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4 19:31
한국의 성별임금격차가 OECD 최하위로 여성이 남성의 64%의 임금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여기에 반박하는 측에서는 임금을 단순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36%가 단순히 성에 따른 차이, 즉 성차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합리적인 요인'(노동시간, 인적자본, 산업분야, 경력...)에 따른 차이라는 것이죠. 일정 부분 맞는 이야기 입니다. 36%가 순수하게 성에 따른 차이는 아니겠죠. 저 차이 중 일정부분은 위에서 말한 요인을 통해서 설명가능 합니다. 문제는 소위 저 합리적인 요인을 통해서도 설명할 수 없는 차이가 얼마나 있느냐 여부겠죠.
마침 한국사회학에 관련 논문이 있기에 소개합니다.
"경력단절 이전 여성은 차별받지 않는가?: 대졸 20대 청년층의 졸업 직후 성별 소득격차 분석." 김창환, 오병돈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7623179
https://sovidence.tistory.com/1000
위 링크는 논문 저자인 김창환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논문을 소개한 글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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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논문에 따르면, 경력단절이 발생하기 이전인 대졸 2년 이내 초기노동시장에서 여성임금은 남성의 80% 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제 이 20%가 순수하게 성별의 차이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기타 다른 합리적인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인지를 따져야 합니다. 실제로 위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43%가 공학 전공인 반면, 여성은 9%에 불과합니다. 타전공에 비해 공학 관련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고소득인 것을 고려하면, 어쩌면 저 20% 차이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아니라, 단지 남성이 임금이 높은 공학 관련 일자리에 여성보다 더 진출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일 수도 있겠죠.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기 위해 위 논문은 임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통제합니다. 여기서 통제한다는 말은, 임금을 설명하는 회귀식에 그 변수를 포함한다는 뜻이며, 풀어 설명하면 그 변수(조건)이 동일하다고 여긴다는 뜻 입니다. 예를 들어, 통제 변수에 전공을 포함한다=같은 전공이라면, 연령을 포함한다=같은 나이라면, 직업을 포함한다=같은 직업이라면... 이런 이야기 입니다. 즉, 다양한 조건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성별에 따른 임금 차이가 있는지를 본다는 거죠.
위 연구가 통제한 변수들로는 1) 가족배경 변수 8개(출생지역, 현거주지역, 아버지 학력수준, 어머니 학력수준...), 2) 인적자본 변수 11개(졸업 대학, 세부 전공, 평균 학점, 직업훈련 경험, 알바 경험...), 3) 노동시장 변수 18개(직업, 산업, 기업체 규모, 근무 시간, 노조 가입 여부...), 4) 연령 이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가용한 자료 중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통제변수를 포함한 연구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별임금격차에 주요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위 연구에 포함되지 못한 변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미처 파악 못 했을 수도 있고, 파악했음에도 자료의 한계상 모형에 포함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죠. 다만 그런 변수를 발견하는 것은 차후의 연구가 수행해야할 몫입니다.
분석결과를 보면, 1) 가족배경만 통제했을 경우, 여성의 임금은 19.8% 남성보다 낮습니다. 2) 여기에 인적자본 변수를 추가 통제하면, 여성의 임금은 남성에 비해 17.4% 낮습니다. 즉, 동일한 학교, 전공, 학점... 을 갖고 있더라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17.4% 낮은 임금을 받는 겁니다. 3) 여기에 나이변수를 추가 통제하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12.8% 임금이 적습니다. 4) 노동시장 변수도 추가하면, 여성의 임금은 남성에 비해 7.6% 낮습니다. 동일한 가족배경, 동일한 인적자본에 이어 동일한 직업/회사규모/노동시간... 을 갖더라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7.6%낮은 임금을 받습니다. 5) 마지막으로 군복무 변수를 추가할 경우, 여성은 같은 동일한 가족배경/인적자본/노동시장 조건을 가진 군면제 남성에 비해 4.5% 낮은 임금을 받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고려할 것은 위 결과가 공공부문과 사기업 고용 모두를 포함한 결과라는 겁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사기업보다는 공공부문에서 성별임금격차가 더 적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기업 부문을 따로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기업을 대상으로, 1) 가족배경만 통제하면 여성 임금은 22% 남성보다 낮습니다. 2) 인적자본 변수를 추가하면 18.1% 남성보다 적습니다. 3) 나이 변수를 추가하면 13.5% 적습니다. 4) 노동시장 변수를 추가하면 8.5% 적습니다. 즉, 사기업에서 여성은 같은 가족배경, 인적자본, 나이, 노동시장 조건에 처하더라도 남성에 비해 8.5% 임금이 적습니다. 5) 다른 조건이 다 같은 군면제 남성에 비해 여성은 6.1% 임금이 낮습니다. 똑같은 조건에서 공공부문에서는 여성이 3.2% 임금이 낮지만,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아닙니다.
결국 임금격차를 낳는다고 알려진 '합리적인 요인' 다수를 고려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졸 20대 여성은 대졸 20대 남성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이 남아있는 임금격차는 위에서 제기한 '합리적인 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차이 입니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 이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제3의 변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그건 차후의 연구가 밝혀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위와 같은 수많은 조건이 동일할 때도, 양성 간에는 임금격차가 분명히 존재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위 논문은 제가 설명한 것보다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직접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위 논문의 연구 대상은 20대 대졸자 입니다. 일반적으로 성별임금격차는 연령이 올라가면 더 커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위 논문은 2008~2015년(2011 제외)자료를 대상으로 한 분석입니다.
2021.07.14 19:47
2021.07.14 19:49
2021.07.14 19:50
2021.07.14 20:13
Sonny님과 공개토론 때 좋은 자료로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7.14 20:25
2021.07.14 21:47
2021.07.14 22:49
2021.07.14 23:18
놀랍게도 그러고 있습니다.
2021.07.14 23:25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제3의 잠재변수는 늘 존재할 수 있습니다. singlefacer님의 방식으로 각 직군별로 개별업체 선정하는 방식은 더 디테일한 통제를 가능하게 하겠지만, 일반화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 개별업체를 분석해서 나온 결과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지 알 수 없죠. 그리고 singlefacer님이 지적하신 문제를 다루기 위해 연구자들이 18개의 노동시장 변수를 포함한 겁니다.
그리고 사기업이 자선단체가 아니란 점은 자본주의 출현 이후 변한 적이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출현 이후 최소 200년 동안 사기업 내 임금차별이 개선되어 온 것이 아니라, 아예 어떠한 차별(성/인종/출신국가 등등등)도 사기업에서는 존재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해야합니다.
더해서, 학교 어디 나왔고, 이런 것들이 아무 의미없는 변수가 아닙니다. 인적자본은 임금격차를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 요인 중 하나입니다. 연구자들이 변수를 포함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넣는 것이 아닙니다. 다 기존 연구와 이론에서 유의미하다고 밝혀진 것들이기에 포함시키는 겁니다.
2021.07.14 23:33
전제에 오류가 있네요. 일못하는 남자들vs훨씬 업무 성취가 좋은 여성의 구도가 아니지요.
2021.07.14 23:39
왜 자꾸 기업이 공정하다는 가정법을 무슨 근거처럼 들죠? 지구상 그 어떤 사회적 관계에서도 통용된 적 없는 공정이 희한하게 사기업과 여성채용의 관계에서만 기적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망상을 근거로 들고 있는 거 보면 진짜 신기합니다.
오씨 등은 2015년 국민은행 신규채용 당시 청탁 대상자들의 자기소개서 평가등급을 높이거나 면접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남성을 더 많이 뽑기 위해 남성 지원자 113명의 점수를 높이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를 낮춘 혐의도 있다.
이게 당장 7월13일 어제 기사거든요. 그런데 기업이 무슨 사람의 손을 떠나 이윤을 자동으로 좇아서 모든 인간의 능력치를 정밀하게 검사하는 자본주의적 신의 모습을 띄는 것처럼 설명하는 거 보면 기도 안찹니다. 일 못하는 남자들에게 퍼줄 돈이 어디 있는 게 아니라, 일 못하는 남자들을 뽑고 여자들을 박하게 떨어트리는 게 현실입니다.
공정이 이미 깨진 상태가 차별인데 왜 차별이 안일어날 거라는 공정을 가정해놓고 그걸 근거로 내세우는지... 진짜 이해가 안가네요. 이렇게 또 말하면 저건 일부라고 말할텐데, 어떤 기업에서도 여자를 붙일려고 남자들 서류점수 조작하고 여자들 점수 높이는 짓은 안하거든요. 이걸 설명을 못합니다. 금융권이 성차별 채용한 게 저기 한군데만이 아니지만서도...
능력으로만 평가를 안하는 게 차별이라니까요. 사기업이 자선단체가 아닌데도 그래요. 사기업이라는 게 결국 편견과 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들의 집단이거든요.
2021.07.15 00:26
ROCT는 여성지원자들이 자꾸 수석차지하니까 평가 기준을 바꾸기도 했죠. 여대들이 연속해서 평가1위를 받으니 갑자기 "위화감조성"을 이유로 지금껏 잘 매기던 순위를 폐지하기도 했고요. 대저 이런 자들의 "공정함"이라는 것이 다 이따위 아니겠습니까.
2021.07.15 00:25
그런 이유가 없는데도 그러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불공평하게 돌아가는 거구요. 엄청 순진하신 건지 일부러 현실 외면하시는 건지
2021.07.15 14:26
여성이 남성에 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조차 못받고 있다는 건 잘 설명해주셨지만, 사실 그런걸 굳이 통제하지 않더라도 임금격차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성차별 외에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한국 여성이 한국 남성에 비해 선천적으로 열등하다고 생각하시지 않는다면, 156개국 중 102위에 위치한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 인덱스를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남성이 고임금 일자리에 더 종사하고 근로시간이 더 길고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작아서라고요? 그게 성차별이죠.
2021.07.15 15:10
2021.07.15 21:31
당연히 필요한 작업 맞고요, 이런저런 근거를 대면서 임금차이을 "합리화"하고 성차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사람들을 향해 하는 말입니다.
2021.07.15 14:43
이런 자료 참 많이 봤는데, '남자가 1000원 벌 때, 여자는 800원 번다'는 구호가 '여러 요인을 통제해 보니 해결되지 않는 60원의 갭이 있더라'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에 별로 쓰일 일이 없겠죠.
이 논문 인용을 어디선가 본 듯 하군요. 듀게였나 다른 커뮤였나.
초를 치고싶진 않지만 이 논문이 어떤분(들)을 설득하진 못할겁니다.