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Ma Rainey's Black Bottom. 2020)


aeaafb5ab62d2ffa3ad40e5548236714b769dfd6


아무 사전 정보 없이 보기 시작했습니다. 전에 찜해 두었었는데 니나 시몬의 다큐를 보고 나니 음악인 소재의 드라마도 이어서 보자 싶어서요. 


1927년 시카고입니다.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와 그녀의 밴드가 음반 녹음을 위해 스튜디오에 모인 하룻 동안 일이 영화의 내용입니다. 

영화 시작하면 두 청년이 숲 속에서 쫓기듯이 긴박하게 뛰고 있어서 마 레이니 가족 등장하는 과거 장면인가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마 레이니가 남부에서 활동할 때 천막 공연하는 시간에 맞추어 입장하려는 청년들인데 마치 농장에서 탈출하는 노예를 연상하도록 찍었어요. 마 레이니의 천막이 해방구같고요.


영화는 녹음하는 장면보다 녹음을 기다리고 준비하며 보내는 과정이 더 길고 그러면서 인물들 간의 대사로 갈등을 쌓고 갈등이 폭발하는 연기를 보여 주는, 앞의 장면 일부를 빼면 대부분 장면이 실내에서 펼쳐지는 실내극, 상황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네, 원작이 희곡이었습니다. 보고 나서 찾아보니 오거스트 윌슨이라는 매우 유명한 극작가의 작품이었어요. 


예술가들이 특유의 까다로움으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내용을 좋아하지 않아서 앞 부분의 마 레이니의 행동들은 짜증이 났습니다. 보다보면 납득이 가고 공감하게 됩니다. 그 스튜디오에 있는 이들의 배치라던가 지하 대기실 맴버들 사이에서 막판에 벌어진 사건도 생각해 보면 상당히 시각적이고 상징적입니다.

특히 바이올라 데이비스와 채드윅 보즈먼의 연기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보즈먼이 연기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상당히 움찔움찔합니다. '내려 와라! 한번 붙어보자!' 하늘을(지하실이었으니 천장이지만) 올려다 보며 눈물과 땀범벅이 되어 신에게 소리지르는 장면에서, 유작이 된 이 영화를 보며 누군들 마음 아프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마 레이니 역할의 바이올라 데이비스의 연기도 뛰어났고요. 두 사람 다 이 영화로 상 받을만 했습니다. 연기 보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였어요.


음악에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쩌다 보니 음악인 영화를 두 편 이어서 보았습니다. 니나 시몬도 그렇고 마 레이니도 그렇고 흑인이고 여성인 음악인이 자기 존중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 과정에 어떤 왜곡들이 생기는지 보게 되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65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65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010
117413 웨스트라이프에 빠졌어요. [12] 채찬 2021.10.11 687
117412 오래 전 낙서 (정성일과 박찬욱) [21] 어디로갈까 2021.10.11 1176
117411 가레스 베일, "내가 쿠르트와보다 골프 잘 침" [4] daviddain 2021.10.11 280
117410 덴마크 영화 '더 길티' 봤어요. [8] thoma 2021.10.11 545
117409 [영화바낭] 아들 크로넨버그의 부전자전 스릴러, '포제서'를 봤습니다 [8] 로이배티 2021.10.11 622
117408 별게 다 성가시게 [5] 가끔영화 2021.10.11 377
117407 바낭 - 대통령 후보가 사퇴하고 민주당 재경선 [3] 예상수 2021.10.11 779
117406 가을인가요(feat. 부국제) [3] 예상수 2021.10.11 272
117405 이런저런 친정부-친민주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가 [4] 메피스토 2021.10.11 802
117404 두근두근하네요 피파22 [2] 정해 2021.10.11 317
117403 민주당 경선 결과 이야기 [19] MELM 2021.10.11 1305
117402 (바낭) 아이를 키우면서 [5] 여름호빵 2021.10.11 502
117401 넷플릭스, 애틀랜틱스 [9] thoma 2021.10.10 592
117400 Bob & Carol & Ted & Alice (1969) [2] catgotmy 2021.10.10 227
117399 [KBS1 독립영화관] 나는 보리 [4] underground 2021.10.10 272
117398 바보사냥 누구 감독 영화일까요 [3] 가끔영화 2021.10.10 5099
117397 흠 인정하기 싫지만 [1] 적당히살자 2021.10.10 540
117396 오늘도 윤석열(주일 예배드리는 윤석열) [8] 왜냐하면 2021.10.10 874
117395 쇼팽 콩쿨 본선 2라운드 진행중 (유튜브 라이브) [2] tom_of 2021.10.10 2512
117394 이 사람 윤석렬을 찍을까? 안찍을까? [4] 사팍 2021.10.10 64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