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친구의 하소연

2021.09.23 12:16

어디로갈까 조회 수:1038

제 친구들 중에는 집 없는 이들이 많습니다. 아직 집 갖기에는 나이가 어린 편이니까요. 좀 전에 또 월세 찾아 이사해야 하는 친구가 전화로 하소연하더군요. 부잣집은  애완동물과 차도 자기집이 있던데 자신은 뿌리내릴 수 있는 어떤 대지 한 평도 없다고. 그래서 매순간이 위태로운 기분이라고요. 흠
문득 집 없이 사셨던 제 은사님의 말씀이 떠올랐어요. 집 없이 떠돌며 사는 건 몸만 괴로운 게 아니라 정신까지도 위험하게 휘청이게 만든다고 하셨죠. 그리고 시대의 풍속이나 미덕을 인정하지 않게 만들고 타인에게 전하는 사랑조차 헛되다는 것을 알면서 하게 돼 가다가 멈추게 된다고. 그렇다면 집이 없다는 건 가시나무와 엉겅퀴에 걸린 채로 나날을 살아내는 기분인 걸까요. 에덴의 동쪽을 방황한 카인처럼?

친구는 왜 집이 없을까요. 그의 부모가 아무 잘못없이 가난한 게 이유일까요. 아는 사람은 알 것입니다. 그 이유가 뭔지.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이 몰라서 블라블라 떠들고 정책을 행사하고 있어서 아예 입을 닫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차마 친구에게  '대신 너는 커다란 마음의 집을 갖고 있잖아~' 라는 성질이나 붇돋우는 위로의 말을 할 수는 없어서 가만히 듣기만 했습니다.
누구에게라도 곤한 잠을 잘 수 있는 방 한 칸은 있어야죠. 몸이 쉬어야 할 집을 마련해주지 못하면 마음이 스스로에게 갖는 건 열등감과 회한 뿐일 테니까요. 무엇보다 몸이 쉴 수 있는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나라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오래된 상투적 표현이지만 "프롤레타리아에게는 나라가 없다"는 말은 소홀히 넘길 수 없는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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