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저의 과자 탑10~탑8

2021.10.14 20:01

chu-um 조회 수:862

어른들이 과자를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소소하고 긍정적인 반응들이 재밌고 의외였고 신났습니다.

베스트10은....

장난 삼아 한 말인데(당연하잖아요) 이제 쓰지 않으면 무례한 사람이 될 것 같네요, 


과자 탑10을 딱 정해놓고 살진 않습니다. 그 정도로 과몰입하진 않았어요. ㅋㅋ

인생에서 과자 10개를 선정해 돌이켜 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가 나눠본다는 느낌으로. 오늘은 일단 3개만.


10. 서울우유 초코

10번째로 이게 제일 적당하다 싶었습니다. 우리 어렸을 적에는 국민학교....아...아니 초등학교!에서 우유를 거의 강제로 먹였어요. 

2교시 끝나고 국민체조 같은거 한 다음에 우유 먹고 그랬습니다. 저는 흰우유를 먹으면 소화가 안돼서 그 시간이 정말 싫었거든요. 

그런데 초코우유는 정말 좋아했어요. 학교에서는 나오지 않아서 사먹어야 했지만. 흰우유랑 다르게 그건 소화도 잘됐고 맛있었거든요. 

조리퐁에 초코우유를 부어서 먹는 걸 정말 좋아했습니다. 평생 그것만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행복한 시절이었죠. 

바나나 우유보다 초코우유! 나이들고는 커피우유. 물론 아직도 흰 우유는 먹지 않습니다. 초코우유는 행복했던 제 유년기의 상징같은거에요. 


9. 감자깡

제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과자에 탐닉하다 보니까 어머니가 규제하기 시작했었어요. 눈물 나는 가정사도 좀 있었고.

어쨌든 암울했던 시절이었죠. ㅠㅠ

음...지금부터 하려는 얘기는 처음 하는 얘기입니다. 

저는 태어나서 딱 한 번 도둑질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무작정 구멍가게에 들어갔고 돈은 없었고 주인 할머니는 저한테 관심이 없었어요. 

그때 왜 그랬는지 과자를 냅다 들고 도망갔어요. 그냥 전속력으로 꽤 오래 뛰었던 것 같아요. 

그때 그 과자가 감자깡이었어요. 그때 헐떡거리면서 먹었던 감자깡 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정말 더럽게 맛이 없었고, 구토가 나올만큼 숨차올랐어요. 

좋은 건 다 없어지고, 무섭고 무거운 일들만 가득했던 시절. 무언가를 증명하고자 도둑질까지 해서 먹었던 감자깡. 9위였습니다. 


8. 실론티

실론티는 좀 매니악하죠. 먹는 사람만 먹습니다. 10대 후반 사춘기 시절. 저는 실론티만 먹었어요. 

딱히 이게 엄청 맛있어서는 아니었는데 음료수를 먹을 때면 늘 이걸 마셨습니다. 

아. 저 사람은 뭘 좀 아는 구나. 콜라나 사이다같은 저급한 게 아닌 홍차..그것도 깔끔한 뒷맛으로 유명한 실론 지방의 찻잎으로 만든 실론티라니. 맛을 아는 사람이군!

당시 저는 치기와 오만이 가득했던 것 같아요. 실론티는 그냥 일부였죠. 고등학생이 잘 보지 않는 책. 칸트 니체 헤겔은 물론이고 프로이트 라캉에 칼융까지.. 

그런 걸 읽고 스스로 책도 쓰려고 했던 고등학생이 콜라나 사이다를 어떻게 마실 수 있겠습니까. 자존심의 문제죠. 청바지도 입지 않았고, 대중가요도 듣지 않았습니다.  

과자는 당연히 멀리하고.. 사먹는 건 오직 실론티 하나. 그런 허세 가득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있으면 사먹어요. 실론티를 먹으면 자동반사적으로 더운 여름. 을지로나 광화문 길거리의 공기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서점 냄새. 



나머지 7개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걱정입니다. 시간 나는대로 틈틈히 약속을 지킬께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6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1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31
117637 뒤늦게 본 '그녀' [11] thoma 2021.11.07 651
117636 불 꺼진 듀게 산책 [11] 어디로갈까 2021.11.07 803
117635 [넷플릭스바낭] 이제사 '디센트'를 봤어요 [8] 로이배티 2021.11.06 1667
117634 안녕하세요, 유령송 [6] 독짓는젊은이 2021.11.06 418
117633 마네킨 (1987) [7] catgotmy 2021.11.05 574
117632 [바낭]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확정 [20] 로이배티 2021.11.05 1941
117631 [영화바낭] 개인적 편애 영화 '스트레인지 데이즈'를 다시 봤어요 [6] 로이배티 2021.11.05 721
117630 이터널스는 그간의 마블스튜디오 영화들의 장점을 많이 버린 것 같네요 [7] 으랏차 2021.11.05 1016
117629 노래가 안지워져,소셜 노래방 앱 가끔영화 2021.11.05 211
117628 열다섯 가지 사는 이유 [1] 가끔영화 2021.11.04 409
117627 잊혀진 말론 브란도 영화 외 [2] daviddain 2021.11.04 409
117626 (영화바낭)킬러의 보디가드(1 & 2) [4] 왜냐하면 2021.11.04 413
117625 '올 더 머니, 라우더밀크, 얼굴 없는 눈' 짧은 감상 [13] thoma 2021.11.04 680
117624 풍류대장 6화 [5] 영화처럼 2021.11.04 488
117623 본의 아니게 국민의 힘 경선에 참여해버렸... [2] 예상수 2021.11.04 637
117622 유튜브 프리미엄을 써보고 [10] catgotmy 2021.11.04 780
117621 손준성은 김미영팀장 왜냐하면 2021.11.04 418
117620 So May We Start? 아네트 봤어요. (스포일러) [1] staedtler 2021.11.04 315
117619 [게임바낭] 망작, 폭망작, 수작이 골고루였던 근래에 했던 게임 셋 잡담 [6] 로이배티 2021.11.04 443
117618 이터널스를 보고..<유스포> [2] 라인하르트012 2021.11.04 61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