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4 22:23
며칠 간 본 것 정리합니다.
멜랑콜리아 - 오프닝이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발랄한 패션 아이콘이었던 던스트는 여기서 우울한 사람이 갖는 표정이 어떤 건지를 보여 줍니다. 라스 폰 트리에 영화야 제대로 본 건 <브레이킹 더 웨이브>밖에 없고 수난당하는 에밀리 왓슨을 카메라가 성모 마리아 비쳐주듯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멜랑콜리아>는 여주인공 수난이 덜 한 느낌이어서 그나마 편하게 봤어요. 우울증에 걸린 던스트 표정이 실감나 개인사에서도 저런 적 있나 했는데 <마리 앙투아네트>가 혹평 세례를 받자 개인적으로 공격당하는 것 같았고 우울증과 약물 중독으로 재활원에도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고 나면 우울증 있는 사람은 더 우울해질 것 같더군요.
더블: 달콤한 악몽
제시 아이젠버그의 1인 2역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수면의 과학>을 떠올렸는데 디테일에 쏟은 강박적인 미장센도 그렇고 숫기없고 찌질한 남자가 나온다는 점에서요. 그 영화도 무료로 조조에 혼자 영화관 독점하고 봤죠. 미아 바시코프스카는 팀 버튼 영화에 잘 어울리게 생겼습니다. 미아는 <캐롤>에 케이트 블란쳇과 나올 예정이었는데 하차해서 좀 아쉬웠어요. 웨스 앤더슨을 언급하는 리뷰도 있던데 저는 웨스 앤더슨은 <러쉬 모어>보고 저와 안 맞는 감독같아서 본 게 없어서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도스토예프스키가 분신을 다룬 소설에 기반하고 있다는데 그 개념을 활용한 작가가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입니다. 첫 소설 <낯선 승객>에서 브루노는 가이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고 사라지는 연인이자 어두운 분신이었고 <리플리>에서 디키 역시 톰 리플리의 부족한 면을 채우고 살해당해 사라지게 되는 존재입니다.
오네긴
레이프 파인즈가 제작했고 파인즈의 여동생-아들이 어린 볼드모르 역하는 히어로 파인즈-이 감독, 남편이 촬영했죠. 파인즈야 염세주의자이자 쾌락주의자인 귀족 역할을 잘 하고 리브 타일러는 대사 처리나 파인즈와 단 둘이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장면에서는 밀리는 감이 있지만 비주얼이 너무 좋아서 그게 상쇄되는 효과가 있는 듯 해서요. 비주얼만 놓고 보면 엘프 왕녀 캐스팅된 게 이해됩니다. 영화는 전기가 없어서 촛불로만 밝혀야 했던 실내 장면, 눈 쌓인 실외, 타티아나가 연애 편지 쓰는 장면 등 아름다운 장면이 많지만 시종일관 느려요. 느리게 연소되는 게 아니라 단조롭게 느립니다. 토비 스티븐스, 리나 히디,마틴 도노반의 젊은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다리우스 콘쥐가 촬영한 지방시 향수 광고.
어머니가 그루피로 유명했던 베베 뷰엘인데 어머니와 스티븐 타일러 얼굴을 기막히게 섞어 놨더군요. 외모뿐만 아니라 어떤 분위기가 유럽 영화 감독들이 좋아할 만 하지 않았나 싶어요. 원래 키 크고 떡대가 있는 건 아는데 드레스 입고 나올 때도 그런 신체적 특징이 도드라지긴 했어요.
무료 영화 목록에 <맨체스터 바이 더 씨>도 있고 영화 음악 작업을 다룬 <스코어>,<액트 오브 킬링>, 나스타샤 킨스키의<테스>도 있어서 한동안 열심히 볼 것 같아요.
팜므파탈
이건 dvd로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봤어요. <현기증>과 <마니>의 영향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드 팔마의 <강박관념>이 생각났죠. 이게 다 꿈이었다로 설명되고 껍데기로만 존재한다 해도 저는 이 영화가 좋아요.
이런 이미지가 나오잖아요 ㅎㅎㅎ <이중배상>의 바바라 스탠윅이 "I'm rotten to the core"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시작하는데 주인공이 샤론 스톤이었으면 잘 어울렸을 역이란 생각은 했습니다.
http://www.djuna.kr/movies/femme_fatale.html
마침 <스코어>를 보는데 버나드 허만이 만든 <현기증>,<사이코>음악 얘기가 나옵니다. <히치콕>에서 알마로 나온 헬렌 미렌이 <사이코>편집하면서 버나드의 음악을 씌우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는데, 음악가들이 그 샤워 장면은 버나드 허먼 음악이 없었으면 그다지 무섭지 않았을 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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