄고 지우고 다른 거 설치합니다.


근데 하데스 이 망할 게임은...



1. 일단 최종 보스인 하데스를 무찔렀습니다. 그때가 대략 30회 도전이었는데, 아 이제 지울 수 있구나! 했어요.


2. 근데 보스를 무찌르니 그제서야 무슨 스토리 같은 게 튀어나옵니다. 이것도 스포일러이니 적진 않겠지만 암튼 뭔가 이야기가 남아 있는 것 같은데 확인해 보려면 하데스를 또 이겨야 하죠.


3. 그렇게 이기고 또 이기다가 열 번을 이기니 '진엔딩' 비슷한 게 나옵니다! 오 다행이군. 이제야 해냈어. 드디어 지울 수 있다... 라고 생각했는데.


4. 엔딩에서 달라진 어떤 부분 때문에 확인차 한 번 더 달렸더니 또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네요. ㅋㅋㅋ 그쯤에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그게 에필로그이고 사실상 전체 스토리의 진짜 마무리래요. 그래서 '이것까지 보고 삭제하자'로 계획 변경.


5. 근데 그게 매우 많이 빡셉니다. 게임 속에 나오는 모든 신들에게 선물을 바쳐서 '유대감'을 형성해야 하는데 바쳐야할 대상이 열댓놈 정도이고 한 놈에게 특정 아이템을 열 번 정도씩 줘야 하는데 1회차(시작부터 막보스 전투까지)당 한 놈에게 한 번씩 밖에 선물을 못 주더라구요. 게다가 처음에 주는 건 나름 흔한 아이템인데 막판에 줘야 하는 건 시작부터 끝까지 게임 한 바퀴를 돌아야 딱 하나 얻을 수 있는 귀한 아이템입니다. ㅠㅜ 그나마도 같은 무기, 같은 난이도로 재도전하면 안 줘서 난이도 높여가며 달려야 하구요. 하하하.



결론은 지금 이미 회차는 90회를 넘겼구요.

하데스는 40회 가까이 잡은 것 같고...

아직도 최소 열 바퀴는 더 돌아야 에필로그를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초반에 주어진 서브퀘들 내용 보면서 '아니 이걸 사람이 하라는 거냐!!!'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많이 안 남았네요. 

이러다 에필로그 보고 나면 남은 서브퀘들 하고 싶어질 듯... ㅠㅜ



근데 그냥 이렇게 떡밥으로 붙잡아 놓는 건 사실 큰 문제가 아니구요.

문제는 이게 그래도 재밌어서 계속 떡밥에 집착하고 싶게 만든다는 겁니다.


잘 만든 게임인 건 몇 시간 안 해보고도 알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을 계속 달리면서도 계속 감탄하게 만드네요.

보이지 않게 유저 편의성도 엄청 쾌적하게 잘 챙겨놨구요. 게임 플레이도 시원 호쾌하면서 질리지 않고. 유저가 머리 굴려가며 자기 스타일로 파고들게 하면서도 적절하게 운빨 요소를 넣어둬서 단순 반복이 불가능하게 해 둔 점도 감탄. 수십회차를 해도 반복 없이 계속해서 새로운 대사를 뱉어내는 npc들 보면서 제작진의 그 집요함에 감탄. 그런데 그게 또 계속해서 실실거리며 웃게 만드니 더 좋구요. 결정적으로 게임에 익숙해지고 나면 한 바퀴 도는 데 30분 정도면 충분해서 '오늘은 한 판만 해야지' 라고 시작했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3~4시간이... ㅋㅋㅋㅋ



이거 할 시간에 드라마나 영화를 봤으면 드라마 서너 시즌에 영화 수십편을 봤겠구만!!!

이라는 생각에 아쉬워하면서도 '그래도 에필로그는 볼 거야'라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걸 보니 아직 제 소중한 인생 중 몇십 시간은 더 내다버려야할 것 같습니다.



암튼 게임 좋아하시는데 아직 안 해보신 분들은 꼭 해보시길.

저만 죽을 순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87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93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333
117275 예쁜 사과를 보면서 든 생각 [3] 현존 2021.09.29 411
117274 더불어민주당 2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하는 중입니다 [2] 예상수 2021.09.29 362
117273 어머니께서 유투브를 시작하시고, 구독/댓글/좋아요를… [7] 진유 2021.09.28 776
117272 [넷플릭스바낭] 드디어 '어둠 속의 미사'를 다 보았습니다 [6] 로이배티 2021.09.28 959
117271 선진국 입장료 [4] 사팍 2021.09.28 702
117270 온라인 잉여의 시간여행자 [3] 예상수 2021.09.28 330
117269 <축구>더비의 여파 [4] daviddain 2021.09.28 286
117268 Klara and the Sun 가즈오 이시구로 그리고 승진 이야기 [6] Kaffesaurus 2021.09.28 537
117267 오징어게임8,9화를 보고 [1] 사팍 2021.09.28 628
117266 핫하지 않은 곳 [17] Sonny 2021.09.28 1011
117265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다 본 후기 (스포), 의문점, 아쉬운 점 [19] tom_of 2021.09.28 1103
117264 <보이스> 보고 왔습니다 Sonny 2021.09.28 345
117263 Passport to Shame (1958) catgotmy 2021.09.28 223
117262 [EBS2 클래스e] 국립현대미술관장 윤범모의 이건희컬렉션 [3] underground 2021.09.27 564
117261 오징어 게임 7화를 보고 사팍 2021.09.27 484
117260 어둠속의 미사는 회자될 만한 작품인 것 같아요. [6] woxn3 2021.09.27 1264
117259 두번째 팔라딘을 삼도천 너머로 보내고 [7] Lunagazer 2021.09.27 569
117258 50억 유머글 [2] bubble 2021.09.27 767
117257 구글이 23년전 생겼는데 [1] 가끔영화 2021.09.27 388
117256 오징어 게임 6편을 보고 사팍 2021.09.27 40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