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출근할 때 항상 여벌의 티셔츠를 챙겨서 갑니다. 살이 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원래도 땀이 많아서 조금만 걸어도 땀에 옷이 젖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몇분쯤 걸어야 건물을 들어갈 수 있는데 특히나 요즘 같은 여름아침에는 그 거리가 아무리 별거 아니어도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습니다. 땀을 흘리는 건 집에서는 그냥 귀찮은 현상이지만 회사에서는 실질적으로 저를 위협하는 불편입니다. 왜냐하면 에어컨을 미친 듯이 틀어놔서 매우 춥거든요. 회사에 젖어있는 얇은 티 한장만 입고 들어가는 건 겨울철에 티한장 입고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제만 해도 옷이 좀 젖어있어서 오후 내내 재채기를 하면서 옆에 꽁트처럼 코 푼 휴지조각을 쌓아놓았습니다....
출근할 때는 일부러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고 갑니다. 어차피 땀에 젖을 거니까요.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화장실에 가서 일상용 티셔츠(?)로 갈아입습니다. 에어컨 바람으로부터 제 체온을 지켜줄 근무용 덮바를 입고 제 텀블러에 따뜻한 물을 부으면 업무 준비가 완료됩니다. 저는 커피나 차를 안먹어서 (저는 제 간과 좋은 친구입니다...) 아침에 땀으로 적게나마 흘린 수분을 뜨뜻한 물로 다시 채워넣습니다. 간혹 에어컨 바람에 내성을 갖출 수 없는 - 덮바를 깜빡하고 나왔다거나 - 상황에는 미친 듯이 재채기를 하고 콧물을 1갤런 정도 흘리기 때문에 그 날에는 몸 안의 수분과 바깥의 수분을 열심히 갈아대곤 합니다. 에취, 꿀꺽꿀꺽. 에취에! 꿀꺽꿀꺽꿀꺽...
한번은 지각을 안할려고 톰 크루즈처럼 전력질주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긴 했는데 땀이 너무 많이 나서 물풍선 터진 런닝맨 유재석처럼 티셔츠가 젖은 겁니다. 괜히 민망하기도 하고 옷이 마를 때까지 날 냄새가 너무 걱정이 되더군요. 아마 남중 남고를 나오신 분들이라면 체육 시간이 막 끝났을 때의 그 지옥같은 체취를 기억하실 겁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것도 억울한데 냄새까지 풍기면 이건 정말 큰일 날 것 같아서... 그냥 땀에서는 냄새가 덜 나는 것 같은데 땀에 젖은 면이 마르는 도중에 나는 냄새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그 날 화장실에 가서 티셔츠를 벗어서 짰더니 걸레 짜듯이 물이 쫘자작... 이 날 다행히도 에어컨은 세지 않았지만 체온으로 옷을 말리는 게 힘들었습니다. 괜히 당황스러워서 땀이 삐질삐질 나더라구요...
이 날 이후로는 늘 티셔츠를 늘 싸서 다닙니다. 겨울에는 땀이 덜 나서 다행인데 한번 나면 밖에서는 엄청 추운데다가 안에서는 온풍이 돌기 때문에 아주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지도요...
과연 땀나는;; 얘기로군요.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것이 아니고 티셔츠를 싸서 다니시는군요.
많은 이가 남모르는 자기 몸의 취약함을 지니고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비염으로 계절 바뀔 때 고생 좀 하죠. 티슈는 저의 필수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