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재주꾼은 많네요.

2021.08.28 00:06

thoma 조회 수:774


아마존프라임 '플리백' 보셨습니까? 놓치면 안 됩니다. 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이제 '플리백' 봤습니다.(추천해 주신 회원님들 감사드려요.)


1시즌 초반은 섹스 과몰입형 정서불안 독신여성의 일상 코미디인가 했습니다. 왜 이렇게 이 여성은 불안정하며 자기학대성 관계에조차 집착하는가 이상했어요. 쫌! 서양인들아, 섹스가 그렇게도 중요하냐? 라는 불만도 은근히 생기고요. 보다보니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거고 누군가는 의사와 상담을 하거나 교회 가서 신부에게 털어놓는 그런 일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실제로 2시즌 가면 상담, 교회가 등장합니다.) 1시즌 후반 대모와 웃으면서 주거니받거니 타격하는 장면부터 이 드라마에 빠졌던 거 같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이 정도면 연기 천재라 하겠습니다. 상대 역과 대화를 하다가 카메라 보고 말 걸고 다시 자연스레 연결하는 리듬이 너무나 뛰어납니다. 극중에 둘이 대화하지만 관객 포함해서 셋이 대화하는 듯한 장면이 이어지는데, 이런 기법은 소싯적에 주워들은 바 있는 독일 연극인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라는 이론에서 나온, 연극에서 많이 활용된 기법이죠. 다른 영화나 코미디에서도 많이 쓰인 것이었지만 이 드라마는 정말 합이 좋네요. 찾아보니 주인공 배우분이 이 작품의 작가이기도 하다는데 음...역시 천재는 한 가지만 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2시즌은 첫 에피소드부터 사로잡습니다. 2시즌은 정말 매 에피소드가 취향 저격입니다. 2에피소드의 피오나 쇼 짧게 등장하는 상담 장면 좋고요.(농담하냐? 이 말이 웃기냐? 뭐가 재밌다고 웃냐?) 3에피소드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대놓고 한 말씀 전하는 역할로 멋지게 나오시고요. 전체 에피소드에서 신부도 너무 매력적이라 아직 애인이 없는 게 이상할 지경(??). 그리고 위에 말한 관객과의 소통을 이 신부에게 들킵니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딴 생각하는 걸 아는 겁니다. 뭐, 사랑의 눈에는 보인다는 뜻일까요. 사랑에는 감정 이입만이 있을 뿐, 소외의 여지나 거리두기란 없다는 걸 보여주려고? 아무튼 이것도 재미있어요. 신부가 '그게 뭔가요,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지곤 하잖아요?' 이런 말을 합니다. 예리하군요.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면 앞서의 이러저러한 경험을 통해 주인공이 조금은 중심을 잡는 것 같습니다. 그러지 말고 좀더 헷갈리면서 헛발질하고 더 많은 시즌을 내놓으면 좋을텐데요.


재미있고 신선하고 세상은 넓고 재주꾼은 많군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34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63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077
117264 <보이스> 보고 왔습니다 Sonny 2021.09.28 345
117263 Passport to Shame (1958) catgotmy 2021.09.28 223
117262 [EBS2 클래스e] 국립현대미술관장 윤범모의 이건희컬렉션 [3] underground 2021.09.27 565
117261 오징어 게임 7화를 보고 사팍 2021.09.27 484
117260 어둠속의 미사는 회자될 만한 작품인 것 같아요. [6] woxn3 2021.09.27 1264
117259 두번째 팔라딘을 삼도천 너머로 보내고 [7] Lunagazer 2021.09.27 569
117258 50억 유머글 [2] bubble 2021.09.27 767
117257 구글이 23년전 생겼는데 [1] 가끔영화 2021.09.27 389
117256 오징어 게임 6편을 보고 사팍 2021.09.27 407
117255 넷플릭스 '어둠속의 미사' 감상 - 노스포 [10] Diotima 2021.09.27 1438
117254 화천대유는 누구것인가?(니가 진짜 원하는 것이 뭐야?) [8] 왜냐하면 2021.09.27 822
117253 [아마존바낭] 니콜 키드먼과 쟁쟁한 친구들의 '아홉명의 완벽한 타인들'을 다 봤습니다 [12] 로이배티 2021.09.27 643
117252 리차드 도스킨의 우생학, 주디스 버틀러의 불법이지 않은 근친상간 [10] 사팍 2021.09.27 839
117251 후배들에게 일장 연설한 후 [5] 어디로갈까 2021.09.27 622
117250 넷플릭스, 두 편의 복수극 [4] thoma 2021.09.27 549
117249 <축구> 오늘은 이 사람 생일입니다 [4] daviddain 2021.09.27 259
117248 오징어 게임 5편을 보고 사팍 2021.09.27 296
117247 Eiichi Yamamoto 1940-2021 R.I.P. [1] 조성용 2021.09.27 400
117246 왜 조용한가? [23] 사팍 2021.09.27 973
117245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잠깐 해보고 [4] catgotmy 2021.09.27 30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