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재주꾼은 많네요.

2021.08.28 00:06

thoma 조회 수:773


아마존프라임 '플리백' 보셨습니까? 놓치면 안 됩니다. 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이제 '플리백' 봤습니다.(추천해 주신 회원님들 감사드려요.)


1시즌 초반은 섹스 과몰입형 정서불안 독신여성의 일상 코미디인가 했습니다. 왜 이렇게 이 여성은 불안정하며 자기학대성 관계에조차 집착하는가 이상했어요. 쫌! 서양인들아, 섹스가 그렇게도 중요하냐? 라는 불만도 은근히 생기고요. 보다보니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거고 누군가는 의사와 상담을 하거나 교회 가서 신부에게 털어놓는 그런 일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실제로 2시즌 가면 상담, 교회가 등장합니다.) 1시즌 후반 대모와 웃으면서 주거니받거니 타격하는 장면부터 이 드라마에 빠졌던 거 같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이 정도면 연기 천재라 하겠습니다. 상대 역과 대화를 하다가 카메라 보고 말 걸고 다시 자연스레 연결하는 리듬이 너무나 뛰어납니다. 극중에 둘이 대화하지만 관객 포함해서 셋이 대화하는 듯한 장면이 이어지는데, 이런 기법은 소싯적에 주워들은 바 있는 독일 연극인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라는 이론에서 나온, 연극에서 많이 활용된 기법이죠. 다른 영화나 코미디에서도 많이 쓰인 것이었지만 이 드라마는 정말 합이 좋네요. 찾아보니 주인공 배우분이 이 작품의 작가이기도 하다는데 음...역시 천재는 한 가지만 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2시즌은 첫 에피소드부터 사로잡습니다. 2시즌은 정말 매 에피소드가 취향 저격입니다. 2에피소드의 피오나 쇼 짧게 등장하는 상담 장면 좋고요.(농담하냐? 이 말이 웃기냐? 뭐가 재밌다고 웃냐?) 3에피소드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대놓고 한 말씀 전하는 역할로 멋지게 나오시고요. 전체 에피소드에서 신부도 너무 매력적이라 아직 애인이 없는 게 이상할 지경(??). 그리고 위에 말한 관객과의 소통을 이 신부에게 들킵니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딴 생각하는 걸 아는 겁니다. 뭐, 사랑의 눈에는 보인다는 뜻일까요. 사랑에는 감정 이입만이 있을 뿐, 소외의 여지나 거리두기란 없다는 걸 보여주려고? 아무튼 이것도 재미있어요. 신부가 '그게 뭔가요,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지곤 하잖아요?' 이런 말을 합니다. 예리하군요.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면 앞서의 이러저러한 경험을 통해 주인공이 조금은 중심을 잡는 것 같습니다. 그러지 말고 좀더 헷갈리면서 헛발질하고 더 많은 시즌을 내놓으면 좋을텐데요.


재미있고 신선하고 세상은 넓고 재주꾼은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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