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30 23:45
왓챠플레이에 루치오 풀치의 지옥문 3부작이 다 있던데요? 혹시나 해서 몇몇 이탈리아 호러 감독 이름을 검색해봤는데, 유달리
풀치가 왓챠플레이의 편애를 받는 거 같습니다. 이유는 뭔지 모르겠고. 한국어 자막이 있으니 좋더군요. 제가 가진 풀치 DVD들은 대부분
자막이 허해서...
발견 기념으로 [무덤 위에 세운 집]을 다시 보았습니다. [비욘드], [시티 오브 더 리빙 데드]를 잇는 지옥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세 작품 중엔 가장 스케일이 작지만 말이 안 되는 정도를 따진다면 앞의 두 작품과 비교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세 작품이 같은 유니버스로 연결되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노먼과 루시 보일 부부가 아들인 밥을 데리고 뉴욕에서 뉴 잉글랜드의 저택으로 이사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집은 페터슨이라는
노먼의 동료가 살던 집인데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자살했죠. 노먼은 굳이 그 집에서 같이 하던 연구를 마무리지어야겠다며
아내와 아들을 끌고 온 것인데, 풀치의 영화에서 이 이상의 논리가 필요하겠습니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이 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지하실에는 살인마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겠고.
영화가 진행되면 노먼 보일은 페터슨의 자료들을 정리하다, 이 저택이 프로이트스틴이라는 미치광이 과학자가 소유하고 있었고
그가 이 저택에서 무슨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저택에서는 한 명씩 사람들이 도입부의 살인마에
의해 살해당하고요.
여기서 조금 더 재미있는 건 아들 밥과 정체불명의 소녀 메이의 관계입니다. 밥은 이사 오기 전 뉴욕의 집에 걸려 있던 낡은 사진에서
메이의 얼굴을 발견하는데, 그 사진 속에서 메이는 밥에게 오지 말라고 경고를 합니다. 이 상황에서 아이가 어른들의 계획을 막는
건 불가능해서 결국 이사를 오고 말지만 두 아이는 그 뒤로도 계속 만나죠. 메이는 아무리 봐도 20세기 아이처럼 보이지 않고요.
결코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고 독창성 역시 대단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풀치와 풀치의 팬이 집중하는 건 스토리가 아니라 살인 묘사지요. 뒤통수에
박은 칼이 입으로 튀어나오고, 맨손으로 목의 피부를 뜯어내고, 칼로 희생자의 목을 잘라내고. 기타등등. 지금도 이 장면들이
무섭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요. 일단 특수분장이 너무 티가 나고 희생자들이 느려터진 살인마를 기다리고 있는 티도
역력하니까요. 풀치 특유의 징그러움은 여전한데, 그것도 요새 영화들의 노골적인 역겨움과는 종류가 다릅니다. 꽤 편하게
볼 수 있어요.
다시 보면 호러 효과보다는 영화의 말도 안 되는 느낌이 더 강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이치에 맞지 않고 어이없고 구멍투성이의
이야기와 뜬금 없는 연출이 풀치 특유의 독특한 시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거죠. 이 영화에서는 거의 동화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들의 관계가 들어가서 더 편하게 봐줄만 합니다. 물론 제가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의도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지만요.
(17/12/30)
★★☆
기타등등
1. 밥을 연기한 아역배우 연기가 별로이고, 영어 더빙도 형편 없습니다. 메이는 상대적으로 나아요.
2. 왓챠에서는 살인마가 희생자의 목을 칼로 긋는 장면은 블러 처리를 했더군요. 그러면서 강도가 더 높은 다른 장면들은
그냥 뒀더라고요. 기준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감독: Lucio Fulci, 배우: Catriona MacColl, Paolo Malco, Ania Pieroni, Giovanni Frezza, Silvia Collatina,
Dagmar Lassander, Giovanni De Nava, Daniela Doria, 다른 제목: The House by the Cemetery
IMDb http://www.imdb.com/title/tt008296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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