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별임금격차가 OECD 최하위로 여성이 남성의 64%의 임금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여기에 반박하는 측에서는 임금을 단순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36%가 단순히 성에 따른 차이, 즉 성차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합리적인 요인'(노동시간, 인적자본, 산업분야, 경력...)에 따른 차이라는 것이죠. 일정 부분 맞는 이야기 입니다. 36%가 순수하게 성에 따른 차이는 아니겠죠. 저 차이 중 일정부분은 위에서 말한 요인을 통해서 설명가능 합니다. 문제는 소위 저 합리적인 요인을 통해서도 설명할 수 없는 차이가 얼마나 있느냐 여부겠죠. 


마침 한국사회학에 관련 논문이 있기에 소개합니다. 


"경력단절 이전 여성은 차별받지 않는가?: 대졸 20대 청년층의 졸업 직후 성별 소득격차 분석." 김창환, 오병돈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7623179


https://sovidence.tistory.com/1000

위 링크는 논문 저자인 김창환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논문을 소개한 글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위 논문에 따르면, 경력단절이 발생하기 이전인 대졸 2년 이내 초기노동시장에서 여성임금은 남성의 80% 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제 이 20%가 순수하게 성별의 차이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기타 다른 합리적인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를 따져야 합니다. 실제로 위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43%가 공학 전공인 반면, 여성은 9%에 불과합니다. 타전공에 비해 공학 관련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고소득인 것을 고려하면, 어쩌면 저 20% 차이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아니라, 단지 남성이 임금이 높은 공학 관련 일자리에 여성보다 더 진출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일 수도 있겠죠.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기 위해 위 논문은 임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통제합니다. 여기서 통제한다는 말은, 임금을 설명하는 회귀식에 그 변수를 포함한다는 뜻이며, 풀어 설명하면 그 변수(조건)이 동일하다고 여긴다는 뜻 입니다. 예를 들어, 통제 변수에 전공을 포함한다=같은 전공이라면, 연령을 포함한다=같은 나이라면, 직업을 포함한다=같은 직업이라면... 이런 이야기 입니다. 즉, 다양한 조건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성별에 따른 임금 차이가 있는지를 본다는 거죠.  


위 연구가 통제한 변수들로는 1) 가족배경 변수 8개(출생지역, 현거주지역, 아버지 학력수준, 어머니 학력수준...), 2) 인적자본 변수 11개(졸업 대학, 세부 전공, 평균 학점, 직업훈련 경험, 알바 경험...), 3) 노동시장 변수 18개(직업, 산업, 기업체 규모, 근무 시간, 노조 가입 여부...), 4) 연령 이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가용한 자료 중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통제변수를 포함한 연구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별임금격차에 주요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위 연구에 포함되지 못한 변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미처 파악 못 했을 수도 있고, 파악했음에도 자료의 한계상 모형에 포함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죠. 다만 그런 변수를 발견하는 것은 차후의 연구가 수행해야할 몫입니다.


분석결과를 보면, 1) 가족배경만 통제했을 경우, 여성의 임금은 19.8% 남성보다 낮습니다. 2) 여기에 인적자본 변수를 추가 통제하면, 여성의 임금은 남성에 비해 17.4% 낮습니다. 즉, 동일한 학교, 전공, 학점... 을 갖고 있더라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17.4% 낮은 임금을 받는 겁니다. 3) 여기에 나이변수를 추가 통제하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12.8% 임금이 적습니다. 4) 노동시장 변수도 추가하면, 여성의 임금은 남성에 비해 7.6% 낮습니다. 동일한 가족배경, 동일한 인적자본에 이어 동일한 직업/회사규모/노동시간... 을 갖더라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7.6%낮은 임금을 받습니다. 5) 마지막으로 군복무 변수를 추가할 경우, 여성은 같은 동일한 가족배경/인적자본/노동시장 조건을 가진 군면제 남성에 비해 4.5% 낮은 임금을 받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고려할 것은 위 결과가 공공부문과 사기업 고용 모두를 포함한 결과라는 겁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기업보다는 공공부문에서 성별임금격차가 더 적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기업 부문을 따로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기업을 대상으로, 1) 가족배경만 통제하면 여성 임금은 22% 남성보다 낮습니다. 2) 인적자본 변수를 추가하면 18.1% 남성보다 적습니다. 3) 나이 변수를 추가하면 13.5% 적습니다. 4) 노동시장 변수를 추가하면 8.5% 적습니다. 즉, 사기업에서 여성은 같은 가족배경, 인적자본, 나이, 노동시장 조건에 처하더라도 남성에 비해 8.5% 임금이 적습니다. 5) 다른 조건이 다 같은 군면제 남성에 비해 여성은 6.1% 임금이 낮습니다. 똑같은 조건에서 공공부문에서는 여성이 3.2% 임금이 낮지만,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아닙니다. 


결국 임금격차를 낳는다고 알려진 '합리적인 요인' 다수를 고려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졸 20대 여성은 대졸 20대 남성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이 남아있는 임금격차는 위에서 제기한 '합리적인 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차이 입니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 이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제3의 변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그건 차후의 연구가 밝혀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위와 같은 수많은 조건이 동일할 때도, 양성 간에는 임금격차가 분명히 존재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위 논문은 제가 설명한 것보다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직접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위 논문의 연구 대상은 20대 대졸자 입니다. 일반적으로 성별임금격차는 연령이 올라가면 더 커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위 논문은 2008~2015년(2011 제외)자료를 대상으로 한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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