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시티]

  1969년에 개업한 후 2011년에 문 닫을 때까지 수많은 유명 앨범들이 LA의 사운드 시티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어 왔었습니다. 닐 영과 커트 코베인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가들이 한 번 쯤은 들렀던 이곳을 소재로 푸 파이터스의 리더 데이브 그롤이 직접 본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비록 대갈치기 인터뷰들과 자료 화면들로 이루어진 보통 수준의 다큐멘터리이지만 스튜디오 관련자들과 그곳에서 녹음 작업을 했던 음악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재미있고 그곳에서 다시 음악을 연주하고 녹음하는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현재 사운드 시티는 그롤의 개인 녹음 스튜디오가 되었습니다). 197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이야기를 전개하는 동안 다큐멘터리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진에 따른 세월의 변화에 대해 아쉬워하지만 동시에 변화를 인정하고 있고, 나름대로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모습에 찡한 모습이 있습니다. (***) 




 [섀도우댄서]

  북아일랜드 갈등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지만 여전히 분위기가 험악했던 1993년, IRA 요원 콜레트는 지령된 임무를 막 수행한 후에 영국 MI5 요원들에게 잡힙니다. 그들 중 한 명인 맥은 그녀에게 어린 아들이 있다는 점을 통해 그녀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그리하여 그녀는 그의 정보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비밀 정보원이란 소재를 갖고 영화는 상당히 익숙한 유형의 이야기를 하지만(최근에 [신세계]를 봤기 때문이 더더욱 기시감이 듭니다), 우리에게 다큐멘터리 [맨 온 와이어]와 [프로젝트 님]으로 알려진 감독 제임스 마쉬는 건조하고 매끈한 장르물을 만들었고, 창백하고 무덤덤한 얼굴 뒤에 많은 걸 암시하는 주연 배우 안드레아 라이즈보로의 연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





 [러닝 맨] 

 [러닝 맨]의 주인공 중우는 한 때 경찰의 추적을 요리저리 피하기로 명성(?)을 날렸던 범죄자였지만, 이젠 십대 아들을 둔 홀아비로써 건실하게 살려고 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카센터에서 일하고 밤엔 콜 전문기사로 일하는 그는 어느 날 상당한 돈을 지불하겠다는 손님을 만나게 되는데, 그 때문에 그는 곧 살인용의자가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되고 그를 쫓는 사람은 단지 경찰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제목과 달리 [러닝 맨]은 그리 많이 달리지 않고 오히려 쓸데없는 코미디와 가족 신파까지 시도하는 바람에 많이 절뚝거리고 늘어지기 일쑤입니다. 액션 장면들은 괜찮은 가운데 좋은 아이디어들도 있지만 그렇게 비중이 높은 게 아니고, 게다가 좋은 배우들이 나쁜 각본 때문에 낭비되는 모습은 그리 유쾌한 광경이 아닙니다. 그나저나, 이민호에 대해선 이 배우를 제가 자주 접하지 않아서 별 말을 하지 않겠지만, 그보다 더 능력 있는 배우가 그의 캐릭터를 맡았어도 올해 최악의 연기상을 받을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


 P.S. 

 [퀵]이나 [러닝 맨] 대신 국내에서 아쉽게도 DVD/블루레이 직행한 [프리미엄 러쉬]를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키니어완다]

[호텔 르완다]처럼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을 소재로 한 이 작은 독립 영화는 그 험악한 순간 속에서 보통 사람들이 최선 혹은 최악을 행하는 모습을 여러 작은 이야기들을 통해 보여줍니다. 비록 실화는 아니지만 영화 속 픽션들은 실제 일어났던 일들에 바탕을 두고 있고, 주로 현지 비전문 배우들로 구성된 배역진을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들엔 작지만 강렬한 정서적 힘이 있습니다. 본 영화가 장편영화 데뷔작인 감독 올릭 브라운은 40만 달러의 적은 예산으로 상당한 성취도의 결과물을 내놓았고, 이는 [호텔 르완다]와 함께 같이 볼만 한 좋은 작품입니다. (***1/2)


 


[브로큰 시티]

영화들 자주 보는 사람인 저는 가끔씩 장르 영화들을 볼 때마다 공식들과 클리셰들로 이루어진 목록들을 머릿속에서 만들어내곤 하는데, [브로큰 시티]를 덤덤하게 보는 동안 저는 목록의 항목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시간을 때웠습니다. 7년 전 강간사건 용의자를 쏴 죽인 일로 법정까지 갔다가 뉴욕 경찰 일을 관두고 불륜 현장이나 찍는 사립탐정으로 일해 온 빌리 태거트는 그 일로 곤란했던 자신을 도와준 시장 호스테틀러으로부터 사적 의뢰를 받게 됩니다. 처음에 호스테틀러의 아내 캐슬린의 불륜 상대를 찾는 단순한 일인 것 같지만, 당연히 일은 그리 단순하지 않은 걸로 드러나고 태거트는 이에 대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지요. 수많은 느와르 영화 선배들이 걸어갔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가운데 이야기를 평범하게 굴려가니 영화는 전반적으로 밋밋한 느낌이 나지만, 제 목록을 체크하는 동안 본 영화를 보는 건 지루하진 않았고 배우들은 주어진 역할들 속에 할만 큼 합니다. (**1/2)

 



[전설의 주먹]

[전설의 주먹]2시간 반 상영 시간을 지탱할 기력이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준비 운동도 하기 전에 어설프게 링에 뛰어 들어 주먹이나 날려대면서 그 좋은 체력을 낭비합니다. 여러 소재들을 나열하기만 하는 태만한 각본의 부실함 그리고 단선적인 캐릭터들로 손해 보는 좋은 배우들 등 결점들이 여기저기서 보이는데, 황정민, 유준상, 그리고 윤제민은 할 만큼 하지만 이들은 각각 다른 영화들에서 더 좋게 나왔고, 이요원과 지우는 캐릭터들이 나쁘니 어쩔 수가 없었겠지요. 이야기 면에서 개인적으로 불편한 감이 없지 않기 때문에 감상이 영 편치 않았지만, 일단 경기 장면들은 잘 만들었고 저보다 덜 불편하게 보실 수 있는 분들은 아마 본 영화를 더 잘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전 유사한 극적 갈등을 더 잘 밀어붙이고 더 잘 해결한 [워리어]나 다시 감상하렵니다. (**)


P.S.

황정민이 정장 입고 나온 장면 기억나시는 분 손 좀 들어주세요!

 

 

 


[오블리비언]

이야기 설정이나 줄거리 등 여러 면들에서 다른 SF 영화들이 줄줄 떠오르는 가운데 각본도 그리 좋은 게 아니니 금요일 오후에 영화를 본 저와 실험실 동료들은 영화 끝나고 나서 여러 가지 갖고 꽤나 놀려 먹었지만(결말에 대한 저의 반응: “재주는 누가 넘고 여자는...”), 적어도 큰 화면 안에서 펼쳐지는 광경들은 본전 뽑을 만하니 기대를 어느 정도 낮추고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1/2)

 

P.S.

본 영화 보고 나서 [-E]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은 저만은 아니겠지요?




[멋진 녀석들]

28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그의 동료이자 친구 발을 맞이한 닥에겐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28년 전에 그들의 범죄 계획이 꼬여서 경찰과 충돌했을 때 어쩌다가 발은 동네 보스의 아들을 죽였고, 그러기 때문에 보스는 닥에게 직접 발을 처리하라고 지시했거든요. 하지만, 발도 이미 그럴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고 닥도 딱히 일을 급히 처리할 생각이 들지 않으니 이 두 노인네들은 도시의 밤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때우고 그런 와중에 그들의 또 다른 동료 허쉬도 폐기종으로 고생하는 신세에도 불구 그들과 기꺼이 동참하지요. 크리스토퍼 워켄, 알 파치노, 그리고 앨런 아킨과 같은 배우들을 한데 모아놓은 영화이지만, [멋진 녀석들]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소박하게 굴려가는 캐릭터 드라마이고, 배우들도 그에 맞추어 조용히 연기하면서 관록 있는 노땅 배우들만이 만들 수 있는 찡한 순간들을 자아내곤 합니다. 전반적으로 평범하지만, 이들과 같은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같이 보는 일이 어디 흔한 일입니까? (***)




[갱스터 스쿼드]

얼마 전 [차이나타운]을 금세 떠오르게 하는 느와르 영화 [브로큰 시티]가 나왔었는데, 비슷한 때 나온 [갱스터 스쿼드][LA 컨피덴셜]을 금세 연상시키는 느와르 영화입니다. 2차 세계 대전 직후인 LA를 배경으로 존 오하라 경사를 중심으로 여러 다양한 경찰 캐릭터들이 한 팀을 이루어 LA 범죄 세계를 장악하려는 갱 보스 미키 코헨과 전쟁을 벌이는 게 주 내용인 영화를 보다보면 [LA 컨피덴셜]뿐만 아니라 [언터쳐블][퍼블릭 에너미] 등의 다른 범죄 드라마들과 자동적으로 비교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니 본 영화도 [브로큰 시티]처럼 뚜렷한 개성의 부족으로 아쉬움을 많이 남깁니다. 적어도 시대극으로써 영화는 외관은 매끈하게 잘 갖추었고 그 배경 안에서 출연 배우들은 썩 어울리는 편입니다. (**1/2)

 

P.S.

진지한 에필로그 내레이션에 스티브 자블론스키의 폼 잡는 음악이 깔리니 [트랜스포머] 생각이 절로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페어웰, 마이 퀸]

[페어웰, 마이 퀸]는 여러 면들에서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 앙투아네트]과 겹치는데, 특히 눈에 띠는 건 코폴라의 영화처럼 시점을 거의 베르사유 궁 내부로 한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아닌 그녀를 시중들던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인 시도니 라보르드이고 우린 그녀의 시점을 통해 프랑스 혁명 사흘 전에도 태평하기 그지없던 궁정 분위기를 둘러다봅니다. 민중들 사이에서 쌓여가고만 있는 불만이 마침내 바스티유 감옥 습격으로 폭발할 때서야 귀족들이나 시종들이나 다들 불안해 하지만 그들 세상이 뒤집어지고 있다는 것에 아직도 얼떨떨한 그들은 우왕좌왕하고, 시도니도 그들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영리하고 머리도 제때 굴릴 줄 알지만, 자신이 믿고 있던 게 얼마나 공허한 건지를 뒤늦게 깨닫는 동시에 다가오는 역사의 거대한 파도 앞에서 무력한 자신을 발견하지요. 코폴라의 [마리 앙투아네트]와 함께 같이 볼 만한 본 영화에서 레아 세이두가 또 다른 좋은 연기를 선사하는 것도 보기 좋지만, 참으로 한심하게 자기중심적이면서도 애처롭기도 한 마리 앙투아네트를 맡은 다이앤 크루거도 잊지 말아야겠지요. (***)


   


[쿠마레]

다큐멘터리 [쿠마레]는 감독 비크람 간디가 자신을 힌두교 교주 쿠마레로 위장한 뒤 보통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과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미국과 인도에서 다양한 교주들의 모습들을 취재하는 동안 간디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그런 위장을 하기로 작정했는데, 아리조나 주에서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나 안 되어서 그는 상당수의 신도들을 거느리게 됩니다. 그가 설파하는 온갖 황당한 교리와 철학들을 다 받아들이는 신도들 장면들이나 쿠마레를 통해 소개되는 다른 희한한 영혼 지도자들 장면들은 [보랏]이 연상될 정도로 야비한 티가 나지만(남에게 사기 치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탓에 개인적으로 좀 불편했습니다), 본 다큐멘터리는 상당히 진지하기도 합니다. 시작은 사기였지만, 쿠마레와 그의 신도들 간의 교류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진실했고, 그러니 간디 본인도 슬슬 고민하기 시작하지요. 결국 그들의 이야기는 예정된 지점에 도착하고 마침내 간디가 설파하려던 진짜 교훈이 그들 앞에서 드러나게 되는데, 이를 보는 동안 아마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되실 겁니다. (***)

 




[LUV]

볼티모어에 사는 초등학생 우디의 가정은 처음 보기엔 편안하고 건전해 보입니다. 부모가 곁에 없지만 다정한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있고, 그에겐 아버지와 같은 삼촌 빈센트는 든든해 보이지요. 하지만 합법적인 사업을 시작할 예정인 빈센트가 자신의 메르세데스 벤츠 자동차로 조카를 이리저리 데리고 돌아다니는 동안, 우리는 빈센트가 무슨 일을 해왔는지 서서히 알게 되고, 그의 삼촌 그리고 그의 주변에 있는 질이 안 좋은 사람들을 통해 우디는 어린 나이에 험한 세상을 직접 체험하게 됩니다.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 짧은 이야기가 가면 갈수록 암담하고 슬프게 돌아가는 동안 커먼과 아역 배우 마이클 레이니 주니어는 그들 캐릭터들 간의 드라마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그들 주위를 맴도는 관록 있는 조연배우들도 좋습니다. (***)

 



 [사파이어]

  시작은 초라했지만 그녀들은 실력 있는 가수들이였고, 그들의 가능성을 엿본 사람이 그들에게 접근하는 계기로 그들은 금세 더 큰 무대에 서게 되었습니다. 줄거리만 들어도 [드림걸즈]가 금방 떠오르는 [사파이어]는 동명의 호주 뮤지컬 연극에 바탕을 둔 영화인데 원작자 토니 브리그스는 자신의 어머니가 멤버였던 호주 원주민 출신 소울 가수 그룹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극본을 썼다고 합니다. 비록 많이 실화에 바탕을 둔 건 아니지만,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습니다. 가망이 없어 보여도 꿈을 잃지 않은 주인공들이 운 좋게 크게 뜰 기회를 얻게 되었고 어느 새 그들 나라를 떠나 베트남까지 건너와서 미군들 위문 공연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런 흥미로운 소재를 너무 좀 단순하게 다루지 않았나 싶지만, 이야기를 흥겹게 굴려가는 동안 영화는 [토끼 울타리]에서 보여 지기도 했던 호주 원주민들의 아픈 과거를 비롯한 여러 진지한 소재들도 잠시나마 건드리기도 하고, 주연 여배우들의 꾸밈없는 연기들과 이들을 보조하는 매니저를 맡은 크리스 오다우드의 조연 연기가 어우러지는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   





  [백설공주]

  작년에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 출품되었던 스페인 영화 [백설공주]는 최근에 나온 백설공주 영화 두 편들보다 더 개성 있는 작품입니다. 원작을 투우사 이야기로 변주한 것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도 [아티스트]처럼 무성 흑백 영화란 점이 눈에 띠지요. 이 영화의 백설공주인 우리의 여주인공 카르멘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었고, 부유한 투우사인 아버지는 부상당한 그를 맡은 간호사와 결혼한 뒤로 그녀와 멀어졌습니다. 그나마 그녀는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았지만 할머니도 몇 년 안 되어 사망하고, 그 직후에 아버지의 저택으로 보내진 그녀는 못된 새엄마에 의해 하녀 신세로 굴러 떨어지고 몇 년 뒤엔 제거 대상이 되지요. 그 다음에 일이 어떻게 돌아갈 지야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영화는 원작 동화를 발판으로 고딕 호러, 코미디, 로맨스, 그리고 멜로드라마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그러다 보면 어느 덧 변태적으로 찡한 순간에 다다릅니다. 하긴 그림 형제 동화 이야기도 그리 얌전하지 않았지요.  (***1/2)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

처음 볼 때부터 장래가 그다지 없어 보이는 건달 청년 로비는 최근 한 폭력 사건으로 감옥 갈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다행히 여자 친구가 임신한 계기로 그가 변하려고 노력한다는 변론이 먹혀서 30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대신 받게 되고, 그도 노력할 결심이 섰지만, 그를 둘러싼 암담하고 각박한 환경이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그를 맡은 친절한 사회봉사 교육관 해리를 통해 로비는 자신이 위스키 감별에 상당한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거기에다가 그의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와 마주치게 됩니다. 켄 로치의 [엔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는 전반부에서 로비의 각박한 현실을 거칠고 사실적으로 보여주다가 후반부에서는 로비와 그가 사회봉사를 같이 하는 동안 사귄 친구들이 꾸미는 범죄를 발랄하게 그려내는데, 이 둘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영화에서 이들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그 결과물은 현실의 체취가 묻어나는 동시에 상당히 유쾌하기도 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1/2)

 



 [송 포 유]

  아서 핸슨은 주변 사람들에겐 거의 늘 무뚝뚝하고 까칠한 할아버지이지만 그래도 그에겐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아내 마리온이 있습니다. 최근에 그녀가 몸이 아픈 탓에 그는 속으로 걱정 많이 하지만, 마리온은 동네 노인들 합창 교습에 부지런히 나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계속 어울리곤 하고 그런 동안 아서는 그냥 밖에서 조용히 담배나 피우면서 교습이 끝나길 기다리곤 합니다. 그러다가 이야기 중반에 예측 가능한 일이 벌어지고 그 다음에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정말 뻔하지만, 영화는 자기가 부르고자 하는 친숙한 유형의 노래를 비교적 잘 부르는 편이고 테렌스 스탬프와 바네사 레드그레이드는 이 익숙한 이야기에 상당한 진솔함을 부여합니다. 물론 이 관록 있는 두 영국 배우들이 [아무르] 영어 버전에 나온다면 완성도에 상관없이 차라리 그 영화를 대신 추천하겠지만 말입니다. (***) 


P.S.

 영화 보는 동안 다큐멘터리 [로큰롤 인생]이 절로 떠올랐습니다. 그 다큐멘터리도 더 추천할 만하지요. 




 [파리 5구의 여인]

 영화의 결말 장면을 보는 동안 저는 좀 어리둥절한 가운데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이 잘 안되었습니다. 하지만, [파리 5구의 여인]은 시작부터 분위기를 잘 조성했고 그 분위기를 좋은 배우들과 함께 잘 굴려나갑니다. 영화에서 설명이 잘 안 된 부분들이 더글러스 케네디의 원작 소설에서는 어떨지는 책을 아직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별로 예쁘게 보이지 않는 파리 시내를 무대로 전개되는 한 절박한 소설가의 우울한 이야기로써 영화는 먹히는 편입니다. 미스터리 스릴러이긴 하지만 미스터리 자체와 그에 대한 해답보다는 분위기에 중점을 둔 영화이니 그 점을 미리 염두에 두고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 




[아이언 맨 3]

 예고편을 보고 별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의의로 [아이언 맨 3]는 전편들보다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1편은 어느 정도 재미있게 봤지만 시리즈 첫 영화 그 이상은 아니었고, 2편은 지루하지 않지만 제자리걸음하는 티가 나는 가운데 괜히 [어벤져스]와 연결시키려고 애를 쓰니 실망스러웠지만, 본 영화는 1편에서 엿보여졌던 재미와 흥분을 재충전하는 가운데 나름대로 꽤 진지하게 이야기를 굴리기도 합니다. 비록 제 전공분야 때문에 이야기의 여러 설정들이 정말 어이없게 보였긴 했지만요. (***) 


 P.S.

 아, 그리고 3D 혹은 3D IMAX에 돈 낭비하실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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