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을 감상함

2021.09.27 06:21

어디로갈까 조회 수:432

잠이 안 와서 이런저런 시집을 뒤적이다가 소월의 시까지 읽게 됐습니다. 예전엔 몰랐는데 섬세하고 절실하게 우리 마음의 가락을 잡아낸 시들이더군요. 마음의 움직임을 어느것 하나 간과하지 않고 환하게 드러냈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마치 거미줄 같은 마음의 가닥들이 햇빛을 받으며 수천의 빛으로 탱천하는 걸 보는 것 같았어요.

섬세한 것들은 참 깊고 아득합니다. 그리움이 없을 후일을 상상하는 건 그리움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겠죠. 하지만 망각이 작정한다고 이뤄지는 건가요. 잊으려는 노력은 기억되는 것만큼 만만치 않게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망각은 그리움이 끝나야 자연스럽게 찾아오죠.  예전엔 소월의 시를 감상에 몰입된 애잔한 표현으로만 읽었어요. 이제는 그리움과 망각을 두 축으로 해서 우리 삶의 전체를 포괄하는 의미로 읽힙니다. 저도 정신이 좀 굵어졌나봐요.

- 먼 후일 / 김소월

먼훗날 당신이 차즈시면
그때에 내말이 니젓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니젓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밋기지 않아서 니젓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닛고
먼훗날 그때에 니젓노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396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2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3646
117529 [넷플릭스바낭] 제목 붙인 사람이 궁금한 영화 2. '카조니어'를 봤습니다 [4] 로이배티 2021.10.25 836
117528 언더도그마 [5] 사팍 2021.10.25 356
117527 사막에서 마시는 커피- 영화 듄의 디테일 [2] ally 2021.10.25 818
117526 James Michael Tyler 1962-2021 R.I.P. [3] 조성용 2021.10.25 257
117525 그리스 (1978) [7] catgotmy 2021.10.24 366
117524 간만에 꿈얘기 [3] 메피스토 2021.10.24 378
117523 요즘 싱숭생숭 하네요 [4] 예상수 2021.10.24 602
117522 [영화바낭] 스티븐 소더버그의 액션 포르노 '헤이 와이어'를 봤습니다 [6] 로이배티 2021.10.24 1009
117521 허공에 삿대질 [4] 사팍 2021.10.24 533
117520 한국영화 원라인 [2] 왜냐하면 2021.10.23 379
117519 결혼이 뭐길래 [4] 예상수 2021.10.23 934
117518 넷플릭스 '리지' 봤습니다. [4] thoma 2021.10.23 697
117517 이번 사고 때문에 공포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군요 [2] 부기우기 2021.10.23 614
117516 자막 싱크 조절 밀고 당기기가 자꾸 혼동이 되는데 [4] 가끔영화 2021.10.23 419
117515 우리동네 닭부부 [2] 가끔영화 2021.10.23 382
117514 나를 사랑한 스파이 (1977) [7] catgotmy 2021.10.23 456
117513 바낭 - 뭘 해야 할까 [2] 예상수 2021.10.23 282
117512 듄 후기 (노스포) [7] LadyBird 2021.10.23 1127
117511 [영화바낭] 본격 제목 붙인 사람이 궁금한 영화, '지옥행 특급택시'를 봤습니다 [7] 로이배티 2021.10.23 737
117510 요즘 그린 그림들... [7] 낭랑 2021.10.23 40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