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라인 냅의 책

2021.08.09 12:23

thoma 조회 수:384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바다출판사)를 읽었습니다. 마흔 둘이라는 이른 나이에 폐암으로 떠났군요. 이전 책들이 섭식장애나 알코올 중독, 개와의 생활에 관한 것인데 그중에서 '드링킹'이라는 알코올 중독 경험을 쓴 책은 유명했습니다. 그 책을 읽지는 않았는데 여기저기 기고문들을 모은 유고에 해당하는 이 책에도 과거의 경험들이 계속 소환되어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알 수 있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분이 자기 학대가 된 외모에 대한 강박이나 술에의 의존 마지막엔 담배에의 의존 같은 것에 빠질만한 이유가 될 사건은 없어요. 번듯한 부모님 아래서 형제들도 있고 좋은 교육을 받은, 뭐 중산층 인텔리 가정 출신이거든요. 

하지만 인간이란 복잡하네요. 자기애가 남달리 강하다거나 성취욕구에 시달리거나 결벽증이 있다면 바깥에서 보는 '넌 뭐가 문젠데'라는 시선이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작가의 경우엔 인생의 단계마다 자신을 괴롭힌 감정 상태에 집착이라는 해결책에 매달려 온 것 같은데 그 엉킨 감정의 실타래를 또 천천히 풀어나갑니다. 정반합, 정반합 과정으로 헤쳐나가요. 그런데 담배가 결국 발목을 잡은 것 같습니다. 폐암 진단 두 달만에 떠났네요.


냅은 개를 키우며 그 개를 중심으로, 하루 두세 번의 산책을 중심으로 일정을 짜고 외출이나 여행도 삼가며 애정을 줍니다. 개를 보며 생각해요. '루실이 늙어 관절염이 오는 것을 어떻게 지켜 볼까, 10년 후쯤 떠나보낼 날이 온다면 그 상황을 내가 과연 견딜 수 있을까'라며 상상만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그런데 개보다 자신이 먼저 떠났네요. 

이런 부분은 항상 마음을 칩니다. 인간이 앞날을 알 수 없어서 부질없는 걱정을 하며 일상의 온갖 흔적들, 약속들을 남겨둔 채 먼저 떠나는 장면 말이죠. 


책 자체는 위에 썼듯이 기고문들 모은 것이라 중복도 좀 있고 소소한 일상사가 대부분이니 지적인? 뭔가를 기대할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이미 죽은 사람들에겐 친근감을 갖습니다. '모든 죽은 사람'이라고 하면 어폐가 있고 '모든 죽은 작가'가 맞겠습니다. 모든 죽은 작가에겐 너그러울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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