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7 17:39
'디 아메리칸즈' 3시즌 에피소드3의 30분 언저리를 보고 있습니다. 보다가 이런저런 생각들을 잠시 끄적거립니다.
80년대가 기억이 나는 분이라면 그때가 벌써 저렇게 복고풍으로 표현될 정도로 오래전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도 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인보다는 한국의 80년대, 90년대 초를 기억하는 분들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에게 공감하는 부분이 더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레이건 시대 우리는 제3세계였고 대학에선 미제타도의 구호를 외치는 데모가 날마다 계속되던 시기였고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는 이상을 과격한 방법도 마다 않고 쟁취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때였으니까요.(그 사람들 중 일부는 죽기도 하고 일부는 지금 어떻게 죽을 쑤고 있는지, 이하생략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두 주인공 중에 아내가 훨씬 극렬 빨갱이입니다. 남편은 자본주의의 안락함에 흔들리고 사안에 따라 아내와 의견이 갈리는 온건함이 있습니다. 물론 행동해야 할 때는 둘이 힘을 합해 주저없는 악랄함으로 소련의 지시를 따르지만 사람을 죽인 괴로움에 더 오래 시달리는 건 남편입니다. 아내는 자본주의 타도를 위해서라면! 사상에 있어서 더 고지식한 노선입니다.
제가 위에 3시즌, 3회 ,30분 지점을 얘기한 건 이 부분에서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확실해졌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cia 사람들과 육탄전을 벌인 후유증으로 이를 다칩니다. 그러나 병원을 갈 순 없죠. 인상착의가 다 드러났고 이유없이 이를 다쳐서 온 사람을 찾고 있을 거니까요. 괴로워하는 아내를 데리고 가 비밀 작업 장소로 쓰는 지하세탁실에서 펜치로 어금니 두 개를 뽑습니다. 이 장면을 참 잘 찍었어요. 엘리자베스는 아픔을 참기 위해 필립의 멱살을 잡고 필립은 오래 끌지 않으려고 악을 쓰는데 각각 두 사람의 눈을 클로즈업하고 둘을 같이 한 장면에 찍었습니다. 앞뒤 자르고 보면 호러입니다. 번들거리는 두 사람의 크게 뜬 눈, 남자는 펜치로 이를 잡아 뽑고 여자는 입가로 피를 흘리고...완벽한 신뢰와 사랑의 장면인데 그게 이렇게 표현되니 설득력이 생기네요. 오랜만에 사랑의 존재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마무리가 잘 안 되는데,
다들 바쁘신가요.
황교익이 뉴스 상단에 오르내리는 걸 보니 진짜 좀.
수정합니다. 아내가 격투한 이들은 cia 사람들 아니고 fbi 입니다. 그리고 이때 아내에게 얻어터지는 fbi 팀장이 오래오래전 tv에서 방영한 월튼네 사람들이라는 시리즈에서 큰 아들 역을 했던 분이더군요. 아시는 듀게분 있으실지 모르겠는데...어릴 때 생각이 막 나더군요.
2021.08.17 22:27
2021.08.17 22:41
황교익은 스스로 물러납니다,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에게도 드디어!!! 존버만이 답이다.' 할 것 같은.... 이재명 지금까지 일처리 단호함으로 지지받는 면이 있었는데 이번에 봐야겠어요. 계속 뒷짐지고 있는지.
시리즈물 보슈랑 디 아메리칸즈 둘밖에 안 봐서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들은 바에 의하면 로이님은 익스팬스 더 좋아하실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저는 이 드라마가 1보다 2,3으로 갈수록 나아요. 스파이 활동에 어울리는 겨울 분위기 잘 살려서 화면도 괜찮고, 이야기도 충실한 편이고 배우들도 다 잘 하고요.
2021.08.18 13:55
여운이 많이 남는 드라마입니다. 어찌보면 국가에 의해 강제로 처해진 상황으로 인해 생긴 사랑과 신뢰라서, 마냥 둘의 사랑을 응원하기에 애매하기도 해요. 뜬금없지만 우리집 고양이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해요. 길에서 살다가 얼떨결에 납치되어 세뇌 당해서 밥 주는 사람에게 이렇게 애정표현을 하고 있구나 싶은..
2021.08.18 15:16
동물들 그런 점은 애처롭죠.
이 드라마 사람들이 인위적인 결합이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모든 만남이 다 자기 여건과 동선 안에서 이루어지고 사람을 다 알고 사랑하게 되는 것도 아니니 사람을 선택할 수 없었다는 것 자체는 사랑과 큰 관계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그냥 이 장면의 '호러블함 + 상대에 대한 전적인 신뢰' 라는 것이 사랑의 속성 같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황교익... 이 글 보고 검색해봤다가 그냥 "ㅋㅋㅋㅋ" 이러고 있습니다. 이재명을 응원하진 않지만 어쨌든 대선 출사표 후 지금까지 여야 후보들 중 제일 잘 하는 듯 싶다가 갑자기 우주로 똥볼을 날리네요. 여론 봐서 본인이 물러나든 이재명이 잘라내든 해야할 텐데 이재명은 가만히만 있고 황교익은 오히려 어그로를 끌고 있고. 이러다 정말 윤석열 대통령 보게 되겠어요.
아마존 프라임 재가입한 김에 드라마도 하나는 보고 싶은데. 제 취향은 '익스팬스' 아님 '미스터 로봇'인데 이 둘도 그렇고 '디 어메리칸즈'도 그렇고 너무 길어요. 다들 시즌이 막 다섯개씩... 시작할 엄두가 안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