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직접적으로 신경쓸 필요는 없는 외주직원이긴 합니다만...

업무하는 자세도 흐리멍텅하고... 말주변도 없고... 자기 업무를 스스로 개척하려는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몇년전에 신입직원으로 왔을때, ROTC 장교 출신이기도 해서 상사들이 경험만 쌓으면 뭔가 잘 하겠지 하는 기대를 좀 했었습니다.

아무래도 신입직원이기에 가장 리스크가 적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담당하게 되었는데요.

그 시스템이 개발된지 오래되기도 한데다가 사용자들도 이젠 익숙해진터라 딱히 수정하거나 개선할 거리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주 업무실적 회의를 하는데 다른 개발자들은 뭐 했다 뭐 했다.. 하며 했다는게 있는데 이 사람은 한일도 없고 할 계획도 없었습니다.

가끔가다 뭘 한다고 하는데 '그걸 왜 하는가?' 하고 물어보면 '사용자 누가 해달라고 해서요.' 라는 답이 나오고...

(다른 사람들은 무엇무엇 때문에 이걸 저렇게 고치면 어떻게 좋아집니다. 라고 자기가 그 일을 왜 하는지, 그걸 하는 목적이 뭔지 다 알고 하는데...)

그걸 하면 뭐가 좋아지지? 라고 물어보면 '음.. 좋아지긴 할텐데요..' 라고 흐리멍텅 한 답을 내놓습니다.

보다가 제가 답답해서 '그거 그렇게 바꾸면 뭐가 얼만큼 좋아지는거 아니에요?' 라고 하면 '음.. 그럴것 같네요..' 라고...(...)

그래서 보다 답답한  외주사 상사들이 '자기가 담당하는 일인데 잘 모르냐? 뭐라고 보고해야 할지 미리 생각하고 와야지!' 하는 식으로 많이 갈굼도 받고...


문서자료를 잘 만드느냐면 그것도 아니고... (종종 보고서를 쓰는데 제가 몇년째 수정을 해줘도 참고를 안하는지 발전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붙잡아 놓고 보고서 쓰는 요령을 가르쳐주면 그건 또 월권행위인지라...  아니 있는 양식에 내용 써넣는건데 그걸 제대로 못쓰나...)


그러다 보니 제 상사가 일부러.. 전혀 쓰잘데기 없는 일을 만들어서 하라고 합니다. 하면 좋지만 안해도 상관 없는 수준이 아니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수준인 일들을 만들어서 줍니다. 그렇게 하게 된 업무의 일정 짜는 것도.. 제 상사가 '그거 하는데 얼마나 걸려?' 하면 또 우물쭈물 대답을 제대로 못합니다. 상사가 '한달이면 되지?' 하면 또 대답을 안하고 있으면... 외주사의 그 직원 상사들이 '한달에 할 수 있어? 두달 걸릴 일 아냐?' 하면 '네.. 두달은 걸리겠네요..' 하고 대답을...(...)


그래서 그 일을 두달후에 다 하느냐? 그것도 아니고요..

매주 그걸 하고 있다고 하는데 두달후에 결과물은 없습니다. '다음달까지 하겠습니다.' 하고 실컷 갈굼을 받죠..

그리고 다음달말이 되면 또 다음달... (...)

그런식으로 매번 D-Day를 넘기는데.. 이게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니까 넘겨도 갈굼만 받고 끝나지 정말 꼭 해야 하는 일이면 이따위로 하면 난감인거죠.


매번 회의때마다 윗분들이 이 직원 갈구는 시간이 회의 시간의 1/3 이랄까... 아 안습.



외주사의 그 직원 상사가  보다 못해서 다른 시스템을 넘겨주려고 했었습니다. 그건 아직 사용자들이 뭐 해달라고 요청하는게 많은 시스템이라.. 지금처럼 '노느니 이런거라도 해봐'하고 쓸데없는 일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요.

그래서 제 상사랑 그 외주사 상사랑 그 직원이랑 셋이서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옆자리라 다 들렸지만..) 

우리 상사가 '그거 할 수 있냐?' 하고 하는데 대답이 또 우물쭈물...  결론은 '하라면 하겠는데 자신은 없다.. 안했으면 좋겠다.' 로 가더군요.

그래서 결국 그 시스템은 그냥 하던 사람이 하는걸로 하고..


제 상사는 여전히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불필요한 일들을 만들어서 하라고 던져주고...

그 직원은 그것도 제대로 못해서 갈굼받고...

갈굼 받을수록 더 위축되는것 같고...



총각도 아니고 30대 중반에 애아빠가 저러니... 좀 걱정이 됩니다.

집에 돈이 많나? (...)


그래서, 이번에 제가 설계해서 외부에 발주줘서 만들어온 시스템의 유지보수를 그 직원에게 맡기려고 하는데요..

(지금까지 우리가 쓰지 않았던 툴을 썼기 때문에 현재 우리 팀에서 그 시스템에 대해 아는건 저 밖에 없습니다.)

갓 완성된 시스템이라 사용자들의 개선요청도 많고.. 현장에서는 그 시스템에 이거저거 확장할 생각들을 하고 있어서.. 그 직원이 이걸 하게 되면 한 1~2년은 '할일이 없어서 불필요한 일을 하게 되는' 상황은 없어질것 같은데...   

그렇지만,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어.. 다 못했는데 다음달까지 하겠습니다.' 식으로 나가면, 제가 곤란해 지는 수준이 아니라 X 되는 겁니다...(...)



갑 입장에서 냉정하게 '이따위로 일하는건 곤란하다. 다른 사람을 보내달라' 라고 외주회사에 말해버리면 너무 냉혹하겠죠.

저도 오랫동안 같은 부서에서 같은 일만 하고 있다보니 매너리즘 쩐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이 직원은 업무에 대한 욕심은 30년차 부장같고 실제 능력은 갓 학교 졸업한 학생 같으니.. ㅠ.ㅠ

저도 기왕이면 일 잘하는 사람한테 맡기는게 신경 덜 써도 되고 편합니다. 이 직원에게 맡기면 하나에서 열까지 다 확인해봐야 하거든요. (또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절대 먼저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냥 자기가 생각하고선 그대로 해요. 그런데 그게 수준이 참 낮다는것... 그래서 제 상사가 '모르면 물어봐라' 라고 해도 안물어보더라구요. 주눅 들어서 그런가..)

내가 챙겨야할 의무도 없고, 그럴 권한도 없는 외주 직원을 챙겨주다가 제가 심히 곤란해지면 난감인지라... 살짝 걱정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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