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9 19:33
추천 글 아닙니다. 본 게 아까워서 글이라도 남기려고요. 웹툰 버전을 먼저 봤는데 잘만들었습니다. 연재분을 다 보고 나니 뒤가 궁금하더라고요.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소설은 현재 962화까지 나와있고 연재중이에요. 읽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어서 며칠 밤을 세웠네요. 앞으로 연재분도 한참 남았지 싶은데 하루 한편은 감질의 고통을 또 느끼겠죠. 그러니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흔한 회귀물이고 연재가 오래되다보니 패턴이 너무 분명하기도 해서 좀 물릴 때도 있긴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읽게 되네요. 중간중간은 대강 건너뛰기도 하고 그러긴 했습니다.
진중한 스타일은 아니에요. 개그 위주의 진행이고 웹소설답게 만화를 글로 옮겨적은 것 처럼 상당히 비주얼적인 묘사를 가지고 있어요. 근데 그래서 술술 읽히고 어느 샌가 몰입하게 되네요.
무협월드의 설정이 꽤나 촘촘히 사용되어 있고 가벼운 톤임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이 분야의 내공이 깊은 듯 상당히 디테일한 묘사를 가지고 있어요. 소림사, 정파, 사파, 이런 게 등장하는 설정이 김용 무협지에서 뻗어나와 이제는 거의 무관한 한국식 무협의 틀이라고는 하던데 배경 설정에 꽤나 공을 들이고 있어서 톨킨에서 나온 서양 판타지 같은 무협의 고정적인 설정이란 이런것들이구나 하는 공부가 되기도 하더라구요.
또 초반에는 먼치킨 주인공이 똘마니와 함께 세상을 휘젓는 모험 사이다물이었다가 최근의 연재분에서는 초반에 뿌려 둔 떡밥들을 사용해서 삼국지류의 군웅물로 분위기가 변하는데 여러 장치들을 맞물리게 돌리는 작가의 솜씨가 아주 좋습니다. 단순 장르문로뿐만이 아니라 상당히 완성도가 견고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 경력이 꽤 되신 분이더군요. 꽤나 젊은 감각이어서 생각 못했는데 의외였어요. 쌓여 있는 전작 리스트를 보고 꽉 짜여진 골격과 생생한 디테일에 납득을 하게 되네요.
계속 보다보니 진도에 방해가 되는 부분은 오히려 좀 지루해졌어요. 근데 그게 핵심인 개그파트랑 액션묘사라는 아이러니가... 보다보면 뒷 일이 너무 궁금해서 액션이나 개그를 건너 뛰게 되긴 하더라구요.
아무튼 덕분에 한동안 무협의 세계에서 허우적댔네요. 그만 보고 싶은데 그만둘 수 없는 지옥이었죠. 전 이제 해방이에요. 이제 할 일 해야죠...
2021.08.19 23:57
2021.08.20 00:07
2021.08.20 03:21
2021.08.20 08:39
시대는 미끈매끈인가봅니다.
2021.08.20 10:44
저도 그게 놀랍더라고요. 제가 처음 무협 접할 때가 80년대였고 2천년대까지도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많은게 변했더라고요. 그게 드라마 주 시청자들이 여성들이어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시장의 요구는 정말 대단합…
2021.08.20 09:49
좀 색다른 무협 찾으시면 장야 시즌 1 추천드리고 싶네요. 무려 여명도 나옵니다. ㅎㅎ
시즌 2는 주연배우들이 다 바뀌어서 첫화 보다가 접었어요.
2021.08.20 12:18
2021.08.20 13:54
장야가 그나마 미끈매끈한 무협에서는 좀 벗어나려나요? 참고로 장야의 주연배우가 진비우(첸페이위)입니다. 아버지가 패왕별희로 유명한 영화감독 첸카이거라 이 드라마 주연 맡으면서 화잿거리가 됐었죠.
2021.08.20 22:44
2021.08.20 09:50
화산귀환은 저도 처음에 쿠키 엄청 구우면서 열심히 보다가.. 소림사 천하제일 무술대회부터 맥이 빠져서 중단중입니다.
차라리 유진성 작가의 칼에 취한 밤을 걷다나.. 광마회귀 쪽이 훨씬 더 제 취향이더라구요. 군더더기도 없고 개그감도 강렬해서.
2021.08.20 12:17
2021.08.20 14:03
2021.08.20 15:16
2021.08.20 22:47
저도 요즘 중드 무협 본다니까 어느 분이 '화산귀환' 추천해 주시더군요.
현재 중드 무협 드라마로는 '절대쌍교'와 '산하령' 이 두 편을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드라마는 둘 다 최근에 만들어졌는데(원작 소설들은 각각 60년대와 2010년대에 씌어져서) 무려 반세기…의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설정들이 동일하다는 겁니다. 일단 문파들은 기본이고 거기다 무슨무슨 산장이니 무슨무슨 곡이니 하는 별도의 무협 조직들에다가 이들이 또 정파니 사파니 하면서 파벌 다툼 벌이는 거나 권법이나 보법, 검법 등등 무협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세계관과 설정이 거의 비슷해서 놀랐네요. 그러니까 이건 바로 무협이라면 어떤 작품이든 함께 공유하는 '무협의 세계관'인 거죠.(사정 모르고 봤으면 표절했나 생각했을 겁니다) 여튼 동양 판타지로서의 무협은 정말 흥미진진한 세계입니다. 최근에는 선협(신선과 도사 그리고 천계와 마계의 세계관을 가진 도교식 환타지)장르까지 생겨서 그 신박함이 무슨 마르지 않는 샘물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