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05 03:06
정확히 말하면 할머니라는 존재가 되는 것이 두려운게 아니라, 몇십년 후라는 세월이 두려워요.
저는 스무살 때부터 막연히 세상은 점점 나빠지기만 할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정말 그 때의
생각대로 되어가는 기분이 들어요. 어렴풋한 디스토피아가 실제로 다가오는 것 같달까요.
참 쓸데없고 우스꽝스러운 두려움이지만 할머니가 되었을 때의 일본이 겁나요. 어른들은 죽어가고
아이들은 크게 잘못되어 있을 것 같아서 말예요. 제가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을 어둡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나라로 끝나지 않을지도요.
우리의 아이들이 더 황폐해 있을 것만 같아요. 저는 투표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고, 그 마저 바른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결과를 위해 투쟁했던 사람들의 힘겨운 모습을 봐야 하고, 그들을
조롱하는 사람들을 봐야하고, 변절과 약해지는 사람을 봐야해요.
전 김지하 시인의 변모에 덜컥 겁이 났었어요. 누군가가 또 저렇게 될까봐요.
언젠가 엄마와 아빠가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걷는 걸 보면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어요.
세상 사는게 참 피곤하겠구나. 중얼거리고 나서 저 자신이 상당히 비관적이 되었다는 걸 알았죠.
잘 사는게 힘든게 아니라, 잘 죽는게 힘든 시대가 되었다 싶더라구요.
그렇다고 늘상 겁에 질려있는 건 아니고요.^^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중 문득문득 이런 우울함이
드리울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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