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5 23:07
오늘 본 영화는 후루사와 타케시의 2013년작 [룸메이트]. 그냥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 이외엔 정보가 별로 없었던 영화인데
넷플릭스에 들어와서 봤습니다. 이마무라 아야라는 작가가 쓴 동명의 원작소설이 있더군요.
살인사건으로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시체 하나와 칼에 찔려 중상을 입은 여자와 남자가 한 명씩 발견되지요. 그리고 여기서부터
영화는 사건의 수사 과정과 의식을 잃은 하루미의 과거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들려줍니다. 하루미는 이야기는 3개월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었다 깨어나면서 시작해요. 같이 발견된 남자 켄스케가 하루미를 차로 친 사람이고요. 하루미는 병원에서
친절한 간호사 레이코를 만나 룸 쉐어를 시작해요. 처음엔 괜찮았는데, 점점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레이코는
숨기는 비밀이 있습니다. 그 비밀은...
(여기서 1차 스포일러. 까악까악.)
...레이코에게 마리라는 또다른 인격이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마리는 아무래도 레이코와 하루미 주변에서 끔찍한 일을
저질렀고 그 중엔 살인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미는 켄스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당연한 일이지만
그 뒤에는 또다른 반전이 있습니다. 당연하지 않겠어요? 이게 모든 진상이라면 추리소설가의 자존심이 상하죠.
게다가 여러분도 눈치채고 있어요. 왜 주인공은 교통사고를 당한 뒤 다시 깨어났을까요? 레이코를 만나게 하기
위해서요? 네, 두 번째 진상도 그렇게 놀랍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꼭 관객들의 기대를 넘어설
필요는 없지요. 이야기를 재미있기 꾸려가면 되니까요.
재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도 아니었어요. 즐거움은 여기서 그렇게까지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지만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이 영화에서 저에게 가장 신경 쓰였던
건 무개성이었어요. 이야기, 캐릭터, 스토리 전개, 교훈, 묘사가 모두 그냥 일본 호러처럼 보였던 것이죠.
개인의 개성은 안 보이는데, 일본 호러의 개성은 너무 잘 보이고 그게 영화 전체를 먹어버리는 것입니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역시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지요. 주인공의 수난, 사연, 캐릭터 모두가
일본 장르 영화의 전형성에 갇혀 있는데, 이게 너무 갑갑한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분노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게 선정적으로 묘사되어 그 진실성이 의심스럽고, 이 모든 걸 정리하는
위치에 무해하고 결백한 것처럼 보이는 남자 켄스케를 넣은 것부터 좀 재수가 없습니다.
캐스팅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배우들이 나쁘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하지만
키타가와 게이코와 후카다 쿄코는 외모면에서 지나치게 비슷해 차별성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캐리커처화된 연기를 하고 있어요. 재료 자체의 한계
때문에 그 이상은 할 수가 없었던 거 같아요.
(20/06/25)
★★☆
기타등등
원작자는 2013년에 사망. 이 영화를
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감독: Takeshi Furusawa,
배우:
Keiko Kitagawa,
Kyoko Fukada,
Kengo Kora,
Hiroyuki Onoue,
Chihiro Otsuka,
Mariko Tsutsui,
Yukijiro Hotaru,
Tomorowo Taguchi,
다른 제목: Roommate
IMDb https://www.imdb.com/title/tt299836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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