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에 등록된 배달 음식점들은 대부분 서민들이 운영합니다. 사회의 중류층 이하로 보시면 되죠. 
이미 배달음식 시장은 포화 상태여서 마진이 대단히 박합니다. 
경쟁이 너무 심한 나머지 이익이 별로 안 난다는 거죠. 

배달앱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음식값 중에서 얼마간을 수수료로 떼 갑니다. 
배달음식 사장님은 그만큼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배달음식점 사장님들이 배달앱 등장으로 인해서 이익을 보려면 수수료를 보충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주문이 늘어야겠죠. 
과연 그럴까요?

배달음식은 다 고만고만합니다. 어느 정도 맛이 있으면 싼 걸 찾게 되죠. 고급음식은 절대 아닙니다. 
치킨 한마리를 배달시키는데 10만원을 낼 바보는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음식 맛이나 서비스로 다른 음식점과 차별화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여기는 레드오션 중의 레드오션이니까요. 싸고 배송 빠르면 장땡입니다. 
배달앱에서 입소문이 나서 매출이 급증한다? 저는 별로 가능성이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입소문으로 우위에 선다고 해도 다른 업체가 자기 업체의 장점을 베끼기는 너무 쉬워요. 

그러면 배달앱 때문에 배달음식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질까요?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배달앱 나오기 전에도 우리는 배달음식점 전단지의 홍수 속에서 살았고 주변의 배달음식점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어요. 
방구석에 굴러다니는 전단지 보고 전화하면 끝입니다. 
어찌 보면 스마트폰에서 이거 저거 클릭해야 하는 배달앱보다 더 편할 수도 있어요. 
이미 음식 배달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배달앱 때문에 조금 더 편해진다고 배달음식 수요 자체가 급증하지는 않을 거에요. 

그렇다면 배달음식업계 전반으로 볼 때 배달음식의 수요는 미미하게 올라가는 반면
음식점간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겁니다. 
매출이 별로 늘지 않는데 그 중 일부를 배달앱이 가져간다?
배달앱 업체는 서버 등에 자본을 충분히 투자하면 운영하는 인력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죠. 
수많은 배달음식점 주인들의 돈이 극소수의 배달앱 주주들에게 들어가게 되는 셈입니다. 
이것은 명백하게 가난한 서민들의 주머니를 부자들이 약탈하는 거나 다름 없습니다. 

이건 마트와 재래시장간의 관계하고도 또 다릅니다. 
마트의 물건은 재래시장보다 쌉니다. 또 품질관리가 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믿고 물건을 살 수 있죠. 
자가용을 끌고 오기가 좋으니 쇼핑도 더 편리합니다. 소비자들은 마트를 이용하면서 분명히 큰 효용을 얻습니다. 
하지만 마트 때문에 시장 상인들은 수입이 줄어드니 이것도 부익부 빈익빈을 낳죠. 
하지만 소비자의 효용 증가와 시장 상인들의 몰락의 효과를 함께 생각할 때 
어느 쪽이 사회 전체의 효용을 증가시키는지는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배달앱의 경우 배달엡을 쓰면서 소비자가 얻게 되는 효용 자체가 실체가 없습니다. 
소비자는 음식을 특별히 싸게 사는 것도 아닙니다. 쿠폰을 준다고 하지만 쿠폰을 공짜로 줄까요?
쿠폰의 비용은 다 다른 데서 벌충하기 마련입니다.
배달앱으로 사는 음식은 질이 더 좋을까요? 아닙니다. 똑같아요. 
배달앱에서 소비자들이 평가하니까 경쟁이 붙어서 음식이 더 맛있어지고 서비스가 좋아진다?
사람들은 배달음식에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적당한 맛과 싼 가격과 빠른 배달로 끝이에요. 
배달음식이 경쟁해서 질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어요. 
그리고 이미 경쟁의 극한을 이미 경험하고 있는 업계입니다. 혁신할만할 거리는 이미 대부분 나왔다고 봐야 해요. 

배달앱이 등장하고 사회적 효용이 그닥 크게 증가하지 않았는데 배달앱 업체가 급성장한다면
그 동력은 분명합니다. 배달음식점에게서 약탈한 돈이죠. 
표현이 과격한데 제가 볼 땐 약탈만큼 정확한 낱말도 없습니다. 
경제학의 목표가 사회 전체의 경제적 후생을 극대화시키는 거라면,
배달앱은 경제학적으로 별다른 긍정적 효과를 주지 못하는 수단입니다. 
하지만 사회 정의의 측면에서 봤을 때 배달앱은 사회에 부정적 효과를 줍니다. 

따라서 배달앱은 정부에서 규제를 해야 합니다. 시장에서 해결이 안 되면 국회에서 법으로 막아야죠. 
독점이나 과점같이 시장 실패가 발생하면 정부가 개입합니다. 
제가 볼 때는 배달앱도 시장 실패에요.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배달앱 업체는 수수료를 배달음식점에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청구하도록 법제화해야 합니다. 
마치 책이나 옷을 인터넷으로 구입할 때 배송비를 구매자가 부담하는 것처럼요. 

배달앱이 소비자에게 충분한 효용을 준다면 소비자는 기꺼이 음식을 주문할 때 추가 비용을 지불할 겁니다. 
그런데 소비자에게 수수료를 물리면 누가 배달앱을 이용하겠느냐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럴 수도 있죠. 그렇다면 배달앱은 소비자에게 미미한 만족만을 주는 서비스임이 증명되는 겁니다. 
그런 서비스는 유지될 수 없고 사라져야 마땅합니다. 
배달앱이 진정 혁신이라면 소비자가 수수료를 부담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뭐가 걱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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