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24.06.26 02:23

여은성 조회 수:159


 1.여러분은 돈을 좋아하나요? 물론 좋아하겠죠. 나도 돈을 좋아해요.


 여러분은 목숨을 좋아하나요? 물론 좋아하겠죠. 나도 목숨을 좋아해요.



 2.목숨으로 할 수 있는 제일 재밌는 일은 뭘까? 그야 목숨을 걸고 도박하는 거겠죠. 하지만 목숨은 한개라서 베팅의 대상이 아니예요. 그래서 우리들 같이 평범한 인간들은 목숨을 거는 대신 돈을 걸면서 살죠. 어떤 사람은 삼성전자에 돈을 걸고 어떤 사람은 블랙잭에, 어떤 사람은 바카라에 돈을 걸고 살아요. 왜냐면 돈으로 할 수 있는 제일 재밌는 일은 돈을 걸고 도박하는 거니까요.



 3.물론 돈을 가지고 외제차를 사거나 여행을 다니거나 파인다이닝을 가거나 백화점 vip등급을 가져보거나...하는 것도 재밌겠죠. 하지만 우리들은 안 해본 일을 해볼 기회가 딱 한번씩밖에 없어요. 그래서 외제차를 한번 사보거나 백화점vip가 한번 되어보면 그런 것들은 이미 한번씩 해본 일들이 되거든요. 그래서 열 번 스무 번이 넘어가면 거의 감명을 느낄 수가 없게 되죠.



 4.휴.



 5.사실 위의 소비들이 또다시 의미있어지는 사례는 있어요. 주위 사람과 그 경험을 공유하는 거죠. 대학에 합격한 조카를 데리고 좋은 레스토랑에 가거나 내가 가르친 학생이 좋은 성적을 거둬서, 백화점에 가서 비싼 선물을 사주거나 하면 그것은 마치 처음 겪었던 때와 비슷한 감동을 느끼는 작용을 하게 되죠. 원래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기쁨이라는 게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하지만 그것도 또 여러번 해 보면 의미없게 느껴져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기쁨을 누리는 것도 맨 처음 했을 때 감동적인거지 몇 번 반복하다보면 지겨워지거든요.


 이 나이를 먹으면 결국 그래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일은 없어요. 애초에 하고 싶은 건 다 해봤거나, 너무 엄청난 비용이 들어서 못했거나...둘 중 하나뿐이니까요.



 6.하지만 도박은 다르거든요. 맨 처음 하는 도박이나 천 번째로 하는 도박이나 흥분되고 두근거리는 느낌이 거의 똑같단 말이죠. 그래서 돈을 가지고 평생 재미있게...의미있게 할 수 있는 건 도박뿐이예요.



 7.물론 평생 도박을 재밌게 하려면 어느 정도는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도박을 찾아야 해요. 맨날 지기만 하면 그건 돈이 아니라 사실 자신의 목숨을 배팅하는 짓거리와 같으니까요. 애초에 도박에서 잃기만 하면 평생동안 도박할 돈도 없게 되거든요.



 8.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맨날 이기기만 하는 도박도 좋지 않다는 거죠. 위에 썼듯이 천 번째 도박이 재미있는 이유는 천번동안 배팅을 하는 동안에 여러 번 잃었기 때문이거든요. 천 번 연속으로 도박을 이기는 사람이라면 재미가 없어서, 애초에 도박을 천 판이나 하지도 않았겠죠. 그러니까 때때로 지기는 하지만, 도박 자금이 마를 일은 없을 정도로 이겨나가는 도박꾼의 인생이 제일 낫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이건 뭐랄까. 격투 게임이랑 비슷해요. 열 판 했는데 열 판 이기는 것만큼 재미없는 격투게임은 없거든요. 그건 열 판 했는데 열 판 지는 격투게임보다도 재미없는 거예요. 하지만 역시 너무 지기만 하면 짜증나니까...열 판 중에 7~8번 정도 이기는 격투게임이 제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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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위에 쓴 건 '옛날이라면' 그랬다는 거죠. 요즘 세상엔 내가 도박판을 천번 열어서 천번을 이겼으면, 그걸 가지고 권태를 느낄 필요는 없거든요. 내가 도박판에서 천 번을 이겼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유명인이 되면 되니까요.


 하지만 글쎄요. 투자해서 계속 따기만 하는 건 역시 힘들어요. 나도 나름대로 모든 판을 이기려고 노력하지만 매일매일 당일손익이 플러스로 끝나는 건 어렵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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