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인 미국인이 그리스 여행에서 졸지에 쫒긴다는 컨셉이 신선해서 틀었는데 좋네요. 고전적인 스타일의 도망 스릴러에요. 장르물을 충실하게 잘 찍었습니다.

흑인 남성이 그리스에서 부인과 함께 깨가 쏟아지는 여행 중입니다. 남자는 묵기로 한 숙소에 예약 확인을 못 할 정도로 소심한 성격이에요. 그런데 부인을 차에 태우고 숙소로 향하던 중 야간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가 나서 정신을 잃습니다. 깨어나 보니 병원이고 부인은 사망한 것 같지만 말도 잘 안통하는 현지 경찰이 행정적인 문제로 보여줄 수 없답니다. 황망한 마음으로 사고 장소로 갔는데 왠 여자가 나타나더니 느닷없이 총을 쏘네요.

전반적인 진행이나 줄거리야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 영화 최대 장점은 황망하며 두렵고 슬프고 화가 나는 남자의 감정에 몰입이 잘 되는 점이었네요.

초반에 꽤 긴 시간을 들여서 부인과의 알콩달콩 장면을 보여줘요. 스릴러 영화 초입 치고는 너무 길고 지루하지만 또 영화 전체로 보면 짧은 시간인 이 장면에서 두 부부가 얼마나 서로 사랑하고 또 사랑을 넘어 깊이 통하고 있는지가 잘 표현 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만 뚝 떼어 놓고 보면 비포선라이즈 스타일의 멜로물 같을 정도에요. 광장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화지만 너무나도 현실적인 대화들이라 나의 호시절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그 장면만 가지고도 뭉클한 면이 있어요.

그런 장면이 나오고 사고가 나는 만큼 세상에 홀로 남겨진 황망함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요. 그만큼 첫 총격을 받을 때의 당혹감과 맘껏 슬퍼하거나 상황을 판단할 겨를도 없이 죽음의 공포로부터 달아나야 하는 비참한 상황이 안쓰럽더라구요.  


나름 개성적인 스타일도 분위기를 내는 데 크게 기여하는 편입니다. 미국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인데 실제로는 이탈리아에서 만든 영화라 그런지 헐리웃 스타일의 연출과는 거리가 멀어요. 고전적이라고 할 수도 있고 좀 건조하다고 할 수도 있겠구요. 헐리웃 스타일의 화끈한 리듬보다는 카메라가 인물에게 좀 더 거리를 두는 편이고 편집도 하나도 현란하지도 않구요. 그러다보니 좀 더 감정이 드러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쫓기며 발생하는 상황에서의 액션보다는 긴장감이 강조되는 편이구요. 의도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꽤나 고급진 스릴러물을 본 기분이 들었어요.

일부러 그렇게 찍은 건지 그리스라는 동네가 게토처럼 묘사되더군요. 이 쪽 사정을 좀 아시는 분들은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34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63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065
117137 프렌치 커넥션의 뽀빠이 형사들 [2] 가끔영화 2021.09.18 240
117136 [영화바낭] 단아한(?) 오컬트 호러 '다크 앤드 위키드'를 봤습니다 [2] 로이배티 2021.09.18 464
117135 루시퍼 시즌6 대놓고 스포 [4] 노리 2021.09.17 806
117134 코미디 아름다운 초원 가끔영화 2021.09.17 251
117133 추석 연휴 전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2] 조성용 2021.09.17 696
117132 어쩌다 스팸 한박스는 소중한 지인 명절 선물로 정착된 걸까요? [17] tom_of 2021.09.17 1038
117131 요즘 최고 웃음벨 최재형 (전)감사원장 [3] 토이™ 2021.09.17 738
117130 동시상영관 : 젤다의 전설 & 위쳐3 [8] skelington 2021.09.17 488
117129 힘나는 기사 [8] thoma 2021.09.17 582
117128 삼손과 데릴라 (1949) [12] catgotmy 2021.09.17 464
117127 런닝맨 지석진 게임에 대한 언어적 고찰 [7] Sonny 2021.09.16 1924
117126 미생이 카카오웹툰에서 다시 연재하네요 예상수 2021.09.16 345
117125 <축구>이 꼬맹이가 이렇게 컸네요 [2] daviddain 2021.09.16 373
117124 다른 국가를 욕으로 사용하는 경선 주자들 [6] Lunagazer 2021.09.16 803
117123 미국 SNL : J-POP American funtime now [2] 가라 2021.09.16 602
117122 [월간안철수] 우리 안대표님 중도로 복귀.. [4] 가라 2021.09.16 698
117121 2021 SNL 코리아 [7] 사팍 2021.09.16 844
117120 정치바낭 [35] 가라 2021.09.16 951
117119 아마존 시트콤? Kevin Can F**k Himself 를 시작했습니다. [11] Lunagazer 2021.09.16 673
117118 듀게 오픈카톡방 모집 [3] 물휴지 2021.09.16 24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