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작이고 런닝타임은 96분. 장르는 스릴러가 맞는 것 같긴 한데... 암튼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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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이 영화를 뭔가의 2편이라고 속게 만들었던 포스터. 나쁜 홍학놈 같으니...)



 - '에버필즈'라는 리조트가 배경입니다. 주인공은 둘이에요. 하나는 도입부에서 행사를 진행하다 경기를 일으키며 쓰러지는 남자. 아내와 둘이 살고 둘 다 에버필즈 직원인데 아내는 승승장구 잘 나가는 사원(이라고 해봐야 출발 직급이 바닥이라 여전히 바닥이지만요)이고 본인은 그냥 바닥입니다. 회사에서 조장하는 직원들끼리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 버린 거죠. 둘의 관계도 최악이라 한 집에 살지만 대화도 교류도 거의 없어요. 그래서 이 모든 게 회사 탓이라 생각하고 앙심을 품은 채, 아내와의 화해를 꿈꾸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인터넷에서 구한 폭탄 세일 핫딜 덕에 큰소리 땅땅 치며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온 남자... 인데. 블링블링한 리조트를 보여주며 잠시 폼을 잡지만 그것도 잠깐. 리조트 측의 오버 부킹으로 난데 없이 난생 첨 보는 가족과 함께 숙소를 써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회사측의 회유를 받아들이지 않고 끝까지 항의하다가 블랙 고객 취급을 받게 되죠. 가족 중 본인 혼자만!


 둘 다 주인공이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후자구요. 이 양반이 쓸 데 없이 오지랖이 쩌는 동거 가족 구성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멘탈이 나가고, 그러면서 점점 리조트측의 수상한 음모(?)를 깨닫게 되는 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전자의 남자가 슬쩍슬쩍, 그러다가 마지막엔 아주 결정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식의 전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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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가족. 모든 사람들이 '아내 미모가 아깝다'는 소릴 하는데 남자도 사실 콧수염만 밀면 멀쩡하게 잘 생긴 것인데요...)



 - 근데... 참 이걸 뭐라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네요. ㅋㅋ


 일단 사회 풍자극인 건 분명합니다. 극의 배경인 '에버필즈'는 말하자면 자본주의, 그것도 미국의 자본주의 침략을 구체화한 살아 있는 악마 같은 곳이에요. 근데 이게 상당히 문자 그대로 악마입니다. 그냥 현실적인 이야기인 척하면서 전개되지만 현실적이라고 봐주기엔 이 리조트는 너무 의미 없이 과하게 사악하거든요. ㅋㅋ 상식적으로 봤을 때 전혀 그럴 필요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그랬다간 자기들이 호되게 당할 일... 을 계속해서 저질러대고 그 스케일도 쓸 데 없이 커요.

 그래서 이 악마가 주인공을 계속해서 괴롭히고, 소외시키고, 굴복시키려는 가운데 거기에 맞서는 주인공은 서서히 가족들에게 소외가 되어가는 과정을 악몽처럼 (네, 정말로 말이 안 되는 악몽 같은 일이 계속해서 벌어집니다.) 보여주는 영화에요.


 근데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회사의 그 사악함이 선을 넉넉하게 넘어버리기 때문에 이야기가 영 괴상해져버린다는 겁니다. 뭐 자본주의, 특히 미국의 자본 침략을 비판할 순 있죠. 그러면서 그걸 과장해서 보여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과장이 되더라도 뭔가 그게 납득이 가는 방향으로 과장이 되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게 계속해서 좀 오락가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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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살게 된 진상 아저씨. 저 아저씨 연기가 참 능글능글하면서 실감나게 재수 없고 좋습니다.)



 - 캐릭터들을 보여주는 방식도 역시 좀 애매합니다. 영화가 주인공들에게 그리 많은 정보를 주지 않고 전개되는데, 보다보면 슬쩍슬쩍 '아, 영화에서 안 보여준 뭔가가 저 양반들에게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면서 그 중 일부분은 나중에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끝까지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영화 초반에 뭔가 불필요한 미스테리들이 생겨요. 미스테리... 라고 하면 거창하고, 그냥 '지금 쟈 행동은 좀 납득이 안 되는데 뭔가 이유가 있는 건가?' 싶은 부분들이 많은데 그 중 상당수는 결국 설명이 안 되고 끝나버리는 거죠. 심지어 이런 스타일이 결말까지 가요. 끝까지 다 보고 나면 음???? 이라는 느낌과 함께 궁금한 게 여럿 생기는데 영화는 그냥 끝나요. 쏘쿨하기도 하지.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머릿 속에 자잘한 물음표들이 두리둥실 떠다닙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게 결국 답이 주어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드니 그저 답답함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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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학이 무엇인지 묻지 마세요. 암튼 상징입니다. 뭔진 모르겠지만 상징이라면 상징인 겁니다.)



 - 그래도 나름 남는 건 없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저는 과도하다고 위에서 지적질을 했지만 어쨌거나 저런 선 넘는 사악함과 애매모호한 캐릭터들이 있고. 거기에다가 과장된 색감과 비주얼로 튀어나오는 괴상한 분위기의 장면들 덕에 뭔가 남의 악몽을 구경하는 듯한 기분이 확실하게 듭니다. 앞뒤가 맞는 듯 안 맞는 듯, 뭔 이야길 하는 건지 알겠는 듯 모르겠는 듯... 하는 아리까리한 기분에 빠져서 어쨌거나 뒤가 궁금하니 계속 보게 되는 거죠. 막 재밌다고 할만한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불쾌하고 애매한 악몽의 느낌 덕에 보는 동안엔 나름 집중해서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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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 없이 불쾌한 느낌을 주는 알록달록 화면 연출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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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쌩뚱맞게 튀어나오는 예쁜 그림들이 괜찮았습니다. 그게 뭔 의민지 모르겠어서 그렇지)



 - 그래서 결론은...

 음. 솔직히 추천은 못 하겠네요. ㅋㅋㅋ

 나름 선댄스에서 이런저런 상도 받은 영화던데. 솔직한 제 감상은 감독의 과욕이 여기저기 울룩불룩하게 튀어나와서 사람 헷갈리게 만드는 범작 아닌가... 싶었어요. 괴상함을 의도한 영화인 건 맞는데, 그게 정말 다 제대로 통제된, 의도대로의 괴상함인지. 아님 의도와 못만듦(...)이 뒤섞여서 필요 이상으로 괴상해져 버린 영화인지 확신이 안 서는 가운데 제 생각은 후자로 살짝 기울더라구요.

 그래도 평작보단 괴작을 좋아하고 그냥 기억에 남을만한 장면 한 두 개만 있으면 다 좋게 봐주는 저 취향 덕에 나쁘지는 않게 봤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은 못하겠습니다. 특별히 심하게 보고픈 게 없는데 뭐라도 봐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아요. 하하.

 



 + '샤이닝'을 오마주한 것 같은 장면이 한 번 살짝 지나갑니다만. 역시 그게 이 이야기에서 뭔 의미인진 잘 모르겠...



 ++ 영화를 보다보면 한참 전에 유행하다 사라진 표현 하나가 떠오르더라구요. '마술적 리얼리즘' 뭐 이런 거? ㅋㅋ

 생각해보면 그게 애초에 라틴 아메리카쪽이 대표였으니. 이 영화 만든 사람이 그 스타일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생각해도 어색할 건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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