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9 23:34
[더 커널]이라는 아일랜드 영화를 보았습니다. 아이번 캐버너가 감독한 이 호러 영화의 주인공은
영상자료원 직원입니다. 제가 이 직종의 주인공을 전에도 픽션 영화에서 본 적이 있었던가요? 기억이
안 납니다.
영화는 데이빗과 앨리스라는 커플이 수로 근처의 오래된 집을 구하면서 시작됩니다. 데이빗이
바로 영상자료원 직원이에요. 앨리스의 직업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데이빗의 직업보다
돈이 더 잘 벌리고 사람들도 더 많이 만나는 직종인 건 분명합니다. 5년 뒤 데이빗은 직장에서
1902년에 찍힌 뉴스 필름을 보게 되는데, 그를 통해 부부가 아들 빌리와 함께 살고 있는
그 집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살인이 마지막도
아니었어요. 집에 무언가 끔찍한 존재가 있고 그 존재는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을 끔찍한
방향으로 몰고가고 있습니다.
좋은 일은 단 하나도 일어나지 않는 영화입니다. 여러분은 뉴스 필름을 보는 순간 데이빗의
아내 앨리스가 걱정될 것입니다. 그리고 앨리스는 정말로 익사한 시체로 발견됩니다.
데이빗은 아들과 유모를 지키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여기엔 심각한 핸디캡이 있습니다.
이 사람의 정신이 멀쩡하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죠. 데이빗은 자신이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망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 직업을 이용합니다. 낡은 영화 촬영기로
자기가 보고 듣는 걸 찍는 것이죠. 하지만 데이빗이 자신의 망상 속에 갇혀 있다면
그 필름에 진짜로 무엇이 찍혔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영상자료원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이 영화에서
이 직업은 호러 영화를 만들기 위한 재료이기도 하지만 데이빗의 위축된 남성성을
보여주는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모든 끔찍한
일들 뒤엔 더 잘 나가는 아내에게 컴플렉스를 느끼는 남자의 위축된 에고가
자리잡고 있지요.
하여간 낡은 필름과 오래된 영화는 그 자체가 으스스한 존재이고, 영화는 이걸
잘 써먹고 있습니다. 아주 독창적이지는 않을지 몰라도 효과적인 호러 장면들이
많습니다. 단지 처음부터 끝까지 구질구질하고 뒤가 정말로 꿀꿀한 영화이니
그 점은 각오하고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23/10/29)
★★★
기타등등
1. 왓챠에서 보았습니다. 웨이브에도 있습니다.
2. 전 영화를 보면서 아일랜드 국립 영상자료원의 미래가 심각하게 걱정되었는데, 아무리 봐도 여긴 직원이 두 명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감독:
Ivan Kavanagh,
배우:
Rupert Evans,
Antonia Campbell-Hughes,
Hannah Hoekstra,
Kelly Byrne,
Steve Oram,
Calum Heath,
Anneke Blok
IMDb https://www.imdb.com/title/tt2517658/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88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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