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작이니 15년 묵었군요. 런닝타임은 1시간 56분. 장르는 블랙코미디풍으로 흘러가는 스릴러 정도 되겠네요. 스포일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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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믹한 것도 맞고 잔혹한 것도 맞긴 한데 이 포스터랑 뭔가 많이 다릅니다...)



 - 새로 뽑아서 번호판도 임시 번호판인 하이얀 벤츠가 강원도 산골을 달리고 있어요. 차 안에는 느끼하기 그지 없는 음대 교수와 졸업하고 찾아온 제자가 있죠. 대화 분위기를 보아하니 제자는 교수한테 잘 보여서 오디션 통과하고픈 모양이고, 교수는 이 어여쁜 제자를 어떻게든 해 보려는 속셈 같습니다. 그러다... 교수가 터프가이 흉내 내느라 빨간불을 개무시하고 지나가니 딱 거기서 매복하고 있던 교통순경 한석규가 따라붙어 딱지를 떼구요.

 ...이런 식으로 도입부를 소개하는 게 무의미한 영화라는 생각이 방금 들었습니다. ㅋㅋ 그냥 대충 할게요.


 결국 인적 없는 산골 외진 곳에서 재수 없이 그 동네 불량배들과 얽혀 버린 교수와 제자가 개고생하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하면 스포일러라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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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인 척하는 두 명)



 - 지인~~짜 싸게 만든 영화입니다. 무려 한석규가 나오지만 그래도 제작비가 많이 들었을 수가 없어요. 영화 내용 중 절반 이상이 개울가 한 군데에서 진행이 되고 주요 등장 인물 8명 외엔 조연도 단역도 없고 엑스트라도 딱 하나. 액션도 막판 딱 한 장면 빼면 그냥 다 배우들 개싸움 연기 뿐. 해가 떠 있을 때 시작해서 해 떨어지기 전에 끝나는 이야기이니 야간 촬영도 없었겠고. 세트 지을 것도 없었겠고. 의상 갈아 입을 일도 없었겠죠. cg 쓸 곳... 은 하나 있긴 하네요. 초반에 새가 날아다니는 장면이 몇십 초 정도 나옵니다. 벤츠가 부서지는 장면들이 있긴 한데 뭐 아마도 폐차될 차 하나 싸게 구해서 부쉈겠죠. 잘 보면 촬영도 거의 내내 헬드 핸드로 찍었는지 굳이 흔들릴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늘 카메라가 떨리고 있습니다. 


 암튼 포인트는 이 영화는 끽해야 반나절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야기라는 겁니다. 이렇게 시간이 짧게 잡혀 있으니 뭔가 더 집중하게 되는 효과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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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넷플릭스 썸네일인데, 그냥 홍보용 연출샷입니다. 뭣보다도 오달수가 저렇게 깔끔하게(?) 안 나오죠. ㅋㅋ)



 - 그럼 그 내용은 무엇인고... 하니. 아니 이걸 뭐라 말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그러니까 일단 소동극이에요. 별 거 아닌 일로 별 악의 없었던(?) 무리들이 어쩌다 한 곳에 모여서 이리저리 충돌하며 사고를 내고 그 사고를 눈덩이 굴리듯 키워 나가는 내용이죠. 앞서서 영화 도입부 요약을 시도하다가 때려 치운 이유가 이겁니다. 굉장히 '우발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도입부 얘길 길게 하는 게 무의미하죠. 어쨌거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여기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한 명도 빠짐 없이 일생에 가장 재수 없고 우울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포인트가 있어요. 뭐냐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덟명의 사람들 중 정상에 가까운 사람은 단 한 명. 정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참작 가능하고 민폐가 적은 사람이 한 명. 나머지 여섯명은 모두 다 정말 혐오스런 인간들이라는 겁니다. 여섯명의 남자 배우들이 혐오스럽게 분장하고 나와서 있는 힘을 다해 혐오스러운 짓들을 하고 그 혐오스런 짓들 때문에 차예련이 개고생하는 이야기... 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ㅋㅋ 그나마 한석규는 얼굴이 한석규인 데다가 옷차림도 경찰 옷이라 비주얼로 혐오스럽기가 힘이 드니 시도 때도 없이 계속해서 사방에 침을 뱉어대더군요. 것도 정말 보기 싫은 방식으로 아주 연구를 열심히 한 느낌으로 뱉어댑니다. 으하하하.


 근데 그 와중에 이 '혐오스런 남자들' 역을 맡은 배우들이 하나 같이 다 연기가 좋아요. 한석규, 이문식, 오달수, 이병준 같은 좋은 배우들이 나와서 모두 다 거북하고 꼴보기 싫은 캐릭터 연기로 커리어 하이를 찍어주더라구요. 칭찬 치곤 좀 이상한 칭찬이지만 사실이고, 또 그게 본인이 맡은 캐릭터를 잘 살리는 거였으니 칭찬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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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 군단!! 1시간 56분동안의 대혐오 쑈쑈쑈!!!)



 - 음. 그러니까 정말 혐오스런 인간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죄 없는(?) 여자 한 명 괴롭히는 이야기. 라고 요약을 해본다면... 이 요약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사실 차예련은 후반에 들어가면 투명인간화 된다는 거죠. 그냥 이야기 흐름이 그렇습니다. 

 두번째는, 막판에 이 영화가 갑자기 교훈극으로 흘러가는데, 그 교훈이 역시 차예련 캐릭터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결국 차예련은 이 영화에서 훼이크 주인공이에요. 진짜 주인공은 이문식이고 또 하나의 주인공은 런닝 타임의 절반을 코빼기도 안 비추는 한석규지요.

 그리고 제가 이 영화에 느낀 아쉬운 점이 바로 이것에 있었습니다. 뭐랄까... 이런 식의 우발적 전개(?) 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이게 영화의 잘된 점을 좀 깎아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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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도 살짝 훼이크 주인공이긴 한데, 캐릭터가 워낙 걸작이고 연기가 지나치게 좋아서 차예련처럼 실종되는 느낌까진 없습니다. ㅋㅋ)



 - 그러니까 이 영화의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한다면 바로 초중반을 장악하는 이문식과 친구들(...)의 리얼하게 혐오스러우면서도 위협적인 연기와 거기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입니다. 전 이문식이 이렇게 연기 잘 하는 배우인 줄, 이렇게 무시무시한 역할을 잘 소화하는 배우인 줄 이제사 알았어요. 거기에 오달수나 다른 쫄따구 역할 배우들도 참 잘 해줘서 진심 보기 싫을 지언정 긴장감 하나는 제대로 살거든요. 

 근데 마지막 부분의 그 '교훈극' 전개는 이런 긴장감을 한 방에 날려 버립니다. 그 장면을 통해 무슨 얘길 하고 싶었던 건진 알겠고 그 얘기는 참 좋은 얘기거든요. 근데 어쨌거나 그 대목에서 긴장감은 다 날아가고 이문식이나 다른 캐릭터들의 그 위협적인 느낌도 싹 다 사라져버려요. 그러고선 지금까지 (사실 꾸준히 밑밥은 깔아왔지만) 얘기된 바 없었던 주제로 휙 점프해선 뭔가 멜로드라마 같은 분위기로 끝을 맺어 버리는 거죠. 그러니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제 기분은 그저 '아... 지금까지 내가 뭘 본 거지?' 뭐 이런 상태로...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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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몰라봬서 죄송했습니다 이문식씨.)

 


 - 뭐 이게 못만들고 재미 없는 영화였다는 얘긴 아닙니다.

 애초에 작정하고 혐오스럽게 만들어낸 영화인데 실감나게 혐오스러웠으니 성공했죠. 배우들 연기 정말 좋고 초중반까지의 예측할 수 없는 전개도 괜찮습니다.

 특히 김병준과 차예련이 이 양아치들에게 아직은 잘 대접 받으며 어색하게 어울리는 동안의 긴장감은 정말 훌륭해요. 불쾌하면서 웃기고 긴장이 되거든요.

 그런데 그 정도까지 근사하게 잘 뽑아냈으면 그냥 그 분위기로, 그 흐름대로 흘러가서 뽕빨을 내버리는 이야기였으면 정말 좋았겠다. 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앞서 말했듯이 막판에 전개를 비틀어가며 꺼내는 화두란 게 절대 나쁜 게 아닌데, 그리고 그 부분도 배우들이 잘 살려줘서 분명 괜찮았는데.

 그래도 결국엔 그냥 '밑밥'이 되어 사라져버린 전반부의 훌륭함이 너무 아까운 거죠. ㅋㅋ 그래서 아쉬운 영화였습니다.




 + 15년 전입니다. 이때쯤 영화나 드라마들을 보면 주인공들 핸드폰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여기선 한석규가 사용하는 거대 카메라가 달린 삼성 핸드폰이 시선을 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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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이 제품인 것 같아요. 영화 촬영 연도랑도 얼추 맞구요. 광학 3배줌을 장착한 500만화소 카메라폰!! 오옷!!!



 ++ 차예련이 저엉말로 예쁘게 나옵니다. 근데 이 시절은 차예련 데뷔 초였고 당시엔 발연기로 많이 유명했...

 하지만 다행히도 대사가 많지 않구요. 이 영화에선 그래도 튀지 않을 정도로 무난하게 못한 느낌. ㅋㅋ

 근데 전 이 분 비주얼이 너무 맘에 드는 사람이라 젊은 때 좀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역할을 많이 못 만난 게 아쉽습니다. 뭐 본인 한계 탓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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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생각해보니 이 포스터는 되게 쌩뚱맞네요. 왜 차예련이 저러고 있고, 서지혜는 어디 간 거죠. ㅋㅋ



 +++ 글 제목은 드립이니 너무 신경쓰지 말아주십... ㅋㅋㅋ

 영화의 테마는 '폭력'에 대해 다루는 건데. 어째 결백한 피해자를 유일한 여성 캐릭터로 잡아 놓고 나머지를 몽땅 혐오스런 남자들로 채워넣다 보니 보다보면 실제로 저런 기분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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